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이 쏘아올린 출산지원금 세제지원…총선 이슈될까[세금GO]

최상목 부총리 “근로자·기업 모두 추가 세부담 없도록”
출산지원금 원칙은 ‘근로소득’…예외적용 가능성 낮아
소득세법 개정해 비과세한도↑… 확실하지만 부작용도
법 개정 사실상 해법…3월 총선 이슈 부각 가능성 커
  • 등록 2024-02-18 오전 8:29:12

    수정 2024-02-18 오후 7:10:11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부영그룹의 1억원 출산지원금 지급 이후 윤석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세제혜택 검토’를 지시하면서 기획재정부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다만 현행 세법체계를 크게 흔들지 않고 근로자·회사 모두 세제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법 개정을 통한 비과세 한도상향이 가장 용이하기에 4월 총선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다둥이 가족에게 출산장려금 이억원을 증정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상목 “근로자·기업 모두 추가 세부담 없도록”

1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자발적 출산 지원 노력에 대해 세제혜택을 강구하라는 지시가 있어 여러 방안을 고민중”이라며 “기본적인 것은 기업이 출산지원금 지급한 경우에 근로자와 기업 입장에서 추가적 세(稅) 부담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3월초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부영은 1억원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근로소득’이 아닌 ‘증여’의 형태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근로소득이 아닌 증여 형태로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근로자의 세금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만약 8000만원 연봉 직장인이 1억원을 출산지원금을 근로소득으로 받았다면 38%의 누진세율이 적용, 총 근로소득 1억8000만원에 따른 세금은 4800만원(지방소득세 제외)이 넘는다. 다만 회사는 근로소득으로 지급할 경우 이를 손금으로 처리할 수 있어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반면 1억원을 증여로 지급하게 되면 근로자는 10%의 증여세율(1억원 이하)만 적용돼 1000만원의 세금만 납부하면 된다. 근로소득으로 받았을 때보다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다만 증여로 지급시에는 회사는 손금이나 필요경비로 처리할 수 없기에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출산지원금 원칙은 ‘근로소득’…예외적용 가능성 낮을 듯

부영그룹은 출산지원금을 증여형태로 지급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과세당국이 이를 근로소득으로 판단할 경우 부영그룹은 증여형태로 지급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제가 생각하는 대원칙은 기업이 직원에게 뭔가 줬다면, 명분이 출산지원금이든 명절수당이든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이라며 “성과 보너스 나왔는데 이를 (직원의)배우자 통장에 줬더라도 근로소득세를 당연히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근로소득세가 원칙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 실장은 회사가 근로소득으로 지급시 직원도 근로소득세로 세금을 내는 현 체계를 달리할 여지도 남겼다. 회사는 근로소득 명목으로 지급해 손금으로 인정 받고, 직원은 증여로 인정돼 근로소득 때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단 얘기다. 정 실장은 “때론 증여세와 근로소득이 둘다 동시에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며 “어떻게 해석하고 법을 보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여세와 근로소득세를 혼용하는 방식은 사실상 현행 근로소득세의 원칙에서 벗어나기에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검토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인 조사 경험이 많은 세무업계 관계자는 “부영의 출산지원금도 근로계약이 있기 때문에 지급된 비용인데 이를 증여로 해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에서는 장기근속 등을 이유로 지급되는 격려금 외에 금 등의 현물도 모두 근로소득으로 보고 과세한다”고 설명했다. 또 “증여세와 근로소득세를 혼용해 적용하는 방식도 전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득세법 개정해 비과세 한도↑… 확실하지만 부작용도 多

현재 기업·근로자에 모두에게 출산지원금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소득세법을 바꿔 비과세 한도를 늘리는 것이다. 기업은 출산지원금을 비용으로 인정 받아 법인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근로자 역시 비과세 한도 만큼 세제혜택을 받기에 근로자와 기업 모두 세부담이 줄어든다.

다만 이는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기에 4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3월 총선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크다.

앞서 정부는 2023년 세법개정안에서 기업의 출산지원금 한도를 월 10만원에서 월 20만원(240만원)으로 2배 상향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표했고, 이를 국회에서 처리했다. 이로 인해 올해부터는 출산지원금 비과세 한도가 240만원으로 늘었다. 만약 부영이 지급한 1억원 모두 근로자에게 세제혜택을 부여하겠다면 비과세 한도를 1억원으로 늘도록 소득세법이 개정되면 된다.

실제 국회에도 비과세 한도 상향 법안이 다수 올라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유경준 의원이 출산지원금 비과세 한도를 월 100만원으로 늘리는 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산지원금에 한해 전액 비과세하는 법안을 내놨다.

비과세방식 외에 세액공제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근로자 세금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도 조세특례제한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에 3월 정부 발표 후 역시 총선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현장에서는 부작용도 우려한다. 만약 출산지원금에 대해 한도 없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면 가족기업을 활용해 손쉽게 악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인 대표가 출산에 맞춰 자신의 자녀를 가족기업 직원으로 채용 후 거액의 출산지원금을 지급한다면 이는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악용여지 등)여러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다 고려해 추진해야 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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