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전세사기 피해 염려에도 서민들의 전세 수요는 좀처럼 줄어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월세 수요가 늘면서 전월세전환율(전세를 월세로 전환시 적용하는 비율)은 오히려 오름세인 반면 전세대출 금리는 낮아지고 있어서다.
| (자료=한국은행)단위=조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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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이날 기준 전세대출 변동금리는 연 3.60~5.4%로 나타난다. 이는 지난해 12월말 연 5.01~6.41%에 견줘 하단이 1.41%포인트(p) 낮아진 셈이다. 올해 초 출시가 확대된 고정금리 전세대출 금리도 연 3.5~5.33%로 나타나 싸게 빌리면 연 3.5%로도 빌릴 수 있다. 가령 전세대출로 2억원을 2년간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일시상환하는 거치식으로 빌린다면 금리 변화에 따라 이자는 월 83만(연 5%)에서 50만원(연 3%)으로 33만원(40%)이 준다.
전세대출 금리 하락세는 주택금융공사 보증서를 담보로 받는 전세대출 평균금리로 살펴봐도 뚜렷하다. 주금공 보증서로 취급된 전세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말과 지난 4월을 비교하면 국민(5.59%→4.54%), 신한(5.33%→4.25%), 하나(5.23%→4.3%), 우리(6.14% →4.41%)은행에서 최대 1.7%p, 최소 0.9%p 하락했다.
이런 전세대출 금리는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비율인 전월세전환율보다 낮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의 전월세전환율은 1월 4.9%, 2월 5%다. 전월세전환율이 5%라는 것은 전세 1억원을 월세로 전환할 때 월 41만6000원(1억원x5%/12개월)을 부담한다는 의미다. 전세월세전환율이 높으면 전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세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전세대출 금리가 낮아진 반면 월세 부담은 높아지자 전세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2만2874건으로 이중 전세 거래량은 1만4084건으로 61.5%를 차지했다. 전세 거래 비중은 2021년 11월 61.6% 이후 1년 4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 여파에 전세 비중은 지난해 12월 47.4%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1월(55.2%), 2월(56.6%)을 거치며 다시 증가해 60%를 돌파하고 있다.
다만 전세대출액은 지난해 하반기 가파른 금리 상승세로 감소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전체 전세대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3월까지 넉달째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세대출은 지난해 11월 전월 대비 1조원 감소한 뒤 지난해 12월(-4000억원), 1월(-1조8000억원), 2월(-2조5000억원), 3월(-2조3000억원)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2월 감소폭은 한국은행에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6년 1월 이후 최대치였는데, 3월에는 감소폭이 2000억원 줄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105조48억원으로 지난해 12월말 110조1861억원에서 5조1813억원이 줄었다.
전세가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지난해 6월을 고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감소와 전세대출 축소가 감소세를 견인하고 있다”며 “전세대출 증감 흐름에 변화가 생기면 전체 가계대출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