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의 오락가락 메시지..정책 신뢰성 '뚝'↓

'출구전략 임박 → 기존 스탠스 유지 → 출구전략 임박'
정책전환과정에서의 혼재된 신호..치고빠지기식 발언 비판
시장 요동..경제불확실성 심화..정책 신뢰성 저하
  • 등록 2010-06-18 오전 11:35:59

    수정 2010-07-09 오후 1:41:47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잠재적 물가압력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14일 연구기관장 오찬간담회)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는 상황...세계 금융시장은 상당한 변동성을 수시로 경험" (15일 위기관리대책회의)
"물가는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18일 언론사 조찬강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의 발언이 전해진 18일 오전, 자산운용사의 한 운용역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운용역은 "혼란스럽다"고도 했다.

금리정책의 변화로 해석될 수 있는 윤장관의 상반된 메시지가 단 며칠새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시장에 혼선이 야기되고 있다.

'출구전략 임박 → 기존 스탠스 유지 → 출구전략 임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정책당국의 혼재된 신호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경제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날마다 달라지는 윤증현의 메시지

윤장관은 지난 14일 연구기관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경기회복의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는 가운데 잠재력 물가압력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리인상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윤장관이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를 공식석상에서 처음 구체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출구전략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날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앞으로 경제여건이 나아지면 물가가 움직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친절하게 부연설명까지 했다.

윤장관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시장이 움직였다. 이날 국고채 3년 지표물과 통화안정증권 2년물 유통수익률은 각각 연 3.71%, 연 3.70%로 마감, 전 거래일대비 각각 3bp씩 상승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지난주 금통위 이후 금리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윤 장관의 물가압력 발언이 전해지자 채권가격이 약세(금리상승)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15일 상황은 반전됐다. 윤장관은 이날 오후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세계 금융시장은 상당기간 상당한 변동성을 수시로 경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출구전략이 임박했다는 분석을 일축하며 기존 스탠스로 돌아간 듯한 언급이었다. 윤장관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상승세를 탔던 금리는 보합으로 마감됐고 다음날엔 아예 하락세로 돌아섰다.

사흘후인 18일 오전 윤장관의 메시지는 다시 달라졌다. 윤장관은 이날 한 언론사 조찬강연회에서 "물가는 경기회복에 따른 생산자물가의 빠른 상승 등으로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나흘전 연구기관장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나온 발언과 다시 맥을 같이 하는 셈이다.

◇경제불확실성 심화, 정책의 일관성 신뢰성 저하

재정부는 일단 현 경제상황에 대한 원론적인 발언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향후 경기가 좋아지면 인플레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사전 대응차원에서 경각심을 불어넣기 위해 그같은 발언을 한 게 아니겠느냐"며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같은 일련의 메시지가 정책 전환과정에서 당국의 정제되지 않은 입장표명이 중구난방으로 표출된 결과라며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물가발언에 대한 반향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다시 기존 스탠스를 강조하는 등 치고 빠지기식 행보로 시장의 반응을 떠보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윤장관이 며칠새 출구전략에 대한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24일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재무장관 회의 후 특파원들과 만난 그는 "저금리로 빚어진 과잉 유동성 때문에 이런 경제위기가 생겼다. 다시 한번 저금리로 이 사태를 수습하고 있어 위기를 다시 잉태하고 있다"고 말해 출구전략 시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날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귀국직후인 27일 아태지역 관세청장 회의에선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문제는 하루이틀새 터져나오는 정책당국, 특히 경제정책 책임자의 이같은 혼재된 메시지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려 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 정책당국자의 입만 바라보는 입장에서 날마다 장관의 메시지가 달라지니 포지션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혼란스럽다"며 "당국의 메시지가 상황을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혼재된 경제지표에서 특정한 스탠스를 이끌어내고 정책의 변화를 신호로 내보내는 것은 정책당국자의 몫"이라면서 "그러나 정책 책임자가 상반되게 해석될 수 있는 신호를 단시일내에 한꺼번에 내보내는 것은 결국 정책의 신뢰성만 크게 떨어뜨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韓 상공에 뜬 '탑건'
  • 낮에 뜬 '서울달'
  • 발목 부상에도 '괜찮아요'
  • '57세'의 우아美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