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은 초장부터 난항이었다. 혁명공약인 자립경제달성을 위해 군사정부가 채택한 정책노선은 ‘수입대체형 공업화 전략’. 수입을 억제하면 해당 공산품을 만드는 산업이 활성화된다는 이론이다. 당시 유행하는 정책기조였다. 북한을 포함, 제3세계 대부분의 신생 개발도상국이 채택한 기본전략이다.
그러나 곧 한계에 직면했다. 자원도 없고 내수기반이 약한 국내 경제현실에선 공허한 울림일 뿐이었다. 성과가 나오지 않자 군사정부는 관료들만 닦달했다. 그해 9월 내자(內資)동원을 위해 전격적으로 단행한 화폐개혁은 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물가폭등, 생산활동 위축으로 이어졌다. 실무경험 없는 일부 군 실세와 학자들이 개혁을 주도하며 경제를 유린했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소득주도성장론이 여전히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1년 만에 이를 주도했던 일부 참모진이 경질성으로 물러났지만 청와대는 정책의 궤도 수정에 부정적이다. 오히려 포용적 성장론과 방향이 같다며 물타기를 하는 듯하다. 소득주도성장론의 민낯에 분칠하는 모습이다.
생산성과 무관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획일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경직적인 근로시간 단축…. 지난 1년간 각종 정책들이 현실에 구현됐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빈곤층 소득은 역대 최저치, 고용대란 속 일자리 창출규모는 예년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모두 정책실패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정책과 현실의 괴리는 분명해 보인다.
교조화된 이념이 경직된 정책을 낳는다. 획일화된 정책이 시장을 왜곡한다. 설익은 경제모델을 성역화한 후 이를 현실에 억지로 적용하는 모습, 시장의 역습을 자초하는 일이다. 반백년전의 드라마틱한 반전처럼 정책이 과녁을 빗나갔다면 실책을 인정하고 신속히 경로를 전환할 일이다. 경제정책은 타이밍의 예술, 정책기조의 전환은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