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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과 럭비의 인연은 일본 나고야의 한 고등학교 럭비부에서 시작한다. 일본 사회에서 재일교포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온 최 회장에게 럭비는 일본학생들과 공정하고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던 유일한 시간이었다.
최 회장은 대학교 때까지 7년간 럭비선수로 활약했다. 이때 배운 ‘원팀(One-Team) 정신’과 ‘인내·협동·희생’의 3대 럭비 정신은 지금의 OK금융그룹을 일구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 3월 금융사 최초의 럭비단 ‘OK 읏맨’ 창단도 최 회장의 의지였다. 선수들은 ‘일하는 럭비선수’를 모토로 평소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일과 후나 주말 등 시간을 활용해 훈련과 대회 출전을 병행한다.
OK금융그룹 측은 “최 회장이 젊은 선수들이 생계 걱정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문화를 실천해 나가고, 선수 생활을 마친 후에는 그간 직장인으로서 경험을 자양분 삼아 사회구성원으로도 인정받는 럭비인이 되길 바라는 심정으로 운영 모토를 직접 세웠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구단 창단 이전부터 대한럭비협회 활동과 그룹 차원의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대한럭비협회 부회장을 역임한데 이어 지난 2021년 대한럭비협회 회장에 취임해 24대 집행부를 이끌어왔다.
취임 이후 직접 발로 뛰며 1년 동안 LG전자,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30여 곳이 넘는 후원사를 유치했다. 24대 집행부 임기 동안 지원받은 후원금과 물품만 해도 약 50억원 규모다. 그간 협회장사 외에는 공식 후원사가 전무했던 한국 럭비에 자체기금을 확대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틀을 마련한 주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최 회장은 국가대표팀 경기력 개선과 국내 럭비대회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개혁도 단행했다. ‘청소년-성인 국가대표팀’로 일원화된 연령대별 국가대표팀 구성을 ‘U15(꿈나무)-U18(청소년)-상비군(후보선수)-성인 국가대표팀’으로 세분화했다.
럭비계 숙원사업이던 국가대표 양성체계를 확립, 더 많은 선수들에게 국제무대에서 성장할 기회를 부여하고, 연령대별 맞춤 훈련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인력풀 확보 차원에서 성인 국가대표팀 인원을 기존 18명에서 7인제는 24명, 15인제는 30명으로 증원했다. 기존에 2명뿐이던 지도자ㆍ트레이너ㆍ전담팀 스탭 또한 5명으로 늘렸다.
또한 2021 도쿄올림픽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부단장,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 단장, 재일본대한체육회 부회장 등의 대외활동으로 쌓아 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국내외 전지훈련 및 심판·지도자 해외 연수 확대 △월드럭비(World rugby) 인사 초청 국내 워크숍 등 선진 럭비문화를 국내 접목하고자 힘썼다.
지난해 7인제 럭비 세계 최강국인 ‘피지’와 합동훈련에 이어 올해 11월 아프리카 국가와의 사상 첫 국가대항전으로 주목받은 ‘짐바브웨 국내초청 테스트매치’ 또한 최윤 회장의 추진력과 스포츠 외교 역량이 빚어낸 작품이다.
나아가 선수들 체력안배를 돕고 부상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을 대한체육회와 지속적으로 논의했다. 그 결과 올해 전국체육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팀당 경기간격을 이틀에 한 번에서, 사흘에 한 번 수준으로 확대했다.
대표팀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17년 만에 본선에 진출한 7인제 월드컵(2022 남아공 럭비 세븐스 월드컵)에선 값진 2승을 거뒀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17년 만에 은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특히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선 대한민국 럭비 사상 처음으로 지상파 방송사인 KBS에서 이뤄진 결승전 생중계는 시청률 4.4%(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 인지스포츠로서 잠재력을 대내외에서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가 방송되고 있다. 또한 사상 첫 럭비 소재 드라마인 ‘트라이(Try)’도 제작돼 올해 상반기 SBS 방송을 앞두고 있다. 최 회장은 촬영에 필요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농구 · 야구 ·축구와 같은 인기스포츠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넷플릭스 예능과 지상파 드라마 방영이 럭비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최 회장의 시선은 이제 2025년을 향하고 있다. 올해 6월 개막하는 2025 아시아 럭비 챔피언십(Asia Rugby Championship, ARC)’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사상 첫 럭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는 로드맵이 최 회장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청사진이다. 럭비와 40년 넘게 동고동락한 최 회장이 그토록 바랐던 한국 럭비의 인지스포츠 도약을 완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