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임종룡의 거친개혁

  • 등록 2016-03-03 오전 7:01:00

    수정 2016-03-03 오전 7:01:00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부장] 핑안(平安)은 중국경제의 고도성장을 상징하는 대표 금융그룹이다. 1988년 직원 13명으로 시작, 28년만에 직원 21만명 자산규모 820조원의 글로벌 100대 기업으로 도약했다. 비약적인 성장의 배경엔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핑안의 인사와 보상체계는 웬만한 글로벌 기업보다 유연하다. 직원 보수중 기본급 비중은 단 30%,나머지 70%는 실적과 연동된 성과급이다. 직급과 직무간 인력운용도 원활하다. 임원을 하다 실적이 부진하면 부장으로 내려가고 성과를 내면 다시 임원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실적에 연동된 보상과 인사, 바로 성과주의 문화의 전형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착한 개혁’을 넘어 ‘거친 개혁’을 향해 질주한다. 은행권 성과연봉제 도입을 금융개혁 2라운드의 핵심과제로 제시하고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다. 핑안그룹 처럼 실적에 따른 보상과 인사를 통해 무기력에 빠진 은행 조직에 활기를 불어 넣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포석, 비장감이 감돈다.

“전체 인력의 30%는 프리라이더(free rider·무임승차자)들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토로한다. 조직을 맡아 내부를 들여다보니 성과와 무관하게 책정되는 직원의 급여체계에 할 말을 잃었다고 한다.전체 급여의 90%이상이 기본급. 대기발령 직원의 월급도 일반 직원과 큰 차이 없을 정도니 조직엔 보신주의, 무사안일이 팽배할 수밖에 없다.

국내 은행의 조직문화는 참 경직적이다. 적당히 일해도 월급봉투는 두둑하고 일정 직급까지 오르는데 문제 없다. 연공서열에 따라 전체 급여의 평균 88%는 호봉에 따른 정액급여. 그 결과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아프리카 후진국 수준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직원 1인당 연봉은 8800만원에 달한다. 생산성이 비슷한 500인 이상 대기업 직원(5996만원)의 1.5배다.(2014년말, 공공알리오) 성과와 보상의 완벽한 미스매치다.

그렇다고 방만한 조직에 메스를 들이대는 건 녹록지 않다. 노조 동의 없이 단체협약을 뜯어고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기관장들은 한낱 지나가는 나그네. 단명(短命)의 CEO에게 협상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력한 지배주주가 없어 정부가 주인행세를 하는 은행이나 금융공기업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고질적 관행이다.

돌이켜보면 이 같은 적폐는 정치권과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금융권의 주요 포스트를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정치권력과 퇴직 후 노후보장용으로 생각하는 경제관료. 정치금융, 관치금융의 어두운 그림자다. 이들을 등에 업고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기관장과 이를 빌미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한 노조. 공존공생, 야합의 앙상블이다.

임종룡의 거친개혁은 그래서 노조와의 일전(一戰)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치금융과 관치금융의 얼룩진 사슬을 끊을 수 있는 과단성을 필요로 한다. 금융기관 CEO에겐 노조에 대한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카드를, 정치권과 금융당국엔 오랜기간 은행의 자생력을 떨어뜨려왔던 각종 반칙과 변칙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동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은행권 성과연봉제 도입은 결국 정치금융, 관치금융의 적폐를 청산하는 일과 맥을 같이 한다. 성과주의 도입의 관건은 객관적인 평가체계를 확립하는 일. 노조 반발을 무마하고 설득과 독려를 통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정치권과 정부부터 변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반칙과 변칙이 난무한 금융 현실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성과주의 문화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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