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7862건→3935건으로 줄여…경찰, 병합수사로 효율 높인다

실제 대구청서 병합수사로 37명 검거 성과
사건 초기 연관성 분석해 적극 병합
"초국경, 비대면 특성 사기범죄는 단건 수사 의미 없어"
  • 등록 2024-05-31 오전 6:00:00

    수정 2024-05-31 오전 6:00:00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대구경찰청 형사기동대가 수사한 ‘골든 트라이앵글(라오스·미얀마·태국 접경지역) 거점 투자사기’ 사건은 원래 전국 각 경찰관서에서 311건을 나눠 중복수사하던 건이었다. 이를 하나의 사건으로 병합한 결과 단기간에 총책 등 37명을 검거(19명 구속)하고 전원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성과를 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올해 1~5월 2만7862건의 사건을 3935건으로 병합해 사기범죄 수사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청 (사진=이데일리DB)


경찰은 기존 ‘단건 수사’ 체계에서 전국 사건의 범행 단서를 취합해 분석한 후 시도청 직접수사부서를 중심으로 집중 수사하는 ‘병합수사’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그간 경찰서에서 수사관별로 한정된 정보로 수사를 하다 보니 범인을 특정하거나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사건이 장기화하거나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고 종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사한 사건을 접수 관서별로 중복해서 수사하다 보니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사건 처리 지연으로 이어지는 문제점도 있었다.

경찰은 병합수사 체제가 범행 초기부터 신속한 집중수사를 가능케 해 범인 검거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조기에 범인 또는 범죄 조직의 실체를 규명해 추가 피해를 예방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경찰서의 개별 수사관들의 업무부담이 감소해 다른 민생사건 처리에 수사역량을 투입함으로써 전체 사건 처리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가수사본부는 병합수사를 보다 고도화하기 위해 2024년 3월부터 6가지 신종 금융범죄(투자리딩방, 유사수신·불법다단계, 자본시장법 위반, 가상자산특별법 위반, 불법사금유으 ,로맨스스캠)에 대해 범행 단서를 범죄 유형에 맞춰 표준화했다. 이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입력하면, 범행 단서를 취합해 분석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개발했다. 5월에는 사이버사기와 피싱범죄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경찰서는 사건을 접수하면 범행 단서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입력하고, 접수사건의 범행 단서가 타 관서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이용됐는지 검색해 본청·시도청에 집중수사를 건의할 수 있다.

경찰청은 취합된 주요 범행 단서별로 연관성을 분석해 동일성이 있는 사건을 시도청 직접수사부서 위주로 넘겨 집중수사를 지휘한다. 또 경찰서 수사관이 집중수사를 건의한 사건은 해당 사건과 전국에서 취합된 사건의 단서를 분석해 동일성이 확인되면 추가로 병합·집중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경찰은 병합수사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수본은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투자리딩사기 등 주요 금융범죄 3063건을 분석한 후 78건으로 병합하도록 수사 지휘했다. 사이버사기 2만3628건을 3829건으로 병합·수사 지휘했다.

특히 피싱범죄는 다양한 범행수단이 사용되는 특성이 있다. 해외에 거점을 두고 피해자에게 전화하는 조직과 피싱범죄에 사용되는 전화번호·계좌번호 등을 유통하는 조직에 대한 집중수사 필요성을 고려해 조직별로 사건을 병합하는 체제도 구축했다. 경찰은 전국에서 접수된 1171건의 사건을 분석해 28개 조직의 범죄로 분석을 마치고, 각 시도청에 이를 병합해 집중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정기적으로 추가 분석을 통해 동일조직의 범행으로 판단되면 집중수사를 지휘할 예정이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온라인·비대면·초 국경의 특성을 가지는 사기범죄 수사에선 ‘단건 수사’는 의미가 없어 ‘병합수사’로 수사의 패러다임을 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범행 단서를 병합해 수사 성과를 낸 수사팀에게는 즉시 특진, 팀 특진 등 과감히 포상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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