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만큼 남다른 존재감, 파리서 인생샷 만든 씬스틸러 [파리올림픽 결산]

메달보다 더 깊은 인상 남긴 팀 코리아
머스크도 언급한 김예지·폭풍 5득점 도경동
윗 체급과 싸운 안바울·오심에 뛰어든 오혜리
  • 등록 2024-08-12 오후 7:00:22

    수정 2024-08-12 오후 7:17:59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 진출한 김예지가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금메달 13개로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을 쓴 2024 파리올림픽에는 최고의 장면을 만든 씬스틸러도 존재한다.

사격의 김예지(32·임실군청)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여자 공기권총 10m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예지는 뛰어난 기량에도 흔들림 없는 시크한 표정으로 대회 초반 이슈를 빨아들였다.

온라인상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까지 “액션 영화에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오면 멋질 것 같다”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시련을 마주한 김예지의 모습도 큰 화제였다. 그는 주 종목이던 25m 권총에서 시간 초과로 0점 판정을 받으며 메달 도전에 실패했다. 김예지는 “인생은 계속되고 이건 하나의 대회일 뿐”이라는 말로 많은 이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전에서 교체 투입된 도경동이 연속 득점을 한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도경동(25·국군체육부대)은 ‘히든카드’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렸다. 그는 헝가리와의 단체전 결승에서 처음으로 피스트에 올랐다. 30-29로 쫓기던 상황에서 내리 5연속 찌르기에 성공하며 단체전 3연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도경동은 “선수로서 최종 목표였던 금메달을 이룰 수 있어서 꿈만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유도 대표팀의 안바울(30·남양주시청)은 온 힘을 다한 투혼을 선보였다. 그는 유도 혼성 단체전 독일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골든스코어(연장) 주자로 나섰다. 문제는 체급. 추첨으로 남자 73kg급이 결정된 상황에서 해당 체급 선수가 없었던 대표팀은 66kg급의 안바울이 나섰다.

안바울은 자신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이고어 반트크를 상대로 세 번째 지도를 유도하며 반칙승을 거뒀다. 안바울의 승리와 함께 대표팀의 동메달이 확정됐다. “더 뛰라면 더 뛸 수도 있다”라고 말한 안바울이었으나 그날 밤 심한 통증에 시달리며 의무실을 찾기도 했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혼성단체전 동메달결정전에서 독일을 꺾고 동메달을 따낸 한국 안바울(맨 오른쪽) 등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권도 대표팀의 오혜리(36) 코치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임에도 존재감을 뿜어냈다. 그는 남자 80kg급 16강전에서 오심으로 서건우(21·한국체대)가 패했다는 판정이 나오자 곧장 코트 위에 뛰어들었다. 오 코치의 항의에 심판 판정이 번복됐고 서건우는 준결승까지 진출했다.

이후 항의 규정을 어긴 오 코치는 세계태권도연맹(WT)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오 코치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선 뭐든 해야 했다”라며 참된 지도자의 자질을 보였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급 16강전에 출전한 한국 서건우가 칠레 호아킨 추르칠과의 2라운드에서 마지막 공격이 인정되지 않고 패배 판정을 받자 오혜리 코치와 함께 심판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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