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관가 일각에선 '임태희-최중경' 체제로 거듭난 청와대 정책라인이 실질적인 경제사령탑으로 부상하면서 경제정책 전반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특히 임 내정자는 정무적 역할 뿐 아니라 여당 정책위의장, 고용노동부 장관 등 풍부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정책분야도 꼼꼼히 챙길 가능성이 높아 임-최 라인이 주도하는 청와대 정책라인의 힘은 더욱 막강해질 것이라는 게 관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임 내정자와 최 수석은 서울대 경영학과 동문이다. 75학번인 최 수석이 76학번인 임 내정자의 1년 선배다. 최 수석은 행시 22회, 임 내정자는 24회로 관료생활도 최 수석이 먼저 시작했다.
이 같은 이력 때문에 비록 최 수석이 대학과 관료생활 모두 선배지만 후배인 임 수석을 보필하는데는 감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게 관가의 분석이다.
물론 한꺼풀 벗겨보면 둘 사이엔 미묘한 긴장감도 흐른다. 정부의 역할에 대한 둘의 시각차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임 내정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시장주의자다. 대통령실장으로 내정된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 시대는 지나갔다. 정부가 민간 부분의 발목만 잡지 않으면 민간이 더 잘 할 수 있다"며 특유의 성향을 드러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둘 사이 긴장의 접점은 환율문제에서 드러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임 내정자는 관료시절 국제금융국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점에서 환율문제에 대해서도 뚜렷한 소신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임 내정자는 환율문제 역시 기존 포지션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 점진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면서 "환율문제에 대해 주관이 뚜렷한 최 수석과는 다소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둘 사이의 관계는 '부조화(不調化)속의 화음(和音)'을 통해 청와대 정책라인의 힘을 배가시킬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시장주의자로서 임 내정자의 온건 합리적 성향과, 정부 주도의 역할을 강조하는 최 수석의 강성 이미지가 내부적으로는 다소 부조화를 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30년 넘는 둘 사이의 친밀한 관계는 정책적 이견을 뛰어 넘어 청와대 비서실을 명실공히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