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주오 김아름 기자]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에 890억원을 입금하면서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불씨를 살렸다. 다만 이는 금융당국, 채권단과 약속했던 자구안을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특히 티와이홀딩스가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SBS 주식 117만2000주를 담보로 330억원을 차입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SBS를 놓을 수 없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추가 자구안을 통해 채권단을 설득해야 하는 태영그룹으로서는 풀어야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다. 윤세영 창업회장 등 사주일가의 사재출연과 지주사 티와이(TY)홀딩스의 지분 담보 제공 규모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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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그룹은 이날 추가 자구안 제출과 관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자구안은 채권단을 설득할 마지막 카드로 여겨진다. 이런 탓에 티와이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과 사주일가의 사재출연 등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티와이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은 채권단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티와이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윤석민 회장으로 25.4%를 보유하고 있지만 윤 회장의 배우자인 이상희 씨(2.3%)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더하면 지분은 33.7%로 늘어난다. 여기에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29.2%)를 합치면 우호 지분은 60%를 넘는다.
태영그룹은 그동안 사주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윤 창업회장의 지분(0.5%)을 담보로 제공하거나 사주일가의 지분 대신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자사주를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SBS 등 알짜 계열사는 남기고 태영건설만 포기하는 ‘꼬리 자르기’를 방지하기 위해 오너 일가의 지분담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재출연 규모도 관심거리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채권단은 사주일가의 사재출연을 워크아웃 개시의 필수조건으로 요구했다. 2012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그룹 회장은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각해 22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현재 태영그룹 사주일가의 사재출연은 68억원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어 여전히 ‘자기 뼈를 깎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자구안이 이행이) 처음보다 진전이 있었지만 그런 부분(사재출연)이 부족하다는 게 채권단의 시선”이라고 꼬집었다. 채권단도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개시되려면 기본적으로 사주일가가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워크아웃 개시 후 3개월 동안은 실사를 진행하는 데 이 기간에 상거래 채권 결제가 이뤄져야 해서 현금이 필요하다. 그래서 사주일가의 사재출연을 요구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