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이준기 특파원] “미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매우 불확실합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시장의 판을 바꿔놨다. 연준은 예상을 뛰어넘는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모드를 보였지만, 최근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증시는 다소 뒷걸음질 쳤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재개로 기대감이 커지는 와중에 파월 의장이 직접 나서 ‘V자 반등’은 기대하지 말라는 점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대형 IT 대장주들이 이끄는 나스닥 지수만 1만포인트를 처음 돌파했을 뿐 다우존스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는 이틀째 하락했다.
예상보다 비둘기 색채 드러낸 연준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9~10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현행 제로금리(0.00~0.25%)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시장은 당초 5월 고용지표 서프라이즈와 최근 증시 과열 양상 등을 들어 연준이 경기 전망을 개선하지 않을지 우려해 왔다. 너무 많이 뿌려놓은 돈을 조금씩 거두겠다는 신호만 줘도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 충격이 올 수 있는 탓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이날 따로 나온 점도표(dot plot) 역시 비둘기 모드였다.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이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찍어 제시하는 것이다. 이번 전망치 중간값은 2022년 말까지 0.1%로 나왔다. 이때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연준은 이와 함께 무제한 양적완화(QE) 유지를 천명했다. 향후 몇달간 국채 등의 보유를 늘려 유동성을 계속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연준이 채권 매입 규모를 일부 줄일 수 있다는 시장의 걱정을 불식하는 조치다. 연준은 “미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범위의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 회복 매우 불확실” 냉정한 진단
연준이 ‘무엇이든 하겠다’고 했음에도 증시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던 것은 파월 의장의 냉정한 진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경제 회복 속도는 코로나19 방역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며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매우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경제 활동이 재개되기는 했지만 아직 매우 미약한 상태”라며 “완전한 회복은 사람들이 경제 활동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때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 미국 각 주들이 경제 문을 열고 때마침 5월 고용지표 서프라이즈까지 겹치면서 한껏 올라간 기대감을 단박에 누그러뜨린 셈이다.
이날 S&P 지수 내에서 정보통신주(1.7%↑)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하락했다. 에너지주(4.9%↓), 금융주(3.7%↓)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충격을 우려한 파월 의장의 발언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나스닥은 일부 초대형 기술주의 약진 속에 유일하게 상승하며 사상 첫 1만선을 넘어섰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일제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테슬라는 무려 8.97% 상승 마감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 현재 한국 증시도 미국과 비슷한 흐름이다. 코스피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07% 하락한 2194.13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0.96% 상승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