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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마감시한 3시간을 남겨두고 극적으로 계약이 성사됐지만 진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해서 빅리거가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팀 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꿈의 무대’ 다저스타디움을 밟을 수 있다.
김혜성은 보장계약 기준으로 3년 간 연평균 약 417만 달러를 받는다. 이는 지난해 MLB 평균 연봉 498만 달러(개막전 기준)보다 약간 낮은 수치다. 다른 팀 같으면 이 정도 연봉을 받는 선수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다저스는 팀 연봉 1위에 사치세로만 1억300만 달러(약 1511억원)를 내는 팀이다. 김혜성의 계약은 거의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냉정하게 평가할때 김혜성은 다저스 입장에서 ‘보험’ 성격이 강하다. 이미 다저스는 올 시즌 1루수 프레디 프리먼, 2루수 개빈 럭스, 유격수 무키 베츠, 3루수 맥시 먼시로 일찌감치 주전 내야진이 굳어진 상태다. 여기에 내외야 모두 소화 가능한 토미 현수 에드먼과 크리스 테일러가 버티고 있다.
그렇다고 전망이 완전히 암울한 것만은 아니다. 다저스 내야진은 의외로 변수가 많다. 2루수 럭스는 지난해 정규시즌 타율이 0.251에 그쳤다. 후반기에는 그나마 살아났지만 전반기에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었다. 올해 럭스가
유격수 베츠는 다저스를 대표하는 간판타자지만 전문 유격수는 아니다. 본인의 강력한 요청으로 올해 유격수를 맡을 전망이지만 수비 불안이 뚜렷하다.
3루수 먼시도 매년 부상에 시달린다. 지난해는 복사근 부상으로 73경기 출전에 그쳤다. 나이도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또다른 유격수 미겔 로하스 역시 35살 노장에 부상이 잦은 스타일이다.
무엇보다 김하성은 다저스가 부족한 부분은 기동력을 갖추고 있다. 다저스는 지난해 팀 도루가 136개로 30개 구단 중 10위였다. 하지만 그 중 절반에 가까인 59개를 오타니 쇼헤이, 한 명이 해낸 것이었다. 오타니를 제외하고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베츠(16개)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12골), 2명 뿐이었다.
김하성이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할 때만 해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3루수 매니 마차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쟁쟁한 내야수들이 이미 자리를 잡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하성은 당당히 실력으로 다른 선수들을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김혜성도 마찬가지다.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고 시즌이 막을 올리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미 선수가 넘쳐나는 다저스가 김혜성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의 재능과 운동능력을 높이 평가해서다.
중요한 것은 김하성이 다저스가 원하는 ‘슈퍼 유틸리티’로서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슈퍼 유틸리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포지션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이다. 다음달 시작할 생애 첫 MLB 스프링캠프는 그런 수비능력을 검증받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