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근로시간단축은 노동시장에 급격한 파장을 일으킬 또 다른 변수다. 기존 저소득계층 외에 정규직 근로자중에서도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투잡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단축 등 저소득 빈곤계층을 위한 정책들이 오히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를 가속화하는 꼴”이라며 “한계계층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역설이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세자영업자 소득 역대 최저치
올들어 한계계층의 소득감소현상은 심각하다. 1분기(1∼3월)현재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8만6702원으로 작년동기보다 8%감소했다. 주 요인은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근로자외 가구(자영업자+무직자)의 사업소득을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소득추이를 분석한 결과 영세자영업자들이 집중 분포돼 있는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와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의 사업소득은 각각 10만2014원과 57만5829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22.4%, 32.3% 줄었다. 역대 최저치다. 고질적인 경쟁심화, 점포 임대료 부담 등 구조적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급랭,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정책들이 이어지면서 빈사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사이에 생계형 대출이 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과거 대출추이를 보면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지금처럼 주택담보대출이 일어나는 건 영세 자영업자들이 (신용대출에 비해) 이자가 싼 주담대를 사업목적이나 생계형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득 감소에 따른 생계형 투잡 확산
통상 강남권을 무대로 잘 나가는 대리기사들도 한달 실수령액은 200만원을 넘기 어렵다. 1건당 2만∼2만5000원을 받아도 영업소에 내는 수수료, 관리비, 운전자 보험료, 콜 프로그램 이용료,교통비 등 각종 경비를 제외하면 실제 수입은 매출의 60∼70%정도. 그나마 올해는 이마저도 반토막났다. 대부분의 대리운전기사들이 월 100만원을 집에 가져가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종용 대리기사협회장은 “경쟁은 치열해지고 일감은 줄어드니 당연히 대리기사들의 수입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대리기사일을 용돈벌이용으로 삼는 경우는 거의 사라지고 지금은 대부분 생계형”이라고 말했다.
한달 실수령액이 100만원이라면 다른 재산소득이나 이전소득 등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가구중 소득 하위 10%선에 걸려 있다는 얘기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소득 하위 10%가구의 평균 소득은 월 84만1203원. 이 기간 전체 평균(476만2959원)의 18%수준이다. 결국 이들 취약계층이 평균적인 생활수준에 조금이라도 근접하려면 다른 일거리를 병행하거나 배우자나 자녀들이 추가적으로 일자리를 잡아야 하는 셈이다.
근로시간 단축 이후 투잡 수요 늘어날 듯
이는 비단 대리기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세 중소업체의 상당수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남는 시간을 활용해 시간제로 일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아르바이트 포털 업체 알바몬의 설문조사에선 중소기업 직장인 41.2%가 ‘본업 외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했다. 2016년 같은 조사 결과(19.9%)의 배에 달한다.
서울 구로의 한 중견업체 직원은 “한달 월급이 300만원 조금 넘었는데 이중 주말 특근이나 잔업으로만 30만∼40만원은 채웠다”며 “줄어든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주말에라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한계 계층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며 “거시경제 관리는 물론 이들에게 추가로 부담을 지우는 정책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소득
통계청 가계소득에서 근로자외 가구(자영업자+무직자)의 소득중 사업소득을 통해 추정. 무직자의 소득엔 거의 변화가 없는 만큼 근로자외가구의 사업소득을 자영업자의 소득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사업소득은 해당 사업자가 각종 비용을 공제하고 집에 가져오는 소득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