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가 출범한 2003년은 한국경제의 변곡점이었다. 이때를 고비로 국내 경제성장률이 기조적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돌기 시작했다. 고용없는 성장이 처음 나타난 해이기도 하다. 당시 3%의 성장에도 고용증가율은 0%. 경제의 성장엔진이 급격히 식어가고 성장의 고용창출력이 약화되는 구조적 전환기였다.
대응은 미흡했다.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창출’, 참여정부의 대표 슬로건이 등장했지만 공허한 울림일 뿐이었다. 규제완화를 통한 혁신도 일자리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육성도 구호에 그쳤다. 노동시장과 산업구조의 개편은 언감생심. 노동계의 반대에 막혀 단선적인 대책에 급급하다 모두 유야무야됐다.
불행히도 문재인정부에서도 이 같은 정책리스크가 재연될 조짐이다. 집권 1년간 표면적인 경제성적표는 이미 낙제점에 가깝다. 지난해 3.1% 성장을 했다며 자화자찬이지만 세계경제성장률(3.8%)과의 격차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일자리정부를 표방하면서도 고용증가율은 1.2%로 2010년대(2010∼2016년) 평균(1.6%)수준을 하회한다.
본질적인 문제점은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 투입의 한계, 생산성 정체로 경제의 저성장기조는 고착화된 상태. 하지만 경제체제 혁신을 위한 구조조정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시장개혁도, 규제혁파와 산업진흥을 통한 성장모델 개발도 모두 찾아볼 수 없다. 단기적이고 미봉차원의 대책만 있을 뿐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는 형평과 명분, 경제는 효율과 실리다. 편향된 정치논리로 경제문제에 접근하면 혼란과 부작용은 심화된다. 경제의 과잉정치화, 성역화된 정책, 설익은 정책실험의 연속…. 이념의 경직성이 시장의 유연성을 짓누르고 있다. 물론 그 부담은 국민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