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찔려 숨 꺼져가는 순간에도 폰 들었다…범인은 [그해 오늘]

마포 주택가서 흉기 살인 저지른 40대 남성
사건 발생 5시간 만에 경찰에 덜미
피해자와 평소 채무관계로 갈등
  • 등록 2024-02-22 오전 12:00:16

    수정 2024-02-22 오전 12:00:16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지난 2022년 2월 22일 오후 6시 33분쯤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주택가 건물 계단에서 40대 남성이 흉기에 찔려 살해됐다. 해당 주택건물 2층에 입주해 건설업체 임원으로 일하던 A씨가 퇴근하는 길에 변을 당한 것.

서울 마포구 주택가에서 40대 남성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50대 남성 장모씨가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흉기에 찔린 A씨는 숨지기 전 직접 경찰에 전화를 걸어 신고했고, 당시 A씨의 범행을 목격한 행인도 그를 도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A씨를 발견하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A씨는 끝내 숨졌다. 현장에 A씨 외에는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난 범인은 50대 남성 장 모씨였다. 그는 범행 직후 차를 몰고 인천 서구의 주거지 인근으로 달아났다가 약 5시간 만에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장 씨는 체포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이 둘은 채무관계로 얽혀 있던 사이였다. 채무 변제를 요구하는 장 씨에게 A씨가 채무가 없다고 반박하는 과정에서 둘의 갈등은 심화됐다. A씨는 장 씨와 수년 전부터 공사 미수금 채권을 둘러싼 채무 관계로 갈등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는 사건 전날에도 A씨가 머물던 2층 사무실을 찾아 채무 문제를 따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A씨는 장 씨를 주거침입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사건 당일 장 씨는 준비한 흉기로 A씨를 수십 차례 찔러 살해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A씨는 복부와 목 부위에 치명상을 입고 사망했다.

그 해 7월 25일 서울 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안동범)는 국민참여재판에서 살인 혐의를 받는 장 씨에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10년 부착, 폭력 치료강의 12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해 법정 공방을 지켜본 후 피고인의 유·무죄에 평결을 내리고 재판부가 이를 참고해 판결을 선고하게 된다. 이날 장 씨의 국민참여재판에는 배심원 7명과 예비배심원도 1명이 참여했다.

재판부는 “장 씨가 공소사실에 대해 자백하고 있고 제출된 보강 증거 등을 고려하면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는 인정된다”고 밝혔다.

양형 의견에서는 배심원 의견이 갈렸다. 배심원 2명은 장 씨에게 징역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지만 1명은 징역 30년, 2명은 25년, 1명은 징역 20년 1명은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는 “장 씨는 피해자와 금전 관계로 다투던 중 피해자가 돈을 달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자 미리 준비한 칼로 피해자를 수십회 찌르는 잔혹한 방법으로 살인했다”며 “어느 누구도 처분할 술 없는 절대성과 존엄성을 가진 생명을 참담하게 뺏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씨는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고 유족도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피해자로부터 돈을 돌려 받지 못해 찾아가 협박 목적으로 흉기를 가져갔거나 피해자와의 몸싸움 도중 범행을 저질렀다고 해도 유리한 정상이라 판단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재범위험성평가 결과 위험 수준이 높고 수차례의 폭력 전력 등을 종합하면 폭력에 대한 절제가 부족하다”며 “범행 이후에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을 종합하면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장 씨는 최후 진술에서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구며 “죽을 죄를 지었다”며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저는 그런 성향이 아니다”고 말했다.

장 씨는 선고가 내려지자 눈을 감은 채 머리에 손을 짚으며 주저앉아 있다가 법정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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