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우려스러운 대한체육회장 선거...개혁의 기회 스스로 차버리나

  • 등록 2025-01-07 오전 6:00:00

    수정 2025-01-07 오전 6:00:0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어차피 체육계는 안 바뀝니다. 스스로 바꾸려는 의지도 없어요”

한 체육계 인사의 한탄 섞인 넋두리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하는 소리’ 정도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대한체육회장 선거 과정을 바라보면 이 말이 머리 속을 계속 맴돈다.

오는 14일 제42회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이번 선거에는 역대 가장 많은 6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3선 도전에 나선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에 맞서 5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던졌다. 김용주(64) 전 강원특별자치도체육회 사무처장, 유승민(43)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강태선(76) 현 서울특별시체육회장, 오주영(40)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강신욱(70) 현 단국대 명예교수가 이번 선거에 뛰어들었다.

이 회장은 직원 채용 비리 및 금품 수수, 진천선수촌 시설 관리업체 입찰 비리 의혹 등으로 사법기관의 수시 및 조사를 받고 있다. 대한체육회 조직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달 23일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가 글로벌이코노믹과 함께 국민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69.5%가 이기흥 회장의 3선 도전에 ‘반대’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것과 다르다. 체육계 인사들로 이뤄진 대의원이 투표에 나선다. 국민들의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특히 현직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다.

이 회장이 8년간 자리를 지키면서 그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곳은 없다. 부정적인 여론에도 여전히 그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사실 이 회장은 본인이 당선된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2016년 제40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그의 지지율은 32.9%였다. 나머지 경쟁자들의 표가 분산된 탓에 낮은 득표율에도 어부지리로 1등을 차지했다.

2021년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4명이 출마한 선거에서 이 회장은 46.35%를 득표했다. 나머자 세 명의 후보가 과반 이상의 표를 가져갔지만, 당선자는 이 회장이었다.

만약 앞선 두 차례 선거에서 유력 후보들의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실제로 2021년 선거 때는 강신욱 후보와 이종걸 후보 간의 단일화 협상이 있었지만 끝내 결렬됐다. 분명한 것은 두 차례 선거에서도 알 수 있듯 이 회장을 반대하는 체육계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선 ‘반 이기흥’ 후보들의 단일화 여부가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선거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오히려 이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끼리 서로 신경전을 벌이며 갈등을 빚는 모양새다.

체육계의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는 오래 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개혁의 발판을 만들 중요한 기회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를 보면 절호의 찬스를 체육계 스스로 발로 차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한국 체육계를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후보자들은 생각해봐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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