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람 체크하세요" 초유의 경기 중단 사태 부른 한마디

  • 등록 2020-12-10 오전 12:03:00

    수정 2020-12-10 오전 12:03:00

바샥셰히르의 오칸 부르크(오른쪽) 감독이 흑인 비하 단어를 쓴 루마니아 출신의 세바스티안 콜레스쿠 대기심에게 강하게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AP PHOTO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검은 사람 체크하세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초유의 경기 중단 사태를 초래한 것은 심판의 한 마디였다.

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맹(프랑스·PSG) 대 바샥셰히르(터키)의 2020~2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최종 6차전. 0-0이던 전반 14분 갑작스레 경기가 중단됐다. 대기심인 루마니아 출신의 세바스티안 콜레스쿠가 바샥셰히르의 카메룬 출신 피에르 웨보 코치에게 흑인 비하 단어를 쓴 것이다.

콜테스쿠는 바샥셰히르의 피에르 웨보 코치가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자 주심에게 무선 마이크를 통해 “저기 검은 사람(a black one)이 누구인지 가서 체크하라. 저렇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니그로(Negro)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그로’라는 단어는 흑인을 경멸하는 호칭이다. 흑인 노예를 뜻하는 ‘니거(nigger)’에서 파생된 말이다. 흑인들끼리는 친근함의 표현으로 사용될 때도 있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선 금기어로 받아들여진다.

콜테스쿠 대기심이 이 같은 말을 하자 웨보 코치는 “왜 니그로라는 단어를 썼느냐”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자 주심은 오히려 레드카드를 꺼내 웨보 코치의 퇴장을 지시했다.

바샥셰히르의 세네갈 출신 공격수 뎀바 바는 “그냥 지칭하면 될 것을 왜 흑인 선수를 언급할 때는 ‘흑인아(a black guy)’라고 부르는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분노한 바샥셰히르 선수들은 항의 표현으로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킬리앙 음바페, 네이마르 등 PSG 선수들도 경기 거부에 동조하면서 그대로 경기는 중단됐다. 음바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며 “우리는 웨보와 함께 한다”고 경기 거부 지지의사를 밝혔다.

논란의 중심이 된 콜테스쿠 대기심은 프랑스 매체 ‘텔레풋’을 통해 “루마니아어로 ‘네그루(Negru)’는 흑인이라는 뜻이다”며 “나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다”고 항변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심지어 터키 대통령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바샥셰히르 구단주와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SNS에 “PSG와 바샥셰히르 간 경기에서 발생한 웨보 코치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에 강력히 규탄한다”며 “UEFA가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처를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바샥셰히르는 구단 공식 SNS를 통해 경기를 거부한 자신들의 결정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들은 “웨보 코치가 대기심에게 흑인 비하 단어를 들은 뒤로 우리는 경기장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며 “관계자들의 방관자적 태도가 결정적이었고 PSG 측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바샥셰히르 구단은 트위터 계정에 ‘인종 차별에 노(No)를 외치세요’라는 메시지를 내걸었고 PSG 구단도 리트윗했다.

UEFA도 진상조사를 예고했다. UEFA는 공식 SNS를 통해 “PSG와 바샥셰히르의 경기에서 발생한 사건을 잘 인식하고 있고 철저한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며 “어떤 형태의 인종차별 행위도 축구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어 “두 팀의 합의에 따라 재개되는 경기에서는 대기심을 교체하기로 했다”며 “UEFA는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추가적인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UEFA는 이날 중단된 경기를 한국시간으로 10일 새벽 같은 장소에서 경기가 멈췄던 시간부터 다시 치르기로 했다. 대신 대기심은 교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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