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팔성 "지금은 배당보다는 내부유보..리스크 관리"

"유상증자, 향후 도입될 바젤III에 대비해야..정부 양해하면 내부유보"
"민영화방안..세계 100대 금융그룹 주주구성에서 공통분모 찾을 것"
  • 등록 2011-09-05 오전 8:00:30

    수정 2011-09-05 오전 8:44:14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오랜만에 말문을 열었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2월 우리금융 회장으로 연임된 이후 공식적인 첫 인터뷰였다.   그는 올해 유난히 언론접촉을 피하며 말조심을 해왔다. 연초엔 연임문제로, 연임 이후엔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초대형 이슈로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날 인터뷰 시작 전 그의 얼굴엔 약간의 긴장감이 엿보였다.  
▲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그러나 막상 대화가 시작되자 그는 거침이 없었다.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던 우리금융의 기본적인 성장전략,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 우리금융의 민영화 등 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그의 구상이 막힘 없이 흘러나왔다. 40년을 금융인으로 살아온 노련한 뱅커의 관록이 묻어 있었다.   이 회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성장, 민영화, 해외진출” 등 3가지 화두로 집약될 수 있었다. 그는 “하루 빨리 해외로 나가야한다. 지금이야말로 기회”라며  “2015년까지 해외자산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에 대해선  “세계 100대 금융그룹의 공통적인 주주구성을 보라”며 재치있게 예봉을 피해갔다. 글로벌 경기에 대해선 “심각한 위기국면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그림을 그렸다. 그는  “3년전 각국 정상들이 금융위기의 해법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겠다고 나설 때부터 미국과 유럽, 일본의 신용등급 하락은 예상된 일이었다”며 “예고된 위기는 더 이상 위기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다음은 이팔성 회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관심을 두는 사안은 뭔가.

 ▲ 금융부문의 성장과 우리금융 민영화, 해외 네트워크 구축이다. 미국은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있지 않은가.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어떻게 이룰지 생각해야한다. 세계경제대국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글로벌 경제상황이 녹록지않다. 지금 진출한다는 건 모험일수도 있는데.    ▲ 지금이 찬스다.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올지 모른다. 삼성·현대·LG 등 대기업들은 자기신용으로 해외에서 언제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국내 금융회사들에게 돈을 빌릴 이유가 없다. 그러다보니 은행들은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에게 몰린다. 당연히 쏠림현상이 나타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부실도 그래서 발생한 것 아닌가. 저성장-저수익 시대에 접어든 상황에서 해외진출은 반드시 추진해야할 사안이다.    - 진출하려는 나라는 어디인가. 

 ▲ 인도네시아 태국 중국 등 아시아쪽을 생각하고 있다. 유럽이나 그외 나라들은 신디케이트 방식으로 공동으로 지분을 인수해 경영을 맡기는 방식이 될수도 있다. 해외에 진출할 땐 가급적 현지법인 형태로 갈 예정이다. 단순히 지점을 세워 한국계 기업이나 교민만 상대로 하는 영업은 한계가 있다. 그 나라 국민을 직접 상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위기 때도 그 나라 정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 신년사에서 올해를 ‘글로벌 50위, 아시아 10위’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는데.    ▲ 임기내 해외자산 비중을 15%까지 늘리는 것을 1차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시아 중소형 은행의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다. 성장잠재력은 있으나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지금이 기회다.  
 - 글로벌 경기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닌가.    ▲ 현재 미국,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유로지역은 말할 것도 없다.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국가부도위험) 문제인데 이미 예상한 일이다. 3년전 G20 수뇌들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보호무역 금지, 재정지출 확대 등 각종 대안을 내놓았다.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듯 유동성을 풀었고…. 그에 따라 생겨난 문제다. 하지만 예고된 위기라 충분히 대응할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 국내 외화수급에 대한 우려가 많은데.    ▲ 외화조달과 운용의 불일치가 크지는 않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만기연장이 안됐고, 연장하더라도 대출규모나 기간이 확 줄었으나 지금은 그런 현상이 없다. 시뮬레이션 결과 외화 차환율이 67.5%다. 다시말해 외화예수금의 35% 정도가 빠져나가도 20억~30억달러만 조달하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온다. 수출입 기업들이 일시적인 대금결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심각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금융당국은 자본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고배당을 자제해달라는 입장인데.     ▲ 결국 배당이냐 리스크 관리냐의 문제다. 성장을 강조하면 리스크 관리가 취약해질 수 있고, 리스크 관리만 앞세우면 은행 발전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두바퀴로 굴러가야는데 어느 한쪽만 치우쳐선 안된다. 다만 예금보험공사(우리금융의 최대주주)가 양해해주면 우리는 배당보다 내부유보를 하고 싶다. 금융위기 때 다른 지주사들은 유상증자를 했는데 우리만 못했다. 앞으로 도입될 바젤III를 대비해서라도 내부유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 우리금융 민영화가 또 무산됐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나.    ▲3년을 매달리다보니 진이 다 빠졌다(웃음). 국민주라 (머리를 갸웃하며) 어떤게 국민주 방식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민영화는 우리가 원하는 거다. 당위성도 잘 알고 있지 않나. 남은 건 지분을 가진 주주(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해야한다는 거다. 공적자금을 받았기에 우리금융 직원 2만6000명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우리금융을 정상화시켰다. 이제는 우리금융을 더욱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주주를 찾아야 한다.    - 좋은 주주라면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 세계 100대 금융그룹의 주주구성을 보면 (좋은 주주의) 공통분모가 나올 수 있을 거다. 그런 형태로 가면 문제될 게 없다.    - 그룹의 성장전략은.    ▲ 카드나 증권, 보험 등 비은행부문을 강화할 예정이다. 카드는 은행과는 달리 카드에 적합한 마케팅을 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의 카드사업부를 떼어내 독립 법인화할 계획이다.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로 키우겠다. 우리투자증권도 정부의 투자은행(IB) 활성화 방침에 따라 증자를 할 생각이다.     - 4대 천왕 중 한명으로 회자된다. 그런 얘기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    ▲ 그 단어를 누가 만든 건지 몰라도 나는 내 할 일을 할뿐이다. 우리금융을 맡은 이상 어느 금융그룹보다 나은, 이전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금융그룹을 만드는게 내 책무이자 소임이다.   이팔성 회장은 정통 뱅커다. 196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해 40여년을 금융권에 몸담았다. 지점장 시절 남대문 지점을 수신고 전국 1위로 끌어올렸고 1997년 53세의 나이에 최연소 상무에 올랐다. 1999년 한빛증권 사장, 2002년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우리투자 증권시절엔 5년 연속 흑자로 업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2005년 서울시향 대표를 맡아 잠시 금융권을 떠났지만 2008년 우리금융 회장으로 금의환향했고 지난 2월 연임에 성공했다. 2009년 그룹 차원의 경영혁신 프로그램인 ‘원두(OneDo)’를 도입, 4800억원의 재무적 성과를 거두는 등 금융권 혁신의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인터뷰 = 송길호 금융부장  정리 = 이학선, 이준기 기자   사진 = 권욱 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쾅! 서울시청 인근 역주행
  • 韓 상공에 뜬 '탑건'
  • 낮에 뜬 '서울달'
  • 발목 부상에도 '괜찮아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