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돕는다지만 흥행할수록 '역마진'…은행들의 딜레마

청년도약계좌 1차 금리 공시, 기업은행 최고 6.5%
한달 70만원 5년 적립하면 이자+지원금 더해 5000만원
예적금 금리 4~5%대 머물러, 6%대 금리 은행에 부담
  • 등록 2023-06-09 오전 6:30:00

    수정 2023-06-09 오전 9:14:41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이데일리 이명철 유은실 기자]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최고 6%대의 청년도약계좌가 출시됐지만 은행권은 탐탁치 않은 모습이다.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고금리 상품을 내놨는데 은행 입장에선 오히려 ‘밑지는 장사’로 남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자산 형성을 도울수록 역마진이 나는 상황을 대비해 은행권에서는 금리 결정을 두고 눈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달에 70만원씩 부으면, 5037만원 ‘목돈’

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국민·대구·부산·광주·전북·경남 11개 은행은 오는 15일 출시하는 청년도약계좌의 출시 예정 금리를 공시했다. 이번에 공시한 금리는 확정된 금리가 아닌 1차 공시다. 확정 금리는 오는 12일 공시될 예정이다.

청년도약계좌란 청년들의 자산 형성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다. 청년들이 최대 5년간 적립하는 금액에 금융권의 금리와 정부 기여금 등을 더해 5000만원 가량의 자산을 마련토록 지원하게 된다.

이날 11개 은행의 1차 공시를 보면 기본금리(3년 고정)와 소득 우대금리, 은행별 우대금리를 더해 결정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기본금리 4.50%에 소득 우대금리 0.50%, 은행별 우대금리 2.00%로 가장 높은 6.50%의 금리를 책정했다.

이어 농협·신한·우리·하나·국민·경남은행이 6.00%의 금리를 공시했다. 대구·부산은행은 5.80%, 광주은행은 5.70%를 책정했고 전북은행은 5.50%로 가장 낮았다. 이번 공시는 총급여 2400만원 이하인 경우, 종합소득과세표준에 합산되는 종합소득 1600만원 이하인 경우, 연말정산한 사업소득 1600만원 이하인 경우 적용되는 금리다.

이번 상품에 가입한 청년이 연봉 6000만원에 매달 70만원씩 5년(60개월) 납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원금은 4200만원이다. 현재 은행들이 고시한 1차 금리 중 가장 높은 6.5%를 적용하게 되면 해당 청년이 받는 실제 이자는 693만8750원이 된다. 이는 3년후 실제 금리가 변하지만 계산을 단순화하기 위해 변화가 없다고 가정했다.

여기에 정부는 기여금을 한달에 2만1000원씩 지원하는데 여기에도 5.5%의 단리 이자가 붙는다. 그러면 143만6000원 가량의 기여금·이자가 붙게 되는데 이에 따라 청년이 받는 총 금액은 원금 4200만원에 이자와 기여금을 더한 약 5037만475원이 된다.

다만 이번 금리는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라 12일 최종 공시를 통해 결정된다. 금융당국은 내심 은행권에서 6% 안팎의 금리를 책정하길 원하고 있다. 청년들이 한달에 70만원씩 납입할 때 6% 이상 금리를 적용해야 5000만원의 목돈이 쥐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1차 공시 이후 은행간 ‘키맞추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은행간 눈치 싸움 치열, 키맞추기 이뤄질듯


청년도약계좌 상품을 내놓기 위해선 은행간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졌다. 서로 어느 정도의 금리를 내세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는 당초 8일 오전 10시에 은행들의 금리 조건을 내세울 계획이었지만 은행간 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공시 시기는 오후 5시로 미뤄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상품 공시를 발표하는 당일에도 금리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나 다른 은행들의 금리 결정 상황을 보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청년도약계좌는 매월 70만원 한도에서 자유 납입하는 5년 만기의 적금상품이다. 가입 후 3년은 고정금리, 이후 2년은 변동금리를 적용한다.

금융당국은 청년도약계좌가 출시되면 300만명의 청년이 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당 70만원씩 60개월 납입한다고 가정할 때 35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이때 은행권에서 감당해야 할 이자는 600만원이 넘는다.

문제는 청년도약계좌를 제공할 때 마진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일반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예금금리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날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금리는 12개월 기준 3.71~3.80%다. 적금의 경우 4~5%대 상품도 있지만 6%를 넘는 경우는 청년도약계좌가 유일하다.

은행들은 실제로 이날 금리를 결정하기 전까지 치열한 눈치 경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이날 오후까지 청년도약계좌 금리를 확정하지 못하고 은행장이 참여해 금리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열기도 했다.

청년도약계좌 금리를 후하게 매길 경우 앞으로 감당해야 할 이자가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게 은행권의 고민이다. 이날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12개월 기준 3.71~3.80%다. 이날 은행권이 발표한 청년도약계좌 금리 최고 6.50%와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 방침대로 청년도약계좌 (5년 납입에) 5000만원을 달성하자면 연 6% 이상의 금리를 적용해야 하는데 역마진 우려가 있다”며 “관련 상품이 흥행이 될수록 은행 입장에선 오히려 적자가 커지게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청년도약계좌가 흥행할수록 오히려 적자 구조가 되는 역설적인 구조가 된다고 은행들은 우려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의 적금 금리가 3~4%대인데 청년도약계좌는 3년 고정금리를 적용한다는 것이 부담된다”며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보조금을 주는 것도 아니어서 수익 측면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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