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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과거 미국 프로야구 피츠버그 시절 음주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강정호(33)에 대한 상벌위원회를 열고 3시간이 넘는 논의 끝에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제제를 부과했다.
예상보다 훨씬 가벼운 징계가 내려졌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어쨌든 이번 결과로 강정호는 이르면 내년부터 KBO리그 무대를 다시 밟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아내와 함께 미국 텍사스에 머물고 있는 강정호는 이날 상벌위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법률 대리인인 김선웅 변호사(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전 사무총장)를 통해 A4 2장 분량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강정호는 상벌위가 끝난 뒤 공식 사과문을 통해 “2016년 12월 사고 이후에 저는 모든 시간을 후회하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보냈고 새로운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며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없는 걸 알지만, 야구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고 싶다. 야구장 밖에서도 제가 저지른 잘못을 갚으며,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강정호는 KBO에 전한 반성문을 통해 연봉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야구팬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KBO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강정호에 대한 ‘야구계 퇴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ESPN 등 미국 언론들도 “‘음주삼진’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던 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KBO리그에 복귀할 길이 열렸다”고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키움으로선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강정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전 메이저리거 오승환이 친정팀 삼성에 복귀했을 때와 비슷한 케이스다.
오승환은 2016년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검찰로부터 약식 기소됐다. 당시 KBO 상벌위원회는 오승환에게 72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삼성은 오승환의 전력을 문제삼지 않고 지난해 8월 계약을 맺었다. KBO가 내린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 외에 구단 차원의 별도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KBO 징계가 끝나는 6월이면 문제없이 경기에 나설 수 있다.
두 번째는 전 삼성 투수 안지만의 경우다. 안지만은 해외원정도박과 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로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KBO는 1년 유기 실격 징계를 내렸고 2019년 5월 징계 기간이 만료됐다. 하지만 삼성은 2016년 8월 안지만이 검찰 조사를 받자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곧바로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안지만은 지난해 5월 KBO가 내린 공식 징계가 만료 됐다. 프로야구에 복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어느 팀도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키움 입장에선 강정호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정적인 여론을 떠안기에 너무 부담스럽다. 더구나 키움은 모기업 없이 외부 스폰서십으로 운영하는 구단이다. 팬들의 부정적인 목소리가 스폰서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악마의 재능’이라 불리는 강정호의 야구실력도 아깝다. 올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주전 유격수 김하성이 팀을 떠날 경우 유격수 공백이 생긴다. 그 자리를 강정호가 메운다면 큰 고민을 덜 수 있다.
‘강정호 딜레마’에 빠진 키움은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아직 선수로부터 공식 요청은 없는 상태다”며 “구단에 공식 요청이 오면 정식으로 논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만약 키움이 강정호를 포기한다면 다른 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은 강정호 영입과 관련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노코멘트’라는 원칙적인 답변을 했을 뿐인데도 많은 팬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자 성 단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음주운전이 심각한 사안임을 인지하고 있다”며 “‘노코멘트’를 영입하겠다는 뜻으로 몰아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해명을 해야만 했다.
작은 해프닝이긴 하지만 강정호의 대한 야구팬들의 반감이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