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순수 전기차 EQC 200대를 쏘카 차량공유 서비스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 서울, 경기 지역에 80대를 시작으로 7월까지 제주를 포함해 총 200대를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벤츠가 쏘카에 EQC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판매 부진에 따라 밀어내기 형태로 평가한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에 벤츠 전기차를 타보게 하는 마케팅 효과도 노린다.
EQC는 지난해 10월 국내 데뷔했다.벤츠가 첫 순수전기차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 4월까지 47대 파는데 그쳤다. 1억500만원에 달하는 높은 가격에다 효율이 떨어져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한 게 주요원인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모델인 테슬라 모델X에 성능도 대부분 뒤졌다.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한국환경공단의 성능평가를 받아야 한다. EQC는 해당 평가에서 저온 주행거리 기준 미달로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영하 7도에서 주행거리(1회 충전 기준)가 상온일 때의 60% 이상이 돼야 한다. EQC는 상온의 55.3%에 해당하는 171km를 기록했다.
최근 벤츠코리아는 EQC 인증을 새롭게 신청했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기존 309km에서 308.2km로 바뀌었다. 대신 저온 주행거리가 171km에서 270.7km로 대폭 늘었다. 배터리 관련 소프트웨어를 손 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조금 지급 신청절차를 밟고 있다.
보조금 지급은 부진한 EQC 판매를 회복할 키다. 만약 새롭게 인증을 받게 되면 기존 재고를 빠르게 처분해야 한다. 벤츠가 쏘카와 EQC 공급 계약을 체결한 주요 이유로 분석된다.
EQC는 1회완전충전시 주행거리가 309km다. 인기 급상승 중인 테슬라 경쟁 모델은 평균 400km 내외의 주행거리와 비교하면 100km 이상 차이가 난다. 쏘카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자는 주행거리가 길지 않다. EQC의 짧은 주행거리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쏘카가 벤츠 EQC 공급 계약을 승낙한 이유다.
벤츠는 내연기관 차량 중 최고 브랜드로 평가 받는다. 세계 첫 내연기관 차량을 개발한 회사다. 문제는 전기차다. 경쟁 브랜드에 비해 한 발 늦은데다 벤츠 만의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엔진을 떼어내고 전기모터를, 연료 탱크 대신 배터리를 장착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테슬라 같은 전문 메이커에 비교하면 대부분 뒤진다. 지난 100년간 자동차 시장의 신기술은 벤츠가 주도했다. 전기차는 벤츠가 관련 기술을 따라가는데 그친다.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QC는 두 개의 전기모터를 장착한다. 최고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78.0kg.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데 5.1초면 충분하다.
EQC는 최소 4시간부터 빌릴 수 있다. 4시간 기준 3만8000원(보험료 별도)만 지불하면 된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 모델과 달리 주행거리당 주행 요금이 청구되지 않는다. 대여 시간이 길어지면 가격은 더 내려간다. 주중 24시간 기준 9만6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