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벽은 역시 높았다' 19년 만에 링 복귀한 타이슨, 유튜버 복서에 판정패

  • 등록 2024-11-16 오후 2:34:35

    수정 2024-11-16 오후 2:49:36

마이크 타이슨이 제이크 폴에게 레프트 훅을 적중시키고 있다. 사진=AP PHOTO
마이크 타이슨이 제이크 폴에게 펀치를 허용하고 있다. 사잔=AP PHOTO
마이크 타이슨이 제이크 폴에게 펀치를 적중시키고 있다. 사진=AP PHOTO
전 프로복싱 헤비급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왼쪽)과 유튜버 겸 복서 제이크 폴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19년 5개월 만에 사각 링에 공식 복귀한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58·미국)이 세월의 벽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타이슨은1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AT&T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튜버 겸 복서인 제이크 폴(27·미국)과 프로복싱(2분 8라운드) 헤비급 경기에서 심판전원일치 판정패했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자신보다 31살이나 어린 폴을 상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에 감동을 선물했다.

등장부터 달랐다. 폴이 호화스러운 오픈카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반면 타이슨은 현역 시절 그랬던 것처럼 허름한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조용히 링에 올랐다.

타이슨은 현역 시절처럼 1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가드를 바짝 올린 채 접근하며 펀치를 휘둘렀다. 묵직한 왼손 훅을 적중시키기도 했다. 반면 폴은 뒤로 물러서면서 카운터를 노렸다. 타이슨이 바짝 붙으면 클린치로 위기를 넘겼다. 환갑을 바라보는 타이슨이 폴의 스피드를 따라잡는게 쉽지는 않았다.

2라운드도 타이슨은 접근하면서 큰 펀치를 노렸다. 폴은 계속 거리를 두면서 잽을 뻗었다. 팬들이 기대하는 난타전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1, 2라운드는 타이슨이 우세하게 이끈 경기 흐름이었다.

타이슨은 3라운드 시작과 함께 강력한 왼손 훅을 휘둘렀다. 폴은 이에 흔들리지 않고 먼거리에서 몸통 펀치를 꽂았다. 몇 차례 바디샷을 허용한 타이슨은 눈에 띄게 움직임이 느려졌다.

타이슨은 눈에 띄게 지친 기색을 드러냈다. 주먹을 내미는 빈도도 줄어들었다. 자신감을 얻은 폴은 가드를 내리기까지 했다. 관중석에선 타이슨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타이슨의 주먹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5라운드에선 단 7번 주먹을 뻗어 1차례 적중시켰을 뿐이었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관중석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타이슨은 가뿐숨을 멈추지 못했다. 발도 좀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폴은 잽과 펀치를 퍼부으며 KO를 노렸지만 그래도 타이슨을 쓰러뜨리지 못했다.

타이슨은 마지막 8라운드에서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세월의 벽은 어쩔 수 없었다. 폴의 빠른 잽을 뚫기에 스피드와 체력이 따르지 못했다.

8라운드 종료 직전 폴은 가드를 내리고 타이슨에게 존경의 뜻을 전했다. 타이슨도 이를 받아들이며 주먹을 서로 부딪혔고 경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경기 결과는 폴의 판정승이었지만 타이슨이 다시 링에 올라 복싱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의미있는 경기였다.

이 경기 전까지 50승(44KO) 6패를 기록한 타이슨은 현역 시절 엄청난 펀치력으로 세계 헤비급 복싱계를 평정했다. 하지만 성폭행, 마약, 음주 등 여러 논란을 일으키는 등 얼룩진 선수 인생을 보냈다. 1997년 6월 28에는 에반더 홀리필드(미국)와 경기에서 상대 귀를 물어뜯어 실격패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저지르기도 했다.

2005년 공식적으로 링을 떠난 타이슨은 이후 방송, 배우, 공연 등 엔터테이너로 변신했다가 2020년 11월 로이 존스 주니어(미국)와 자선 경기를 통해 복서로 복귀했다. 하지만 존스 주니어와 경기는 시범경기인 반면 이번 폴과 시합은 텍사스 주체육위원회로부터 정식경기로 인정받았다. 타이슨이 정식경기를 치르는 것은 무려 19년 5개월 만이다.

원래 이 경기는 지난 7월 21일에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타이슨이 지난 5월 궤양 발작으로 비행 중 쓰러지는 바람에 경기가 연기돼 이날 성사됐다..

타이슨과 폴은 헤비급에서 2분 8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원래 정식 복싱시합은 라운드당 3분으로 치러진다. 하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타이슨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2분 8라운드 특별룰이 적용됐다. 글러브도 헤비급 정식경기에서 사용되는 10온스(283.4g) 대신 더 두꺼운 14온스(396.8g) 글러브가 사용됐다.

AP통신에 따르면 타이슨은 이번 경기 대전료로 2000만 달러(약 279억원)을 받은 반면 폴은 그보다 2배 많은 4000만 달러(약 558억원)를 챙긴다.폴이 소유한 회사인 ‘MVP(Most Valuable Promotions)’에서 이번 경기를 주최하기 때문이다.

이날 타이슨이 싸운 폴은 무려 208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이자 복서다. 현역 시절 타이슨처럼 여러 기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지만 복서로서도 만만치 않다. 2020년 프로복싱 데뷔전을 치른 뒤 타이론 우들리(미국), 앤더슨 실바(브라질) 등 종합격투기 UFC 전 챔피언들을 복싱으로 꺾었다.

복싱 경력으로는 타이슨과 비교되지 않지만 1997년생으로 타이슨보다 31살이나 어리고 키(185cm)도 7cm 더 크다. 이 경기 전까지 프로 복싱 전적은 10승 1패 7KO였다. 그렇다 보니 많은 전문가들은 타이슨보다 운동선수로서 한창인 폴의 승리를 점쳤다. 스포츠베팅업체들도 폴의 승리 가능성을 더 높이 점쳤다.

이날 경기가 열린 AT&T 스타디움은 8만명이나 수용 가능한 초대형 개폐식 돔구장이다. 하지만 타이슨의 복귀전을 보기 위해 엄청난 관중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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