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종성 장병호 기자]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오후 7시가 지나자 건물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미리 대기 중이던 ‘하우스 어셔’(공연장 안내원)들은 사람들이 올 때마다 1m 이상 거리를 유지하며 줄을 서도록 안내했다. 안내원은 줄을 선 사람 한 명씩 일일이 체온을 재며 문진표를 건네줬다.
이날은 뮤지컬 ‘베르테르’의 개막일. 당초 이 작품은 지난달 28일 막을 올리려 했으나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민간 공연장에도 한 칸씩 띄어앉는 ‘거리두기 좌석제’(객석 띄어앉기)를 시행하면서 제작사인 CJ ENM은 개막일을 사흘 늦춰 시스템을 정비한 뒤 문을 열었다.
| 뮤지컬 ‘베르테르’가 열리는 광림아트센터 내부 바닥에는 관객들이 스스로 1m 간격을 유지하며 줄을 설 수 있게 빨간색 테이프로 ‘위치’를 지정해놨다(사진=윤종성 기자) |
|
‘베르테르’ 공연이 열리는 8층 BBCH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도 안내원을 배치해 정원이 10명이 넘지 않게 철저하게 관리했다. 건물 내부 바닥에는 관객들이 스스로 1m 간격을 유지하며 줄을 설 수 있게 빨간색 테이프로 ‘위치’를 지정해놨다. 공연장에 입장할 때는 두 명의 안내원이 티켓과 문진표, 신분증까지 확인하는 등 빈틈 없는 방역을 보여줬다. 베르테르 역의 규현은 공연 후 무대인사에서 “무대에 오르기까지 걱정 많이 했는데 무사히 극이 올라와 다행이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같은 날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이 곳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도 ‘객석 띄어앉기’를 위해 한 차례 공연을 중단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최근에야 다시 공연을 재개했다. 1700여 석 규모의 대극장임에도 관객이 줄어 로비는 한산했다. 그럼에도 안내원들은 평소보다 더 분주하게 움직이며 관객들에게 꼼꼼하게 안내사항을 전달했다. 핸드폰 전원 끄기, 음식물 섭취 및 사진 촬영 금지 등 기본적인 내용은 물론, “마스크를 코까지 올려 착용해 달라”고 신신당부 하는 등 세세하게 챙겼다.
밝고 에너지 넘치는 ‘킹키부츠’이지만 공연 내내 객석 분위기는 차분했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됐을 때는 한 칸씩 띄어앉아 있던 관객들이 대부분 기립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러나 함성은 없었다. 공연 전후 이벤트도, 공연 중 환호성도 없어 다소 밋밋할 수 있었지만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건강과 안전을 위한 조치이기에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한 관객은 “예전 같았으면 소리도 지르며 신나게 봤을 공연인데 그럴 수 없어 아쉽다”면서도 “이렇게라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뒤 공연계는 공연장 안팎에서 방역 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공연이 멈추는 ‘최악’을 막기 위해 제작사와 공연장뿐 아니라, 관객도 힘을 모아 엄격하고 까다로운 안전 수칙들을 엄수하며 공연장을 지켜내는 모습이다. 오는 9일 개막하는 뮤지컬 ‘캣츠’의 경우 예매가능 좌석과 홀딩석으로 나눠 유동적으로 좌석을 운영하는 신개념 ‘객석 띄어앉기’를 도입하는 등 제작사들이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도 눈에 띈다.
공연계 관계자는 “관객들의 안전한 공연 관람을 위해 매일 정기적으로 공연장 내·외부를 소독하고, 문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예방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공연을 치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 뮤지컬 ‘킹키부츠’가 공연 중인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전경(사진=장병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