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정부의 어설픈 `친서민` 마케팅

  • 등록 2010-08-06 오전 10:02:05

    수정 2010-08-06 오전 10:02:05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친중소기업정책으로 국정운영의 방향타를 돌리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기업에 대한 질타를 신호탄으로 범 정부차원의 대기업 때리기와 백가쟁명식 중소기업 지원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친기업기조에서 친서민쪽으로 국정운영의 틀을 전환하면서 나온 이벤트성 선심정책이란 분석도 있고, 소수의 특정집단을 희생양으로 정치적 난관을 돌파하려는 정치공학적 기교라는 비판도 있다. 표면적인 이유야 어떻든 친서민정책이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골고루 배분하기 위한 사회통합적 정책이란 점은 틀림 없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이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는 다소 이례적인 듯이 보인다. '비즈니스 프렌드리(business friendly)'를 표방하며 이전 정권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노선을 통해 정권을 잡은 그였다. 고도성장기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우며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오른 그는 누구보다 대기업에 친화적이다. 그래서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격" "뒤통수를 때리는 게 아니냐"며 재계가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한꺼풀 벗겨보면 이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공감이 가는 면도 분명히 있다. 자신의 권력기반의 한 축이었던 대기업에 대한 실망감, 한발 더 나아가 배신감도 크게 작용했을 터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전국경제인연합회 방문때 "기업환경은 조성해줄테니 일자리창출과 투자를 늘려달라"고 대기업 총수들에게 직접 주문했다.

실제 감세정책도 고환율정책도, 출자총액제한 철폐 같은 각종 규제개혁정책 등 현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은 결국 대기업들에게 가장 큰 혜택이 돌아갔다. 그럼에도 경제위기 극복의 과실이 경제 전반에 확산되지 않은채 대기업과 일부 부유층에게만 돌아가면서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니 대통령 스스로 화가 날만도 하겠다.

문제는 이같은 정책노선의 전환이 일반 국민들에겐 명백히 정치적 목적을 위한 대중영합주의, 이른바 포퓰리즘(populism)의 산물로 '투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 경제통들조차 "경제앞에 이념이 너무 들어갔다" " 대기업이 투자를 안 한다고 하는데 투자여건도 만들어 주지 않고 어떻게 몰아붙이냐" 며 힐난하고 있을 정도다. 그의 친서민 행보는 분명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후 갑작스럽게 부각됐고 7.28 재보선에서 여당이 승리한 후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정치논리에 분명 정책이 녹아들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정책은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이다. 본질적으로 정치논리를 완전히 배제한채 순수한 경제논리에 따라 이뤄지는 정책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정책이 포퓰리즘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지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정책의 신뢰성(credibility)은 뚝 떨어지고 해당 정책으로 손해를 보는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primary stakeholders)의 조직적인 반발로 정책의 실현가능성(feasibility)은 크게 약화된다. 정책의 본질과는 무관하게 해당 정책에 대한 설득력은 약해지며 정책의 진정성과는 관계없이 사실관계조차 뒤틀려 대중에게 전파된다. 정책은 더 이상 정책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정치 논리에 따라 윤색되고 왜곡될 수 밖에 없다. 지금 '이명박표 친서민정책'이 바로 이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이는 곧 현 정권이 그토록 강조하는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 전략(communication strategy)에 문제가 있음을 극명히 보여준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6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분기점으로 중도실용주의를 표방하며 서민속으로 파고 들었다. 불과 두달전인 지난 6월에는 하반기 경제운영의 핵심 축으로 친서민정책기조를 제시하며 서민들을 어루만지는 정책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래도 최근 일련의 친서민정책카드가 즉흥적인 이벤트로만 비쳐지고 있는 건 바로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홍보전략이 부실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대기업 계열 금융사의 고금리에 대해 직접 간섭하고, 불분명한 팩트(fact)로 기업들의 투자부진을 질타한 이 대통령의 대기업 비판이 어설픈 정치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을 세련되게 포장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책은 어떻게 디자인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는 더욱 절실한 과제다. 상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마케팅전략이 형편 없으면 그 상품은 빛을 발할 수 없듯 고도화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없으면 산적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미묘한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한눈에 훤히 드러나는 즉흥적인 정치이벤트가 아닌 정책의 소비자인 국민들을 절묘하게 설득할 수 있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틈만 나면 소통을 강조하는 이 정권이 국정운영의 중심기조로 표방하고 있는 바로 이 친서민정책에 대한 마케팅 전략은 왜 이렇게 거칠고 어설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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