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껴야죠” 고물가에 잠도 포기하고 ‘마감세일’ 찾는 사람들

마감 세일시간 서울 대형마트 2곳 가보니
반찬 거리부터 가족 아침밥·안주거리 등 구매
노인들 “피곤하지만 먹고 살아야지 않겠나”
청년부터 중년 부부들도 마감세일 '오픈런'
  • 등록 2024-06-30 오후 2:00:22

    수정 2024-06-30 오후 2:36:17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김세연 수습기자] “마감시간에 장을 봐야 그나마 저렴하니깐 이 시간에 오는 거죠.”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의 한 A대형마트에서 만난 박현미(65)씨는 졸린 듯 눈을 반쯤 감고 어깨를 주무르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가 마트를 찾은 시간은 오후 10시 무렵. 물가가 워낙 비싸 마감할인을 노려 이 시간에 장을 보러 왔다는 게 박씨의 설명이다. 40% 할인하는 고등어 3팩과 목살 1팩을 장 바구니에 담은 박씨는 다른 할인 품목이 없는지 찾아 나섰다.

지난 26일 늦은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마감세일하는 즉석식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취침 시간 마트 찾은 노인들…할인율 비교해 꼼꼼 쇼핑

고물가가 이어지는 지난 26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B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이 “마감 세일하겠다”고 말을 하자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줄을 지어 축산코너로 향했다. 40% 할인 딱지가 붙은 양념고기를 잡은 하모(68)씨는 “원래는 만원 가까이 줘야 살 수 있는 반찬을 5000원에 구매할 수 있어 밤 늦은 시간 마트를 찾는다”며 “날이 더운데 마트는 시원하고 남편하고 산책하는 기분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나온다”고 말했다.

즉석 식품 코너에도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치킨부터 어묵·새우튀김·탕수육·양장피·편육·족발·순대·삼각김밥·비빔밥·초밥·샌드위치 등 다양한 음식에 최소 20%부터 최대 40%까지 할인이 들어갔다. 기존 5000원 가량의 비빔밥을 3000원에 구매한 박정선(71)씨는 “요새 비빔밥 한 그릇에 만원은 줘야 하는데 이렇게 밤에 오면 절반의 절반 가격으로 살 수 있다”며 “잠은 늦게 자지만 내일 아침밥이 해결됐으니 늦잠 잘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대형마트에서도 노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서 노인으로 추정되는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마트를 찾은 C(72)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 우리집 식비도 거의 20% 이상 올랐다”며 “피곤하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지만 더 세일하는 것 없는지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고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마감시간에 장을 보는 게 가장 경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40% 할인 딱지가 붙은 회를 산 전모(66)씨는 “낮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는 것보다 이렇게 시원한 대형마트 마감 시간에 물건 사는 게 더 저렴하다”며 “이렇게 모듬회를 1만4900원에 살 수 있는 곳이 어디 있겠나. 오늘 아내랑 소주 한잔하고 자려한다”고 강조했다.

26일 늦은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마감 할인하는 베이커리류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고물가에 청년부터 중년 부부들도 ‘마감세일’ 찾아

실제로 대형마트 직원들은 마감 시간 고객들의 방문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계산 업무를 하고 있던 성모씨는 “늦은 시간 피곤해도 일부러 마감세일 찾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수산 코너에서 일하던 D씨는 “할인율 자체가 높다보니 신혼부부부터 노인들까지 많이 찾는다”며 “워낙 물가가 비싼데 조금만 늦게 자면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부연했다.

신혼부부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야채 등을 파는 알뜰코너에서 과일을 살펴보던 김기준(32)씨는 “집에서 저녁 먹고 아내와 함께 할인하는 물건을 사러 왔다”며 “오늘은 닭강정에 맥주 한잔하고 잘 예정이다. 원래 1만4900원하던 게 지금은 1만900원”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중년층도 늦게 자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늦은 시간 마트를 방문했다. 할인 중인 생선을 살피던 안모(58)씨는 “생선류나 해물, 회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데 원가보다 30% 싸게 살 수 있다”며 “피곤한 것도 있지만 워낙 비싼 물가에 저렴하게 사는게 좋다”고 전했다. 장을 보던 김덕순(58)씨 역시 “아이 둘이 결혼해 분가를 하며 부담이 줄었어도 여전히 물가가 너무 비싸 힘들다”며 “힘들지만 앞으로도 마감 시간을 종종 이용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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