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와 칸투는 더 이상 '용병'이 아니다

  • 등록 2014-07-13 오후 12:37:24

    수정 2014-07-13 오후 12:37:24

니퍼트(왼쪽)와 칸투. 사진=두산베어스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두산은 외국인 선수가 리더 역할까지 맡아하고 있다. 니퍼트와 칸투. 이들의 존재감이 여느 팀 외국인 선수보다 더 돋보이는 이유다.

이미 소문난 효자 ‘니느님’ 니퍼트는 개인적인 질문을 유독 좋아하지 않는 선수다. 그의 인터뷰엔 언제나 늘 팀이 먼저다.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생각이다”, “팀이 승리할 수 있다면 내 개인 기록은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는다” 등 어느 선수든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니퍼트가 하면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니퍼트의 말엔 진심이 담겨있고, 그 진심이 그라운드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12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그랬다. 2011년 한국 프로 야구 무대에 뛰어든 이후로 세 번째 불펜 등판에 나섰다. 니퍼트는 2012년 한 차례 불펜에 나선 바 있고, 올해는 벌써 두 번이나 불펜 등판을 자청했다. 지난 해보다 뒷문이 헐거워진 두산. 마무리 이용찬까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날 4-3으로 앞서던 7회 마운드에 선 니퍼트는 9회 2아웃까지 안타 1개로 막고, 공 28개로 실점없이 책임졌다.

지난 9일 LG전(7이닝 2실점) 이후 3일만의 등판. 원래 이날은 경기 전 불펜 피칭을 하는 날이지만 니퍼트는 대신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자청했다. 니퍼트의 다음 선발 예정일은 15일 NC전. 체력적인 부분이나 밸런스가 깨질 수 있다는 부분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니퍼트는 팀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동료 볼스테드가 퇴출을 당한 날. 그는 4강 싸움에 있어 중요한 고비가 될 이 시기에 팀에 할 수 있는 한,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사실 니퍼트의 불펜 카드는 지금까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정규시즌 때도 그렇고 포스트시즌 때도 그랬다. 포스트시즌 때 불펜 등판을 자처했던 그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눈물을 펑펑 쏟아낸 일화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은 니퍼트의 마음이 제대로 전해진 덕분인지 두산은 더욱 힘을 냈고,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사실. 니퍼트가 경기 전날(11일) 두산 투수들을 소집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상황이 어렵지만 안타를 맞더라도 마운드에서 당당해지고, 동료들을 믿자.” 팀을 위한 니퍼트의 애정과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니퍼트는 그 말을 그라운드 안에서 직접 실천해보였다.

그라운드에서 이닝을 마치면 수비수들을 끝까지 맞이해주는 선수도 니퍼트 뿐이다. 호수비를 했든, 하지 않았든 자신의 뒤를 든든히 지켜 준 선수들에게 나름 고마움의 표시를 한다. 매이닝 그렇다. 니퍼트는 가장 늦게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는 선수다. 캠프 때나 기념을 해야하는 일이 생길 땐 회식 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피자나 음료도 대접한다. 단순히 마음만 있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그런 니퍼트를 보는 동료들의 마음도 뜨거워질 수 밖에 없다. 이들이 서로 주고 받는 욕에서도 애정이 듬뿍 느껴지는 이유다. 선수들도 “니퍼트가 등판하는 날은 꼭 이겨야한다”고 이를 악 문다.

니퍼트뿐만 아니다. 칸투도 그라운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선수다. 쾌활한 성격으로 팀 분위기를 띄우는 것 외에도 어린 선수들을 다독이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멕시코리그에서 한 주장 경험이 그대로 한국 무대에서도 나오고 있다.

주장 홍성흔은 “나같은 애가 하나 더 있다고 보면 된다. 주장을 많이 해봐서 그런지 선수들을 잘 이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번은 젊은 투수가 계속 안타를 맞고 흔들리고 있는데, 칸투가 먼저 가서 괜찮다고 차분히 하라고 격려하더라. 그래서 우리 선수들에게도 칸투도 저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도 저렇게 해야하지 않겠냐고, 더 파이팅 내자라를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홍성흔이 든든히 버티고 있어 적극적으로 나설 순 없지만 칸투 역시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선수들을 다독이고 응원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외국인 선수들은 자신의 일만 하고 돌아가면 끝이다. 돈을 받고 싸워주는 ‘용병’이라 불리는 이유다. 팀이 원하는 성적만 내주면 된다. 그 이하를 해도 큰 상관은 없다. 그런 선수들에게 소속감이나 팀에 대한 애정까지 바라긴 무리일 때도 많다.

그러나 니퍼트와 칸투는 조금 다르다. 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확실히 남다르다. 이들은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성적과 결과, 그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들의 존재감이 여느 팀 ‘용병들’보다 더 돋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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