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배우 '대박', 제작사 '쪽박'… K콘텐츠 열풍의 그늘

수십억 출연료에 제작사 휘청
출연료 비싸도 인지도 높은 스타 선호
OTT '쩐의 전쟁'으로 제작비 천정부지
드라마 잇단 흥행에도 제작사는 적자
"악순환 벗어나려면 러닝개런티 도입"
  • 등록 2024-02-22 오전 6:00:00

    수정 2024-02-22 오전 6:00:00

(그래픽=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회당 출연료 10억, 제작비 1000억 시대.’

K콘텐츠 열풍으로 콘텐츠 제작 시장의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성장통이 뒤따르고 있다. 제작비 급등과 작품의 포화로 편성 받지 못한 작품이 쌓이면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611억원, 영업손실 3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대행사’부터 ‘닥터 차정숙’, ‘킹더랜드’, ‘웰컴 투 삼달리’ 등 연이어 흥행을 터뜨린 SLL 마저 4분기 연결기준 매출 1304억원, 영업손실 415억원을 기록했다. 소규모 제작사는 말할 것도 없다. 작품 제작은커녕 폐업하는 제작사도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 A씨는 “국내와 시장 규모가 다른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들어오고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했다”며 “출연료와 제작비가 국내 시장에 맞지 않는 수준으로 상승하다 보니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징어게임’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출연료 높아도 글로벌 스타 선호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제작비는 회당 3억~5억원에 그쳤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쿠팡플레이, 애플TV, 디즈니+ 등 자본력을 갖춘 OTT가 쩐의 전쟁을 벌이면서 회당 제작비는 10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 이상으로 치솟고 있다. 글로벌 흥행작 ‘오징어 게임’ 시즌2의 제작비는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 급등의 주된 요인으로는 배우의 출연료 상승이 꼽힌다. 출연 배우에 따라 방송사 편성과 OTT 계약, 해외 판권의 단가가 달라지는 만큼 높은 금액을 지불해서라도 국내외 인지도를 갖춘 톱배우를 출연시키려고 해서다. 자본 규모가 상당한 글로벌 OTT가 국내 방송사보다 높은 금액의 출연료를 제시하며 배우의 몸값을 올리는 것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톱배우 B씨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출연하며 회당 10억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제작업계는 OTT의 출연료를 방송사가 맞추기 어려울뿐더러, OTT 수준에 맞춰 올라간 출연료를 낮추기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배우의 높은 출연료가 소수에게만 해당한다는 것도 문제다.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 C씨는 “기사에 나오는 수억원대 출연료를 받는 것은 소수의 배우일 뿐”이라며 “주연 배우의 몸값을 맞추다 보면 조·단역 배우들의 출연료는 더 낮아지고, 등장인물을 줄이게 되면서 결국 역할이 없어지기도 한다”고 업계 내 불평등을 짚었다.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국장도 높은 출연료를 받는 배우들은 극히 일부라고 동의했다. 송 사무국장은 “최저 시급은 도입되고 있는데 최저 출연료라는 것은 없다”고 꼬집으며 “최저 금액도 받지 못하는 배우들을 위해 어느 현장에나 도입할 수 있는 ‘등급 출연료’를 전문가와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오징어게임 시즌2’ 스틸컷(사진=넷플릭스)
◇“러닝 개런티 도입돼야… 정부 지원도 절실”


문제는 업계 내 불평등이다. 특정 배우의 출연료가 드라마 수익을 넘어서고, 주연 배우와 단역 배우의 출연료가 2000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제작사, 배우 매니지먼트, 방송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합의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작사와 방송사, 배우가 파트너라 생각하고 업계의 성장을 위해 이해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 A씨는 “최근 제작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새로 제작되는 드라마 편수가 많이 줄었다”며 “해외시장에서 선호하는 배우를 제외하고는 배우들도 작품이 없는 상황”이라고 현 시장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이런 현상이 지속하면 세계에서 각광받던 한국 드라마 시장은 다 죽게 된다”며 “결국 배우의 일자리도 사라지게 되는 만큼 당장 이익보다는 업계의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사 대표 D씨는 영화처럼 러닝 개런티(작품에 참여하는 감독·배우·스태프 등이 고정 출연료 외 흥행 결과에 따라 추가로 개런티를 받는 방식)가 도입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D씨는 “현재는 드라마의 성패와 관련 없이 출연료가 높게 책정된다”며 “작품 흥행에 따라 개런티를 받는 방식이 도입돼야 파트너라는 인식도 갖게 되고, 제작사와 배우 간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드라마에 투입되는 기업 광고가 줄면서 방송사는 해외 판권 판매에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배우의 작품 위주로 편성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글로벌 스타들의 몸값만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외 판매에 의존하지 않아도 제작·편성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D씨는 “내수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해외 판매에 연연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금액, 낮은 기준으로 제작비를 지원해 준다면 일부 글로벌 스타들에게만 의존하는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도 “제작사, 방송사, OTT 플랫폼, 배우 매니지먼트, 정부부처 등 업계 주체들이 모여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서로의 입장을 들어 보고 위기의식을 같이 나누며 시장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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