‘할머니 유언에 태극마크’ 허미미의 값진 銀…“할머니 저 열심히 했어요”[파리올림픽]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은메달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반칙패했지만…값진 銀
“한국 국가대표 됐으면”…할머니 유언에 한국행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으로도 화제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 딸 수 있을 것” 자신감
  • 등록 2024-07-31 오전 12:05:05

    수정 2024-07-31 오전 12:05:05

허미미(왼쪽)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와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애국가 가사 다 외웠는데 못 불러서 아쉬워요.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부르고 싶어요.”

아쉬운 판정패를 당하고도 허미미(21·경북체육회)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은메달을 따낸 허미미는 “아쉽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결승전까지 나가 정말 행복했다. 메달을 딴 것도 너무 행복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와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반칙패 판정을 받아 은메달을 획득했다.

허미미는 2002년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일본에서 성장했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한 유도 선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6세 때 처음 도복을 입었다. 일본 유도 기대주로 성장한 그는 “손녀 미미가 한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2021년 귀화했다. 이후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했고 이듬해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무대를 누볐다.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은메달을 따내며 8년 만에 한국 유도에 메달을 안겼다.

그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허석 선생은 일제강점기였던 1918년 경북 군위군에서 항일 격문을 붙여 일제 경찰에 체포된 독립운동가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일본 도쿄 태생인 허미미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부르기 위해 애국가 가사까지 미리 외웠다며 애국가를 부르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4년 뒤엔) 나이가 더 들어서 체력이 더 좋을 것 같다.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꼭 딸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허미미는 결승전에서 장기인 업어치기를 시도하며 득점을 노렸으나 데구치의 노련함에 번번이 막혔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연장전에서 허미미는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3번째 지도를 받아 아쉽게 반칙패를 당했다.

연장전 시작 2분 15초께 허미미와 데구치는 소매를 하나씩 맞붙잡고 치열한 기 싸움을 펼쳤다. 먼저 공격에 들어간 쪽은 허미미였다. 오른쪽 어깨를 집어넣어 메치기를 시도했고, 이것이 먹히지 않자 곧바로 일어나 반대쪽 메치기를 시도했다. 데구치는 뒤쪽으로 이동하며 허미미의 공격을 피했다. 이를 두고 심판진은 허미미가 ‘위장 공격’을 했다고 판단해 3번째 지도를 줬다.

위장 공격이란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으면서 그런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행위다. 일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그 상황을 면피하고자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으로 지도를 준다. 유도에선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로 기록된다.

값진 은메달은 하늘로 떠난 할머니에게 바쳤다. 허미미는 “할머니가 한국에서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는 할머니만 믿고 따르며 살아왔으니 한국을 선택하게 됐다. (할머니에게) 지금까지 유도를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허미미는 일본 기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일본 취재진은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을 선택한 이유 등 질문을 쏟아냈다. 허미미는 “한국 대표팀에 합류해 한국을 대표해 (올림픽에서) 경기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한국에 온 덕에) 존경하는 많은 선수와 겨룰 수 있었다. 굉장히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은메달 바라보는 허미미(사진=연합뉴스)
반칙패를 판정받자 고개숙여 아쉬워하는 허미미(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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