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F 2011]루빈 "모든 의사결정은 확률에 근거한다"

[Keynote Speaker Insight]실용주의적 경제관..재정건전성,무역자유화 신봉
루비노믹스,'건전재정→금리하락→성장 선순환'..90년대 골디락스 이끌어
  • 등록 2011-06-01 오후 1:00:10

    수정 2011-06-01 오후 1:38:27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그 어떤 것도 확실한 건 없다. 모든 의사결정은 확률에 근거한다.(Nothing in life is certain and that, all decisions are about probabilities)"   
로버트 루빈(Robert Rubin·사진)전 미국 재무장관이 기업과 정부를 넘나들며 지침으로 삼았던 기본 원칙은 "확실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골드만삭스에서 재정거래인으로 투자에 나설때, 정부에서 멕시코 금융위기에 직면해 구제금융을 지원해야 할때 그 어느 때나 확신에 찬 의사결정은 없었다고 2003년 자전적 회고록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미국(원제:In an uncertain world)'에서 밝혔다. 그는 대신 "모든 다양한 결과를 산정하고 각각의 경우에 따른 이해득실을 판단한 후 모든 이용 가능한 정보를 통해 결정을 했다"며 자신의 의사결정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에서나 백악관과 재무부에서나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택의 기로에 섰을때 그의 판단기준은 바로 이 같은 확률론적 의사결정이었다.          이는 하버드 경제학과 시절 존경했던 철학과 드모스(Demos) 교수의 가르침에 따른 지혜였다. 드모스 교수는 "의견과 해석은 늘 고쳐지고 발전하게 마련이다. 사상체계는 가정 가설 또는 신념에 기초를 두고 있다"며 결정론적인 세계관, 절대진리에 대한 아집을 경계했다. 루빈은 드모스 교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현상에 대한 접근방법을 "증명할 수 있는 절대적인 것은 없다"(There are no provable absolute)는 말로 요약한다.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의미에서 증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내면속에 깊이 간직하면 진리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결국 좀 더 많은 지식과 이해력에 토대를 둔 확률이나 선택에 따른 결정일 수 밖에 없다는 게 루빈의 결론이었다.        루빈의 이 같은 신념체계는 실용주의적인 경제관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가진 케인즈적인 사고방식이나 고전학파적 사고방식 그 어느 한편에 서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목표에 따라 두 가지 신념체계를 적절히 활용했다. 그는 "시장경제 체제하에선 시장의 특성을 채울 수 없는 많은 필요 사항들이 있다. 그런 필요의 한 부문을 국가가 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성장은 시장 자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는 시장의 열매를 널리 나누어주는 정책을 펴야 하고 시장만으로는 적절히 다룰 수 없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며 "정부의 그런 조치들이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려 경제성장을 가속화한다"고 정리했다. 성장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은 결국 시장경제와 시장경제가 채워줄 수 없는 부문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정부의 정책세트가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정책현실에 대한 그의 기본 관점이었다.       재무장관 시절, 그의 이같은 실용주의적 경제관은 대내적으로는 재정건전화를 통한 균형재정, 대외적으로는 무역자유화로 표출됐다. 그는 특히 레이건과 부시 집권 12년간 누적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출감소와 세금인상을 통한 재정건전화에 전력을 기울였다. 전통적인 케인즈적 사고방식은 정부지출을 줄이면 경제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는 재정이 건전하면 장기금리를 떨어뜨려 경기위축을 상쇄하고도 남을 경기 확장효과가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이른바  '루비노믹스'(루빈이 실행한 일련의 경제정책)로 집약되는 그의 경제철학의 핵심은 바로 '재정상황이 금리에 영향을 미친다'는 바로 이 같은 재정과 금리의 상관관계에 있다.    
재정과 금리와의 관계에 대한 그의 설명은 명쾌하다. '정부가 차입에 나설 경우 한 나라의 저축총량에서 민간부문이 쓸 수 있는 자금의 한도는 줄어들고 이는 그만큼 금리로 표시되는 자본의 가격을 끌어올린다. 반면 정부가 차입 대신 부채를 상환하면 저축총량에서 민간부문이 사용 가능한 금액이 늘어 금리로 표시되는 자본의 가격을 떨어뜨린다.' 이에 따라 그는 "재정패턴이 건전해지면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중동 등지의 투자자들이 달러화표시 채권수요를 늘리고 이는 금리를 끌어내려 소비지출과 기업투자를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재정건전성의 회복이 경제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금리하락을 유도하면 소비지출과 기업투자를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고용창출, 실업률하락, 생산성 향상 등의 선순환 효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반면 방만한 재정운용이 지속되면 시장은 언젠가 총저축에서 연방정부가 차입해야 할 미래의 자금수요 뿐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큰 재정 혼란(장기적인 재정악화를 엄격한 재정정책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의 위험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이미 올라간 금리에 재정위험을 반영한 '재정적자 프리미엄'까지 붙어 추가적인 금리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소비지출과 기업투자를 제약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클린턴 집권기간 내내 '재정건전성'을 국내외 경제정책의 화두로 제시한 건 이 같은 그의 경제철학과 연관이 있다.    자유무역에 대한 그의 신념도 분명하다. 그는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는 매력적일지 모르지만 자유무역의 혜택은 그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에 근거해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나 무역과 개방으로 덕을 본다"며 "각 나라들은 경제적으로는 경쟁자지만 무역은 한 나라의 성공이 다른 나라의 비용으로 전가되는 게 아니라 각 나라의 생활수준을 모두 끌어올리는 상호호혜적"이라고  정리했다. 1980년대 무역규제적인 태도를 보인 유럽과 일본이 자국 산업에 보호막을 친 결과 오히려 생산성과 성장이 더디게 나타났지만 미국은 무역자유화를 통해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재무장관시절 레이거노믹스(탈규제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레이건 행정부 이후 공화당이 주도한 경제정책)를 뛰어 넘는 이 같은 루비노믹스를 통해 미국 경제를 초유의 성장과 안정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이건과 부시로 이어지며 누적된 재정적자를 흑자기조로 돌렸고 정보기술과 벤처붐을 유도, 90년대 미국의 골디락스(goldilocks·높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를 이끌었다는 찬사도 받고 있다. 루빈의 경제관은 현 오바마 행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국가경제위원회(NEC)위원장,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이 모두 클린턴 행정부시절 루빈과 함께 일했던 이른바 '루빈사단'이다.     루빈은 그러나 과도한 규제철폐로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재무장관 퇴임후인 1999년 12월 '루빈사단'의 대표격인 래리 서머스 재무장관이 은행의 상업부문과 투자부문의 분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인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월가의 과도한 금융규제 완화 요구, 씨티그룹의 강력한 로비 등으로 글래스-스티걸법이 폐지되면서 상업은행의 증권업 겸업이 다시 허용된 결과 금융위기의 직접 원인이었던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의 근거가 약화됐다는 게 루빈책임론을 제기하는 비판론자들의 논리다. 장기간의 저금리기조를 통해 부동산 버블을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은 앨런 그린스펀 전FRB의장이 퇴임 후 도마위에 오른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 불확실성의 시대를 관통하는 필승해법, `세계전략포럼(www.wsf.or.kr)`에서 찾으세요. 6월14~15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리는 이번 세계전략포럼에는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루빈을 비롯해 세계 3대 미래전략가인 리차드 왓슨, 경영의 현자로 불리는 램 차란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략가들이 참석해 독창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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