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메리칸 마인드"…성희롱 일삼은 저축은행

기초노동질서조차 안지킨 제2금융권
고용노동부, 2금융사 35곳 기획감독
34곳서 노동관계법령 185건 위반
카드사·저축銀, 최저임금 미달 지급
  • 등록 2024-04-03 오후 12:00:00

    수정 2024-04-03 오후 7:07:10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경기 지역에서 영업하는 한 저축은행 임원은 “내가 미국에서 살다 와서 아메리칸 마인드”라며 회식 자리에서 여성 직원 정수리에 입을 맞추고 여성 직원을 한명씩 돌아가며 포옹했다. 회식 이외에도 수시로 팔짱을 끼고 손을 잡는 등 반복적으로 신체를 접촉했다.

전업계 신용카드회사 1곳과 저축은행 1곳은 수습근로자와 기간제근로자에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수습근로자에겐 최대 3개월간 최저임금의 90% 이상 임금을 지급할 수 있지만 90% 미만을 줬다. 한 회사는 토요일을 ‘약정휴일’로 정해 이날 근무하지 않아도 임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기간제근로자를 대상으론 무급으로 운영했다. 이렇게 두 회사가 총 6명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 대비 주지 않은 임금 차액은 500만원에 달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원과 관리자급 직원엔 막대한 임금을 책정하면서 사내 약자를 상대론 성희롱을 일삼고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저축은행과 카드사가 적발됐다. 금융권에서 기초 노동질서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들 회사를 포함한 제2금융권은 임신근로자에게 야근을 시키고 기간제근로자를 차별 대우하는 등 노무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저축은행 26곳, 전업 카드사 5곳, 신용정보사 4곳 등 총 35곳을 대상으로 지난 1~3월 기획감독을 시행한 결과 34곳(97%)에서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185건을 적발했다고 3일 밝혔다. 부문별 적발건수는 △육아지원 위반 18건(14곳) △차별대우 14건(13곳) △금품 미지급 50건(25곳) △기타 103건(32곳)이다. 저축은행 1곳만 노동관계법을 모두 지키고 있었다.

고용부에 따르면 감독대상 저축은행 9곳과 카드사 3곳, 신용정보사 2곳 등 14곳에서 육아지원 법령을 따르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제74조)에 따라 임신한 근로자에 대해선 소정근로시간 외 근무를 시켜선 안 되지만 임신근로자에 야근을 시켰다. 남녀고용평등법(제18조의2)상 남성 근로자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10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저축은행과 카드사는 기간제근로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관행도 심했다. 기간제법(제8조)은 정규직근로자와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또는 단시간근로자에 대해선 차별적 대우를 해선 안 된다고 규율하고 있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여신 업무를 담당하는 정규직엔 학자금·의료비·사내대출 등을 지원한 반면 기간제직원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업여신 업무를 담당하는 정규직에 지급하는 자기계발비·생일축하금·근로자의날 수당 등을 단시간근로자에 지급하지 않은 저축은행도 있었다. 카드사 역시 정규직엔 중식대 등 월 31만원을 지급한 반면 기간제엔 월 25만원을 줬다. 신용정보회사 1곳은 IT 유지보수를 하는 정규직엔 건강검진을 지원했으나 기간제는 제외했다.

저축은행 21곳과 카드사 3곳, 신용정보사 1곳 등 25곳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연차를 모두 사용하지 못한 근로자 총 511명에게 1억8300만원을 미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급여도 202명에게 2억2500만원을 주지 않았다. 이를 포함해 야간근로수당 등 미지급한 돈은 총 4억5400만원에 달했다.

고용부는 적발된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 지시하고, 성희롱 발생 사업장엔 가해자 징계 등 필요 조치와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번 감독을 시작으로 육아지원 위반 근절,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등을 위한 기획감독을 연중 지속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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