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거리는 엄마, 허리도 무릎도 아닌 '고관절' 문제

  • 등록 2023-02-03 오전 6:41:44

    수정 2023-02-03 오전 6:41:44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오래전부터 하숙집을 운영해 온 전씨(여· 74)는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많은 가사 노동으로 인해 주로 팔과 어깨가 아팠지만 최근에는 허리부터 내려오는 하체 통증에 걸음까지 불편하여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다. 자녀들의 적극적인 권유로 척추관 협착증 시술도 받았지만 골반에서 이어지는 다리 통증은 점차 심해졌고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고관절증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 엉덩이가 찌릿찌릿, 허리 질환과 혼돈되는 고관절 질환

엉덩관절이라고도 부르는 고관절은 엉덩이에 위치한 골반 뼈와 다리 뼈(대퇴골)를 연결하는 관절로 양쪽 사타구니 부위에 위치한다. 고관절은 척추에서 골반으로 내려오는 체중을 지탱하고, 걷기와 달리기 같은 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이곳에 질병이 생기면 엉덩이 쪽 골반과 사타구니 부위에 통증이 생기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절뚝거리게 된다.

‘하체가 저리고 엉덩이 부위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며, ‘앉았다 일어설 때 엉치가 뻐근하고 당기는 느낌’이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 협착증의 증세와도 비슷하기 때문에 방치하게 될 경우 자칫 병을 키울 수가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정형외과 윤형조 전문의는 “허리에는 다리로 내려가는 여러 신경이 있기 때문에 신경을 건드리는 척추 질환이 발생하면 고관절 질환과 유사한 하체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퇴행성 질환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고령의 환자들에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관절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탈구나 골절, 충돌증후군,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등이 있으나 나이가 들면서 연골이 닳고 관절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퇴행성 고관절염이 가장 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소분류 통계에 따르면 고관절증 환자는 2019년 8만9천명에 이르렀다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방문이 줄어들면서 8만5천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사회적 활동이 늘어나면서 2021년 8만9천명으로 또다시 증가하고 있다. 성별로는 여성이 5만4천명, 남성이 3만5천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월등히 많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59.4%로 가장 많았으나 50대도 21%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일상 생활이 어려울 경우 ‘인공 고관절 치환술’이 효과적

고관절은 몸 속 깊숙이 자리하며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에 쌓여 있어 질환의 증상을 놓치거나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초기에는 무리하게 걷거나 운동을 하면 사타구니 주위에 가벼운 통증을 느끼고 조금 쉬면 나아지기 때문에 근육통이나 다른 질환으로 오해하여 방치하기도 한다.

퇴행성 고관절염은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과 물리 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로도 통증이 심하여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고관절의 구조적 변형이 생겼을 때는 인공 관절로 바꿔주는 수술적 치료를 해야 한다.

인공 고관절 치환술은 손상된 고관절의 일부를 인공물로 대체하여 통증을 감소시키고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케 하는 치료 방법이다. 고관절염, 골절, 고관절의 이형성증, 선천성 고관절 탈구 등 고관절 통증이 심하게 발생하여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 시행한다.

윤형조 전문의는 “최근에는 인공 고관절의 치환면이 세라믹으로 개발되어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고, 수술 후 10년 동안 일상생활과 직장생활에 문제 없는 확률이 98% 이상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이 심한 경우에는 30~40대에서도 시행한다”고 말했다.

고관절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체중관리가 중요하다. 몸무게가 늘어나면 고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하고 비만에 따른 각종 염증성 질환을 동반하여 관절을 빠르게 손상시킨다. 바닥에 앉는 좌식생활 보다는 침대나 의자를 이용하고 관절 주위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고단백 식사와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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