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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대체투자 전문가가 없다...경력자 돌려막기 급급 (종합)
  • [대체투자 인력난]⑤대체투자 전문가가 없다...경력자 돌려막기 급급 (종합)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대체투자는 이미 자산운용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부동산 실물자산 등 많은 대체자산들은 인플레이션 헤지기능을 내재하고 있고, 주식에 비해 가격 변동성도 작다. 대체자산 군간 다양한 전략과 조합을 통해 전통자산과의 상관관계를 낮출 수 있어 포트폴리오의 선택지를 넓힐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기간이 대부분 5∼6년 이상 장기로 이뤄져 유동성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벤치마킹으로 삼을만한 지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상품구조도 복잡해 투자자는 물론 전문운용역조차 모니터링과 가치평가에 한계를 느낀다는 얘기다. 대체투자 운용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여의도 증권가◇대체투자… 파이는 커지는데 인력풀은 제자리현실은 녹록지 않다. PE, 헤지펀드 등 국내 대체투자는 우후죽순 늘고 있지만 정작 전문인력이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체투자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민간 운용사든 공적 연기금이든 업계의 전문인력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미처 따라주지 못해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대체투자에 대한 경보음이 울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 인력 부재에 따른 운용역들의 질적 하락은 운용사 난립, 묻지마 투자로 이어져 부실자산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유수의 A운용사 대체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K전무는 대체투자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요즘 24시간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PEF(Private Equity Fund·사모투자펀드)나 PDF(Private Debt Fund·사모대출펀드)의 딜을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인력 2∼3명이 더 필요하지만 좀처럼 적임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해외 운용사들이 제안하는 (PEF나 PDF의) 딜 자체에 대한 분석 능력이 없어 일단 해당 운용사들의 브랜드만을 보고 투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한 단계 더 높은 비즈니스를 위해선 이를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국내 대체투자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제로인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PEF, 헤지펀드, 사모펀드 내 특별자산, 리츠 등을 포함한 국내 대체투자 규모는 2010년대 이후 매년 15%이상 급증, 2018년말 현재 4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대체투자 방식인 PEF의 경우 2015년 10월 사모펀드 제도개편을 계기로 진입장벽이 낮아져 그해 말 316개(약정액 58조5000억원)에서 2018년말 583개사(74조5000억원)로 3년 만에 배 가까이 늘었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9년(110개·20조원)이후 5.3배, 약정액 기준으로 3.7배 가량 성장한 셈이다.◇운용사 난립…경력자 영입경쟁 치열 반면 인력풀은 제한적이다. B운용사의 한 임원은 “대체투자는 직접 상품을 구매하고 구조화하고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등 전 과정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며 “제한된 풀 속에서 영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부 인력 유출 방지, 외부인재 영입에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PEF를 운용하는 GP(General Partner·무한책임사원)는 2018년말 현재 256개사로 3년전에 비해 80개사(53.3%) 늘어난 상태. 이중 PEF 전업 GP만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 174개사에 달한다. 헤지펀드 전문운용 GP도 제도도입 첫해인 2016년말 91개사에서 2018년말 현재 200개사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2018년 9월말 현재 164개사)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나 운용사 자문사 등에서 대체투자에 조금이라도 발을 걸쳐 놓은 인력들이 삼삼오오 빠져나와 운용사를 차리고 있다”고 말했다. C운용사의 대체투자 담당임원은 “PEF나 헤지펀드 분야에선 전문성 있는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며 “새로 세팅하는 운용사의 경우 대체투자 경력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적극 영입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운용사들이 급증하며 제한된 풀속에서의 인력이동이 빈번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공적 연기금이나 공제회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운용본부의 지방이전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대체투자 인력의 20%에 가까운 10여명이 한꺼번에 조직을 떠났다. 일부 중소형 기금에선 일반 공무원이 순환보직 형태로 대체투자 운용을 맡는 경우도 있다. 운용자산 규모 120조원이 넘는 우정사업본부도 우체국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로테이션을 통해 헤지펀드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로 옮겨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신성환 홍익대(경영학) 교수는 “대체투자는 딜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본 네트워크는 물론 투자프로세스 초반부터 내부통제시스템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철저한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며 “동일 규모의 자산을 운용한다고 할때 전통자산에 비해 5∼6배의 인력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자금은 밀려드는데…부실투자 위험 고조문제는 대체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은 밀려드는데 이를 적절히 운용할 양질의 인력이 부족, 무분별한 투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경기 하강, 유동성 제약 등 올해 투자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대체투자 분야엔 고수익을 기대하는 대기자금이 계속 몰리며 일부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 이는 곧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GP들이 난립하면서 부실운용, 부실투자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실제 헤지펀드 전문 GP 160개사 중 절반 가량인 74개사(46.3%)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2018년 9월말 현재)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진입 초기라 펀딩이 충분치 못한데다 인력, 전산설치 등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진입요건이 완화되다 보니 경쟁력 없는 회사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목할 점은 대형 PEF를 중심으로 블라인드 펀드(Blind-fund) 형태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는 점이다. 사전에 투자대상을 정하지 않고 GP의 운용능력 평판을 바탕으로 투자자로부터 먼저 자금을 모집한 후 적절한 투자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특정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먼저 정한 후 그에 따라 자금을 모집하는 프로젝트 방식(Deal-by-deal fund 형태)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투자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깜깜이 투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해당 GP의 전문적인 운용능력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정삼영 대체투자연구원장은 “능력 없는 운용사들이 무분별하게 난립하면서 운용사 숫자만 보면 이미 버블 수준”이라며 “시장이 건강하게 형성돼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사모펀드 시장에서 정부는 시장의 사이즈를 넓히는 데만 급급한 측면이 있다”며 “자칫 묻지마 투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탁운용 쏠림…장기적으론 직접운용 능력 배양해야 연기금· 공제회 등 주요 LP들이 위탁운용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상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과도한 수수료 부담은 물론 전문역량 축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엄밀히 보면 직접운용은 거의 없다”며 “위험 대비 수익률 차원에서, 특히 인력의 전문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직접운용을 확대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위탁운용 수수료는 PEF를 기준으로 기본 보수 2%, 성과보수는 20%에 달한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통상 기본보수 0.5∼1%내외, 성과보수는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투자를 위한 위탁운용이 비용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위탁운용은 투자실패시 직접투자에 비해 책임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조직 내부적으로는 직접운용을 늘릴 유인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전 세계 많은 연기금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국민연금에 비해 운용자산규모(310조2000억원)는 절반에 불과하지만 운용인력은 6배가 넘는 1498명에 달한다.(이상 2018년 6월말 현재) 위탁운용보다는 조직 내부(in-house)에서 직접운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운용전략을 모색하면서 적극적으로 인력확충에 나선 결과다. 장동헌 행정공제회 사업부 이사장(CIO)은 “간접투자를 하기 때문에 인력이 적더라도 그나마 버틸 수는 있다”며 “그러나 (위탁운용은) GP와 LP간 이해관계가 달라 이를 조율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무엇보다 내부역량 축적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훈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CIO)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투자의 경우 사업성과 타당성을 판별할 수 있는 의사결정 능력 정도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전문가들은 결국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인재풀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삼영 원장은 “전문가집단의 기본교육과 현장의 실전 경험이 연결될 수 있는 산학 협력체계를 통해 전문인력을 길러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환 교수는 “투자의 글로벌화를 통해 실력있는 해외 기관과 공동투자(Co-investment)를 확대,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며 내부 역량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성태윤 교수는 “트랙레코드를 잘 갖춘 전문인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 결국 해당 분야의 인재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보상체계를 마련,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양질의 외부 인재를 적극 유인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s) 주식·채권 등 공모시장에서 거래되는 전통적인 투자대상을 제외한 다른 모든 대상에 투자하는 방식. PE(사모형 지분투자), 헤지펀드와 부동산· 인프라· 천연자원 등 사모시장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자산군이 대상이다. 전통자산에 투자하더라도 공매도나 차익거래, 헷징 등 비전통적인 전략을 구사한다면 대체투자에 해당한다.▨PEF(Private Equity Fund·사모투자펀드) 소수의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이나 부동산, 실물자산 등에 투자한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올리는 펀드. 재무적 투자자(연기금·보험 등)인 LP(Limited Partner·유한책임사원)가 출자하면 GP( General Partner·무한책임사원)가 이를 운용하는 일종의 파트너십 형태로 이뤄진다.
2019.03.01 I 송길호 기자
①대체투자… 파이는 커지는데 인력풀은 제자리
  • [대체투자 인력난]①대체투자… 파이는 커지는데 인력풀은 제자리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대체투자는 이미 자산운용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부동산 실물자산 등 많은 대체자산들은 인플레이션 헤지기능을 내재하고 있고, 주식에 비해 가격 변동성도 작다. 대체자산 군간 다양한 전략과 조합을 통해 전통자산과의 상관관계를 낮출 수 있어 포트폴리오의 선택지를 넓힐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기간이 대부분 5∼6년 이상 장기로 이뤄져 유동성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벤치마킹으로 삼을만한 지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상품구조도 복잡해 투자자는 물론 전문운용역조차 모니터링과 가치평가에 한계를 느낀다는 얘기다. 대체투자 운용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PE, 헤지펀드 등 국내 대체투자는 우후죽순 늘고 있지만 정작 전문인력이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체투자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민간 운용사든 공적 연기금이든 업계의 전문인력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미처 따라주지 못해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대체투자에 대한 경보음이 울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 인력 부재에 따른 운용역들의 질적 하락은 운용사 난립, 묻지마 투자로 이어져 부실자산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유수의 A운용사 대체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K전무는 대체투자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요즘 24시간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PEF(Private Equity Fund·사모투자펀드)나 PDF(Private Debt Fund·사모대출펀드)의 딜을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인력 2∼3명이 더 필요하지만 좀처럼 적임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해외 운용사들이 제안하는 (PEF나 PDF의) 딜 자체에 대한 분석 능력이 없어 일단 해당 운용사들의 브랜드만을 보고 투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한 단계 더 높은 비즈니스를 위해선 이를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국내 대체투자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제로인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PEF, 헤지펀드, 사모펀드 내 특별자산, 리츠 등을 포함한 국내 대체투자 규모는 2010년대 이후 매년 15%이상 급증, 2018년말 현재 4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대체투자 방식인 PEF의 경우 2015년 10월 사모펀드 제도개편을 계기로 진입장벽이 낮아져 그해 말 316개(약정액 58조5000억원)에서 2018년말 583개사(74조5000억원)로 3년 만에 배 가까이 늘었다.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9년(110개·20조원)이후 5.3배, 약정액 기준으로 3.7배 가량 성장한 셈이다.▨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s) 주식·채권 등 공모시장에서 거래되는 전통적인 투자대상을 제외한 다른 모든 대상에 투자하는 방식. PE(사모형 지분투자), 헤지펀드와 부동산· 인프라· 천연자원 등 사모시장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자산군이 대상이다. 전통자산에 투자하더라도 공매도나 차익거래, 헷징 등 비전통적인 전략을 구사한다면 대체투자에 해당한다.▨PEF(Private Equity Fund·사모투자펀드) 소수의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이나 부동산, 실물자산 등에 투자한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올리는 펀드. 재무적 투자자(연기금·보험 등)인 LP(Limited Partner·유한책임사원)가 출자하면 GP( General Partner·무한책임사원)가 이를 운용하는 일종의 파트너십 형태로 이뤄진다.
2019.03.01 I 송길호 기자
'경력자 돌려막기' 급급…인력양성계획 시급
  • [대체투자 부실 주의보]'경력자 돌려막기' 급급…인력양성계획 시급
  •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대체투자는 이미 자산운용전략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부동산 실물자산 등 많은 대체자산들은 인플레이션 헤지기능을 내재하고 있고, 주식에 비해 가격 변동성도 작다. 대체자산 군간 다양한 전략과 조합을 통해 전통자산과의 상관관계를 낮출 수 있어 포트폴리오의 선택지를 넓힐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기간이 대부분 5∼6년 이상 장기로 이뤄져 유동성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벤치마킹으로 삼을만한 지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상품구조도 복잡해 투자자는 물론 전문운용역조차 모니터링과 가치평가에 한계를 느낀다는 얘기다. 대체투자 운용에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대체투자 파이는 커지는데 인력풀은 제한글로벌 자본시장의 흐름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국내 대체투자 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사모펀드(PEF), 헤지펀드, 사회간접자본(SOC)투자, 사모펀드 내 특별자산, 리츠 등을 포함한 국내 대체투자 규모는 2010년대 이후 매년 15%이상 급증, 2018년말 현재 4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한은 내부분석) 대표 투자 방식인 PEF의 경우 2015년 10월 사모펀드 제도개편을 계기로 진입장벽이 낮아져 2018년말 현재 583개사(약정액 74조5000억원)에 달한다.(금감원 분석) 금융위기 직후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2009년(110개·20조원)이후 5.3배, 약정액 기준으로 3.7배 가량 성장한 셈이다.자연스럽게 전문운용사들이 급증하며 제한된 풀속에서 인력이동이 빈번해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PEF를 운용하는 GP는 2018년말 현재 256개사로 3년전에 비해 80개사(53.3% ) 늘어난 상태. 이중 PEF 전업 GP만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 174개사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나 운용사 자문사 등에서 대체투자에 조금이라도 발을 걸쳐 놓은 인력들이 삼삼오오 빠져나와 운용사를 차리고 있다”고 말했다. C운용사의 대체투자 담당임원은 “PEF나 헤지펀드 분야에선 전문성 있는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며 “새로 세팅하는 운용사의 경우 대체투자 경력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적극 영입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중소형 기금에선 일반 공무원이 순환보직의 형태로 대체투자 운용을 맡는 경우도 있다. 운용자산 규모 120조원이 넘는 우정사업본부도 우체국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이 로테이션을 통해 헤지펀드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로 옮겨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운용사 우후죽순, 투자 부실 우려 신성환 홍익대(경영학) 교수는 “대체투자는 딜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기본 네트워크는 물론 투자프로세스 초반부터 내부통제시스템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철저한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며 “동일 규모의 자산을 운용한다고 할때 전통자산에 비해 5∼6배의 인력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전문성이 부족한 인력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투자의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외 경기 하강, 유동성 제약 등 올해 투자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대체투자 분야엔 고수익을 기대하는 대기자금이 계속 몰리며 일부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 이는 곧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GP들이 난립하면서 부실운용, 부실투자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실제 헤지펀드 전문 GP 160개사 중 절반 가량인 74개사(46.3%)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2018년 9월말 현재)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진입 초기라 펀딩이 충분치 못한데다 인력, 전산설치 등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진입요건이 완화되다 보니 경쟁력 없는 회사들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삼영 대체투자연구원장은 “능력 없는 운용사들이 무분별하게 난립하면서 운용사 숫자만 보면 이미 버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사모펀드 시장에서 정부는 시장의 사이즈를 넓히는 데만 급급한 측면이 있다”며 “자칫 묻지마 투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위탁운용 절대 의존…장기적으론 직접 운용 능력 배양 해야 연기금· 공제회 등 주요 LP들이 위탁운용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현상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과도한 수수료부담은 물론 전문역량 축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엄밀히 보면 직접운용은 거의 없다”며 “위험 대비 수익률 차원에서, 특히 인력의 전문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직접운용을 확대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대체투자 위탁운용 수수료는 PEF를 기준으로 기본 보수 2%, 성과보수는 20%에 달한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통상 기본보수 0.5∼1%내외, 성과보수는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투자를 위한 위탁운용이 비용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동헌 행정공제회 부이사장(CIO)은 “간접투자를 하기 때문에 인력이 적더라도 그나마 버틸 수는 있다”며 “그러나 (위탁운용은) GP와 LP간 이해관계가 달라 이를 조율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무엇보다 내부역량 축적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훈 공무원연금 자금운용단장(CIO)은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투자의 경우 사업성과 타당성을 판별할 수 있는 의사결정 능력 정도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전문가들은 결국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인재풀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삼영 원장은 “전문가집단의 기본교육과 현장의 실전 경험이 연결될 수 있는 산학 협력체계를 통해 전문인력을 길러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환 교수는 “투자의 글로벌화를 통해 실력있는 해외 기관과 공동투자(Co-investment)를 확대,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며 내부 역량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성태윤 교수는 “트랙레코드를 잘 갖춘 전문인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 결국 해당 분야의 인재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보상체계를 마련,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양질의 외부 인재를 적극 유인할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PEF(Private Equity Fund·사모투자펀드) 소수의 개인이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이나 부동산, 실물자산 등에 투자한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올리는 펀드. 재무적 투자자(연기금·보험 등)인 LP(Limited Parther·유한책임사원)가 출자하면 GP( General Parther·무한책임사원)가 이를 운용하는 일종의 파트너십 형태로 이뤄진다.
2019.02.25 I 송길호 기자
  • [대체투자 부실 주의보]대기자금 몰리는데…돈 굴릴 인재가 없다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국내 유수의 A운용사 대체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K전무는 대체투자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요즘 24시간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PEF(Private Equity Fund·사모투자펀드)나 PDF(Private Debt Fund·사모부채펀드)의 딜을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인력 2∼3명이 더 필요하지만 좀처럼 적임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해외 운용사들이 제안하는 (PEF나 PDF의) 딜 자체에 대한 분석 능력이 없어 일단 해당 운용사들의 브랜드만을 보고 투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한 단계 더 높은 비즈니스를 위해선 이를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PE, 헤지펀드 등 국내 대체투자는 우후죽순 늘고 있지만 정작 전문인력이 태부족하다. 대체투자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민간 운용사든 공적 연기금 등 업계의 전문인력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미처 따라주지 못해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대체투자에 대한 경보음이 울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 인력 부재에 따른 운용역들의 질적 하락은 운용사 난립, 묻지마 투자로 이어져 부실자산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4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제로인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체투자 규모는 2010년대 들어 15∼25%씩 증가, 2018년말 현재 대략 400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적인 대체투자 방식인 PEF의 경우 2015년말 규제완화를 계기로 급증, 그해 말 316개(약정액 58조5000억원)에서 2018년말 583개(약정액 74조5000억원)로 3년만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인력풀은 제한적이다. B운용사의 한 임원은 “대체투자는 직접 상품을 구매하고 구조화하고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등 전 과정이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며 “제한된 풀 속에서 영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부 인력 유출 방지, 외부인재 영입에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공적 연기금이나 공제회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기금운용본부의 지방이전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대체투자 인력의 20%에 가까운 10여명이 한꺼번에 조직을 떠난 상태.문제는 대체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은 밀려드는데 이를 적절히 운용할 양질의 인력이 부족, 무분별한 투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문인력 풀이 제한된 상황에서 지난 3년간 PEF를 운용중인 운용사 GP(General Partner·무한책임사원)는 89개사(167→256개), 이중 PEF 전담 GP만 80개사(94→174개)가 늘어나는 등 우후죽순 난립하면서 운용역들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지펀드를 전문으로 운용하는 160개 GP중 절반에 가까운 74개사(46.3%)가 적자를 낸 것(2018년9월말 현재)은 이 같은 맥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대체투자의 성패는 과거의 트랙레코드를 잘 갖춘 전문인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전문성 있는 인력의 부족은 미흡한 리스크 관리로 이어져 부실운용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s) 주식·채권 등 공모시장에서 거래되는 전통적인 투자대상을 제외한 다른 모든 대상에 투자하는 방식. PE(사모주식), RE(부동산), 헤지펀드, 인프라, 천연자원 등 사모시장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자산군이 대상이다. 전통자산에 투자하더라도 공매도나 차익거래, 헷징 등 비전통적인 전략을 구사한다면 대체투자에 해당한다.
2019.02.25 I 송길호 기자
저성장·유동성 축소…글로벌 대체투자 옥석가려진다.(종합)
  • [대체투자 경보음]저성장·유동성 축소…글로벌 대체투자 옥석가려진다.(종합)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글로벌 경기의 상승세 둔화, 시중 유동성 축소, 시장의 변동성 심화…. 글로벌 투자환경이 급변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자산포트폴리오 재편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의 신천지로 떠오른 대체투자(Alternative assets)분야에 올해도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러시를 이룰 것으로 보여 그 파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대체투자 분야의 성장성에 주목하면서도 자금투입이 무분별하게 이뤄질 경우 버블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과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이미 경제의 성장세 둔화, 유동성 축소 기조속에 기초자산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일부 자산은 고평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통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대안으로 부상했던 대체투자가 저성장, 변동성 심화라는 불확실한 투자환경속에서도 지속적인 성과를 낼지 의문이다.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 옥석 구분 없이 성과를 냈던 대체투자분야는 ‘물’(유동성)이 점차 빠지는 올해를 분기점으로 본격적인 성패가 가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일대학 전경◇그들만의 리그 대체투자, 금융위기 이후 급속도로 확산 미국 예일대 기금은 지난 30년여간 대학기금중 최고의 실적을 자랑한다. 운용자산 300억달러, 하버드대 기금에 이어 두번째 규모인 이 기금은 지난 20년간 연평균 11.8%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견인차는 대체투자였다. 기관투자의 선구자로 불리는 기금운용책임자(CIO) 데이비드 스웬슨이 일찌감치 대체투자분야의 성장성에 눈을 뜬 결과다. 대체투자 개념조차 불분명했던 1990년대초 그는 이미 운용자산의 3분의 1을 사모주식(PE)· 벤처캐피탈(VC)· 부동산 ·석유 등 대체자산에 집중 투자했다. 이를 통해 대체투자분야에서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연평균 20%의 기록적인 수익률을 달성하게 된다. 예일대 기금은 올해도 운용 자산의 55.5% 를 대체 자산에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해도 대체투자는 일부 혁신적인 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예일대 기금처럼 일부 선구적인 투자자들만이 그들만의 노하우로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그들만의 리그에서 대체투자를 비밀병기로 활용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흐름이 달라졌다. 저성장 저금리기조가 뉴노멀(new normal)로 정착되면서 주식 채권 등 기존 자산만으로는 기대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그 결과 PE는 물론 부동산 인프라 등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각종 대체자산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예일대 기금 등 대체투자의 성공스토리가 확산되면서 대체투자는 일대 붐을 이루게 된다. 국부펀드나 연기금 등 시장의 ‘큰 손’ 중심으로 대체자산에 자금이 경쟁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풍부한 실탄...글로벌 신규투자 절반이 대체자산자연스럽게 기관투자자들의 자산포트폴리오에서 대체투자 비중이 급증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분석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의 신규투자 대상 절반이 대체자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톱 클래스 대형 국부펀드도 운용자산의 15%이상을 대체자산에 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싱가포르의 테마섹(Temasek), 아랍에미레이트의 ICD는 그 비율이 40%에 달했다.한국의 KIC는 2009년 PE를 기점으로 부동산, 인프라, 헤지펀드 등 범위를 점차 확대하며 운용자산의 14%를 대체자산으로 구성하고 있다. 연기금이나 공제회도 마찬가지다. 자산규모 644조원(2018년11월 현재)에 달하는 세계 3대 연기금 국민연금이 2015년 이후 전체 운용자산의 10%이상을 대체투자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등 대형 공제회도 전체 운용자산의 절반을 쏟아붓고 있다.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대체투자는 이미 자산배분의 핵심전략으로 떠오른 셈이다.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성과도 나타났다. 전 세계 PE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2%로 같은 기간 전세계 주가 상승률(6%)의 배에 달했다.(투자회사 케임브리지 어소시에이트 분석) 부동산· 인프라의 경우에도 지난 5년간 연평균 각각 9.2%(MSCI IPD부동산 인덱스), 10.3%(프레킨 인프라 인덱스)의 수익률을 올렸다. PE에 비해 안정성이 높고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현금흐름(cash flow)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인프라 분야의 실적은 PE 못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체투자분야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전체 운용수익률이 0%대(2018년 11월말 현재 0.27%)로 제자리걸음에 그쳤지만 대체투자분야는 연 6.95%로 전체 수익률을 견인했다. 2015∼2017년 3개년을 기준으로 보면 대체투자 분야의 수익률은 연 8.50%로 전체 평균(5.61%)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공제회도 지난해 대부분 연 6%대 전후의 실적을 보이며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체투자는 통상 7∼8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투자다. 대부분 사모시장(private market)에서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리스크측정이 어렵고 환금성도 약하지만 상품구조를 고객 니즈에 맞게 재구성하고 신용까지 보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수익률면에서 전통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아 경기하강기 자산포트폴리오 재편과정에서 리스크를 분산 또는 상쇄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정삼영 대체투자연구원장은 “대체투자는 장기로 자금이 묶인다는 단점은 있지만 상품 구조상 주식 등 시장상황의 변동에 크게 좌우되는 고위험자산보다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성장세 둔화, 변동성 심화...대체투자 성패 드러난다 문제는 글로벌 경기의 성장세 둔화, 통상 분쟁 등 불확실한 투자환경속에서도 대체투자 분야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블랙록(BlackRock)이 230개 글로벌 기관투자자(투자자산 7조달러 규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기관들은 주식비중을 크게 줄이는 대신 사모주식(PE), 부동산(RE), 실물자산(Real Assets) 등 대체자산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고 답했다.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이 올해 기금운용계획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지난해 11.4%에서 올해 12.7%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는 등 기관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리면서 대체투자는 올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JP모건은 2019년 시장전망에서 대표적인 대체투자 방식인 PE투자와 관련, “그동안의 투자가 생산적으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자금조달이 경쟁적으로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공제회의 한 CIO는 “매크로 환경의 악화로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운용사들은 넘쳐나는 대기자금(dry powder)을 주체하지 못해 수익창출능력이 약화된 기업이나 이전엔 투자에 신중했던 자산에도 적극적으로 베팅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체투자분야는 이미 고평가 국면에 진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투자에 대한 초과수요가 해당 자산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인다. 성장률 둔화· 시중 유동성 축소 → 대체투자 분야 기초자산 가격하락 → 자금쏠림에 따른 일부 자산 고평가, 여기에 자칫 상황이 악화되면 버블논란에 이어 부실화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 원장은 “해외 운용사들이 해외에선 소화되지 않은 고평가된 실물자산을 많이 들여올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그대로 잡게 되게 되면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대체투자는 기본적으로 장기투자이기 때문에 불확실성과 위험요소가 많다”며 “정책리스크 등 전반적인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리스크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신성환 홍익대 교수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줄어드는 올해 이후에도 대체투자가 여전히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라며 “그동안은 유동성의 힘으로 대체투자 분야도 덩달아 실적이 올라간 측면이 있는 만큼 유동성이 빠지는 올해 이후부턴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s) 주식·채권 등 공모시장에서 거래되는 전통적인 투자대상을 제외한 다른 모든 대상에 투자하는 방식. PE(사모주식), RE(부동산), 헤지펀드, 인프라, 천연자원 등 사모시장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자산이 대상이다.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에 투자하더라도 공매도나 차익거래, 헷징 등 비전통적인 전략을 구사한다면 대체투자에 해당한다.-
2019.02.06 I 송길호 기자
①금융위기 이후 투자의 신천지 부상
  • [대체투자 경보음]①금융위기 이후 투자의 신천지 부상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글로벌 경기의 상승세 둔화, 시중 유동성 축소, 시장의 변동성 심화…. 글로벌 투자환경이 급변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자산포트폴리오 재편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의 신천지로 떠오른 대체투자(Alternative assets)분야에 올해도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이 러시를 이룰 것으로 보여 그 파장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대체투자 분야의 성장성에 주목하면서도 자금투입이 무분별하게 이뤄질 경우 버블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과열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이미 경제의 성장세 둔화, 유동성 축소 기조속에 기초자산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일부 자산은 고평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통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대안으로 부상했던 대체투자가 저성장, 변동성 심화라는 불확실한 투자환경속에서도 지속적인 성과를 낼지 의문이다.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 옥석 구분 없이 성과를 냈던 대체투자분야는 ‘물’(유동성)이 점차 빠지는 올해를 분기점으로 본격적인 성패가 가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일대학 전경미국 예일대 기금은 지난 30년여간 대학기금중 최고의 실적을 자랑한다. 운용자산 300억달러, 하버드대 기금에 이어 두번째 규모인 이 기금은 지난 20년간 연평균 11.8%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견인차는 대체투자였다. 기관투자의 선구자로 불리는 기금운용책임자(CIO) 데이비드 스웬슨이 일찌감치 대체투자분야의 성장성에 눈을 뜬 결과다. 대체투자 개념조차 불분명했던 1990년대초 그는 이미 운용자산의 3분의 1을 사모주식(PE)· 벤처캐피탈(VC)· 부동산 ·석유 등 대체자산에 집중 투자했다. 이를 통해 대체투자분야에서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연평균 20%의 기록적인 수익률을 달성하게 된다. 예일대 기금은 올해도 운용 자산의 55.5% 를 대체 자산에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해도 대체투자는 일부 혁신적인 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예일대 기금처럼 일부 선구적인 투자자들만이 그들만의 노하우로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그들만의 리그에서 대체투자를 비밀병기로 활용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흐름이 달라졌다. 저성장 저금리기조가 뉴노멀(new normal)로 정착되면서 주식 채권 등 기존 자산만으로는 기대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그 결과 PE는 물론 부동산 인프라 등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각종 대체자산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예일대 기금 등 대체투자의 성공스토리가 확산되면서 대체투자는 일대 붐을 이루게 된다. 국부펀드나 연기금 등 시장의 ‘큰 손’ 중심으로 대체자산에 자금이 경쟁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2019.02.06 I 송길호 기자
경기둔화·유동성 축소…옥석가리기 진행
  • [시험대 오른 대체투자]경기둔화·유동성 축소…옥석가리기 진행
  •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이데일리 송길호 전문기자·박정수 기자]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대체투자. 지금까지는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 투자자산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환경이 급변하면서 대체투자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대체투자의 가장 대표적인 타깃이었던 글로벌 부동산 시장부터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투자대상이었던 인프라나 원자재 등은 글로벌 경기둔화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때문에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의 힘으로 옥석 구분 없이 성과를 냈던 대체투자가 앞으로는 전략이나 분석능력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공제회 수익률 선방…4% 안팎 기대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경찰공제회 등은 지난해 3~4% 수준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결산 중으로 2~3월께 수익률을 공표할 예정이다.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직 결산을 진행 중이나 가결산 기준으로 4% 안팎의 수익률이 기대된다”며 “지난해 말 국내외 주식시장이 폭락했으나 대체투자 성과가 이를 만회했다”고 설명했다.이는 공제회 대체투자 비중이 50%에 달하는 반면 주식 비중은 1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공제회 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큰 교직원공제회의 경우도 26조원에 달하는 자산 가운데 대체투자가 13조원으로 비중이 절반에 가깝다. 자산규모가 11조원을 넘어서는 행정공제회도 절반 가까이를 대체투자에 투자하고 있고 10조원 규모의 군인공제회는 대체투자 비중이 65%를 넘어선다. 경찰공제회는 작년 하반기부터 선제적으로 주식 비중을 기존 6%에서 2%까지 축소하면서 금융투자 부문 수익률만 3%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 대체투자 비중이 50% 이상임을 고려해 결산 시 최종 성과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대체투자 비중이 20% 안팎에 불과한 공적 연기금은 사정이 다르다. 사학연금은 가결산 기준 작년 -2.45%의 수익률을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를 보였고 공무원연금은 작년 중장기자산 운용 수익률 -2.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경쟁적으로 대체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2019년 기금운용계획에 따라 대체투자 비중을 작년 말 12.5%에서 올해 12.7%로 확대하기로 했다. 공무원연금 역시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자산과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해외를 봐도 비슷하다. 케임브리지 어소시에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사모투자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2%로 같은 기간 전세계 주가 상승률 6%의 두 배에 달했다. 부동산·인프라도 지난 5년간 연평균 9.2%, 10.3%의 수익률을 올렸다.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전세계 230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모펀드(PE) 투자를 늘리겠다는 답이 48%로 줄이겠다는 답 11%를 웃돌았고, 부동산과 실물자산 투자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답도 각각 40%, 55%로 축소하겠다는 답을 크게 상회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돈 몰리며 고평가 논란…거품 꺼지나대체투자는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을 제외한 모든 대상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사모투자(PE)·부동산·헤지펀드·인프라·천연자원 등이 주요 투자대상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저성장·저금리 기조로 접어들면서 주식이나 채권 등 기존 자산만으로 기대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기관투자자들은 대체투자로 눈을 돌렸다.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16년 기준 7조7000억달러 수준이었던 전 세계 대체투자 시장이 2020년까지 15조3000억달러로 두 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대체투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자금이 쏠리면서 거품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최근 투자에 열을 올렸던 해외 부동산의 경우 고점을 찍고 꺾이는 분위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작년 3분기 호주와 캐나다 주택가격은 전분기대비 각각 1.28%, 1.1% 하락했고 미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2분기 2.44%에서 3분기 1.48%로 둔화했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 둔화, 무역 분쟁, 유동성 축소 등 투자환경도 녹록지 않다. 대체투자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거품이 꺼지면서 자금이 빠져나오면 대체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자금 유출도 감지된다. 부동산 조사업체 리얼캐피털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8억5400만달러 순매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대체투자는 올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JP모건은 2019년 시장전망에서 대표적인 대체투자인 PE투자와 관련, “그동안의 투자가 생산적으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자금조달이 경쟁적으로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공제회의 한 CIO는 “매크로 환경의 악화로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운용사들은 넘쳐나는 대기자금(dry powder)을 주체하지 못해 수익창출능력이 약화된 기업이나 이전엔 투자에 신중했던 자산에도 적극적으로 베팅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체투자분야는 이미 고평가 국면에 진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대체투자는 기본적으로 장기투자이기 때문에 불확실성과 위험요소가 많다”며 “정책리스크 등 전반적인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리스크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체투자처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분석할 능력이 부족해 위탁운용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더 큰 리스크를 안고 있다. 정삼영 롱아일랜드대 교수 겸 대체투자연구원장은 “해외 운용사들이 해외에서는 소화되지 않은 고평가된 실물자산을 많이 들여올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그대로 잡게 되게 되면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2019.02.01 I 송길호 기자
대세로 부상…투자과열 경고음
  • [시험대 오른 대체투자]대세로 부상…투자과열 경고음
  •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박정수 기자] ‘연기금 -2% vs 공제회 4%’작년 연기금과 공제회의 수익률을 가른 것은 바로 대체투자였다. 주식 투자비중이 큰 공적 연기금은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죽을 쒔고, 대체투자 비중이 큰 공제회들은 안정적인 성과를 거뒀다.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에 비해 대체투자가 불확실한 투자환경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내자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분위기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체투자로 돈이 몰리면서 일부 기초자산은 고평가됐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유동성 축소와 맞물려 대체투자에서도 본격적인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경찰공제회 등은 지난해 3~4%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공적 연기금들은 사학연금이 -2.4%, 공무원연금이 중장기자산 운용수익률 -2.7%를 기록하는 등 마이너스를 보였다. 국민연금은 작년 11월에 수익률(금융 부문) 0.27%를 기록해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지만 12월 글로벌 금융시장이 부진했던 만큼 연간으로 플러스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제회는 포트폴리오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구성한 반면 연기금은 20% 남짓이다. 이처럼 성과가 나자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대체투자는 이미 자산배분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자금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면서 거품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신성환 홍익대 교수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줄어드는 올해 이후에도 대체투자가 여전히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라며 “그동안 유동성의 힘으로 대체투자 자산의 수익률도 올라간 측면이 있는 만큼 경제에 물이 빠지는 올해 이후 본격적인 투자성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9.02.01 I 송길호 기자
④“인컴형, 해외투자 늘리고 부동산비중 줄여라”
  • [은퇴자산 비상]④“인컴형, 해외투자 늘리고 부동산비중 줄여라”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인컴형 자산, 해외 투자 늘리고 부동산 비중 줄여라”김경록(사진)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13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저성장기조가 고착화되고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지금 시기가 변곡점”이라며 은퇴자산 축적을 위한 3대 자산배분 원칙을 제시했다. 우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소득 창출을 위해 배당주식 등 인컴형 자산 비중을 늘릴 것을 강조했다. 자산 디플레시대 자본차익만을 노리기엔 불확실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그는 “2% 배당소득만 올려도 20년이 지나면 복리로 원금의 절반을 확보할 수 있다”며 “배당률이 높은 주식이나 부동산펀드(REITs) 등을 통해 은행예금 이상의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일본 가계의 자산운용 실패를 교훈삼아 투자지역을 다변화할 것도 권고했다. 그는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헷지하고 장기간 일정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글로벌 투자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에 대해선 투자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일부 핵심지역을 제외하면 부동산시장 전망은 불투명하다”며 “노후엔 소득보다 현금흐름이 더 중요한 만큼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자산의 비중은 점차 줄여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여력이 없는 일반 서민들에 대해선 인적자산 개발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가장 중요한 자산은 결국 건강 지식 기술을 포괄하는 인적자산”이라며 “기본적인 자산조차 축적되지 않은 예비 은퇴생들은 자신만의 고유기술을 개발,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달 100만원 이상을 은행 예금을 통해 받는다고 가정하면 12억원은 예치돼 있어야 한다는 의미(세후 이자 1%대)”라며 “저금리시대일 수록 노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의 가치는 그만큼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2018.11.14 I 송길호 기자
③버블붕괴에 노후준비 타격받은 日…그 뒤를 따라가는 韓
  • [은퇴자산 비상]③버블붕괴에 노후준비 타격받은 日…그 뒤를 따라가는 韓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한국 가계의 자산구성은 20여년 전 자산버블 붕괴직전의 일본 가계와 대체로 유사하다. 이데일리와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공동 기획한 ‘일본의 과거 20년이 주는 교훈’ 분석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20년 장기불황에 진입하기 직전인 1991년 현재 가계 자산중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은 각각 61.5%, 38.5%였다. 2017년말 한국 가계의 자산구성 비중 62.4%, 37.6%와 큰 차이가 없다. 실물자산 중 부동산 자산 비중이 각각 48.6%(일), 45.9%(한)로 부동산에 대한 의존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높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현금·예금 등 안전자산 비중 18.4%(일), 16.2%(한), 주식 채권 펀드 등 투자상품 비중 8.2%(일), 9.1%(한), 미래를 대비한 보험·연금 상품 비중 9.5%(일), 11.9%(한) 등 금융자산의 포트폴리오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문제는 1990년대 초 버블붕괴 후 20여년의 장기불황을 거치는 동안 일본 가계는 지나치게 안전자산 위주의 운용으로 은퇴자산 축적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급격한 고령화의 파고속에 저성장, 저금리라는 거시경제적 환경변화와 장기침체에 따른 산업· 금융부문의 부채축소(디레버리징)로 자산디플레 현상이 심화된 결과다. 실제 주요 투자자산인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2000년대 중반까지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예금 금리는 마이너스 금리 수준으로 떨어져 노후대비용 은퇴자산은 커녕 전반적인 금융자산 축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해외자산 투자비중이 미미했던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주요 자산 가격이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지만 일본 가계는 2000년대 초까지 대부분 국내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2000년대이후 해외자산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지만 절대 수준은 최근까지도 전체 금융자산의 3% 미만에 그치는 등 미약한 상황이다.눈길을 끄는 대목은 연금자산 비중이 2005년을 고비로 상승세가 둔화됐다는 점이다. 2006년 초고령사회(65세이상 인구 비중 20% 이상)진입을 계기로 은퇴자산 지출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일본 가계의 이 같은 경험은 고령화의 길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한국 가계에 경종을 울린다. 가계의 자산구성, 투자대상, 방식, 성향은 물론 자산 디플레라는 거시경제상황 마저 유사하다는 점에서 당시 일본 가계의 투자패턴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박영호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센터장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일본처럼 주요 자산은 부동산에 치중돼 있고 금융자산 축적을 통한 은퇴준비는 취약하다”며 “일본의 과거 20년을 거울삼아 선제적으로 자산구성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11.14 I 송길호 기자
②은퇴자산 축적 미흡 왜?... 연금자산 비중↓, 운용수익률 부진
  • [은퇴자산 비상]②은퇴자산 축적 미흡 왜?... 연금자산 비중↓, 운용수익률 부진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한국사회는 2017년을 기점으로 고령사회(65세이상 인구 비중 14% 이상)에 진입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가운데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기조적으로 하락하는 자산디플레 현상도 구조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에만 의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가계의 노후준비를 위한 경제적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이데일리와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선진국 가계의 은퇴자산실태 조사는 국내 가계의 이 같은 현실을 투영한다. 한국보다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선진국 가계 대부분은 노후준비용 은퇴자산으로 금융자산중 최소 30%이상, 최고 60%대까지 적립해 놓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선진국이 고령사회로 진입한 시기를 기준으로 분석해도 △호주(2012년 54.9%) △영국(1975년 52.6%) △네덜란드(2004년 49.0%) △미국(2013년 35.0%) △스웨덴(1971년 31.0%) 등 대부분 국내 가계(25.3%)보다 훨씬 높은 은퇴자산을 비축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국내 가계는 자산 포트폴리오상 금융자산보다는 부동산 자산 비중(51.3%)이 높지만 자동차나 금 등 각종 귀중품까지 포함한 전체 실물자산 비중(58.3%)은 △미국(69.8%) △영국(66.1%) △호주(63.5%) △네덜란드(58.35)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오히려 낮은 상태. 각국의 거시경제적 여건이나 선호자산이 다르고 제도· 문화적 요인도 동일 잣대로 놓고 볼수는 없지만 한국 가계의 은퇴자산 축적이 선진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은퇴자산 운용수익률 지지부진 문제는 국내 가계의 자산 포트폴리오상 은퇴자산 비중을 늘리는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지출을 포함한 각종 비소비지출에 들어가는 비용만 전체 가계지출의 22.9%(2017년 통계청 가계소득 기준). 더욱이 부채의 덫에 걸려 있는 국내 가계는 자녀 교육비, 예비 결혼자금 등 다른 선진국과는 다른 지출패턴에 발목이 잡혀 있다. 결국 가계소득이 전반적으로 불어나지 않는 상황에선 개별 가계가 은퇴자금을 양적으로 늘리기엔 제약이 있다는 얘기다. 은퇴자산의 운용수익률이 극히 부진하다는 점도 맥을 같이 한다. 개인연금이나 퇴직계좌 등 각종 은퇴자산 운용 과정에서 실적배당형보다는 예금 등 원금보장형 안전자산 투자에 급급한 게 현실이다. 저성장 저금리기조가 이미 고착화된 거시경제상황에서 장기적인 자산축적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선진국 가계의 은퇴자산 비중이 높은 건 가계 소득에서 은퇴자산 배정을 늘렸다기 보다는 실적상품을 통한 적극적인 운용으로 자연스럽게 은퇴자산을 축적한 결과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실제 은퇴자산 운용의 성패를 좌우하는 국내 연금체계는 후진적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머서(MERCER)와 호주금융센터(ACFS)가 최근 주요 34개국의 연금제도를 평가한 ‘2018 멜버른-머서 글로벌 연금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연금제도는 30위로 최하위권.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각종 사적연금 체계도 낙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관심은 은퇴자금의 핵심인 퇴직연금이다. 지지부진한 퇴직연금은 이같은 국내 연금체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가계의 은퇴자산 구성에서 생명보험과 개인연금 비중은 21%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 하지만 퇴직연금 비중은 4.3%에 불과하다. 2005년 제도도입이 의무화됐지만 개별 사업장별 도입율은 26.9%, 전체 근로자의 가입률은 50.0%에 그친다. 연간 수익률은 1.88%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연 1.65%, 한국은행)와 큰 차이가 없다. 최근 5년 연 환산 수익률도 2.39%로 같은 기간 호주(연7.7%) 미국(5.2%)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졌다. 우리나라는 전체 적립금(2017년말 168조원)중 90% 이상이 은행 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에 가입해 있고, 일단 가입하면 상품 변경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등 시장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을 중도상환하거나 일시금으로 챙기는 가입자가 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퇴직연금 수령 대상자(27만 2255명)의 97.8%가 일시금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자산 포트폴리오 재편...퇴직연금 기금형으로 개혁해야 전문가들은 결국 기존 은퇴자산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적극 권고한다. 심현정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 가계의 자산포트폴리오는 저성장기 자산디플레시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를 재편하고 원금보장에 급급한 금융자산은 최소한 물가수준을 넘는 수익률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자산의 중심인 퇴직연금도 제도의 활성화를 위해선 회사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운용할 유인이 없는 DB(확정급여)형보다는 DC(확정기여)형 비중을 늘리고 기존 계약형에서 기금형이나 디폴트옵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철 KG제로인 대표는 “국내 퇴직연금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관심과 방치”라며 “제한된 투자대상, 소극적인 운용 그에 따른 저수익이라는 기존 계약형이 갖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독립된 법인이 관리하는 기금형으로 전환하거나 퇴직연금 가입 시점부터 아예 목표 수익률을 정해 상품을 설계하는 디폴트옵션 방식 등 한국형 인출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별 가계의 은퇴전략은 고부담 고소득이냐, 저부담 저소득이냐 등의 공적연금 방향성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결국 정부로선 연금개혁의 밑그림을 하루빨리 제시해 개별 가계가 직면한 노후준비의 불확실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기금형과 디폴트옵션 기금형은 사외에 독립된 관리 법인이 이사회나 운영위원회를 통해 자산을 관리하는 제도. 대부분의 연금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으며 가입자와 사업자간 규약을 통해 운영하는 기존 계약형과 대비된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의 위임아래 기금 관리자가 사전에 결정된 방법으로 투자상품을 자동 선정, 운용하는 방식.
2018.11.14 I 송길호 기자
①고소득 4050도 은퇴자산 축적 ‘낙제점’
  • [은퇴자산 비상]①고소득 4050도 은퇴자산 축적 ‘낙제점’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대학생과 고교생 남매를 둔 4인가구의 가장인 중견기업 부장 K씨(49). 그는 요즘 은퇴 이후만 생각하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월평균 650만원을 받는 소득 상위 20%(소득 5분위)의 고소득층으로 분류되지만 노후자금으로 비축해놓은 자산은 목표치에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의 자산포트폴리오는 여느 중산층과 다를 바 없다. 자가보유중인 아파트 포함 실물자산 5억3175만원, 은행 예·적금, 보험사 저축성보험, 투신사 펀드상품 등 금융자산 1억2151만원, 회사에 적립된 퇴직연금(DB형) 적립액 7315만원 등이다. 주택담보대출 이자 등 각종 부채를 빼면 순자산은 5억93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은퇴자금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자산은 퇴직연금 외에 저축성 보험(연금포함) 등 모두 1억2800만원에 불과하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은퇴 후 30년간 국민연금(100여만원)을 제외하고 월 150만원이 필요하다고 볼때 K씨의 필요 은퇴자금은 현재가치로 4억 5000만원. 결국 이 기준대로라면 30%도 충족되지 못한 셈이다. 그는 “은퇴자금 비중을 더 늘리고 싶지만 주담대 이자 외에 애들 등록금, 미래 결혼자금 등 각종 지출을 감안하면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사회. 그러나 가계의 은퇴준비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K씨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은퇴를 앞둔 40∼50대 가장이 대부분 포진해 있는 소득 상위 20% 가구의 전형적인 모습. 고소득층조차 은퇴자산 축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한국보다 고령화의 경로를 먼저 밟았던 선진국 가계들과 비교하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이데일리와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공동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고령사회에 진입한 선진 10개국의 은퇴자산 실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17년 현재 가계 금융자산중 은퇴자산 비중은 한국이 25.3%로 분석대상 국가중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가 65.7%로 가장 높았고 △영국·호주(56.3%) △프랑스(37.63%) △미국(33.5%) 등 대부분이 30%를 거뜬히 넘었다. 고령화 경로가 한국보다 20여년 빠른 일본이 24.5%로 유사한 수준이었다. 국내 가계의 경우 퇴직연금 등 연금자산(pension funds)비중이 4.3%로 극히 미미하고 자산 운용 과정에서 예금 등 원금보장형 안전자산 투자에 지나치게 급급, 저금리기조가 고착화된 거시경제 환경에선 자산축적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저수익 예금자산에 의존하는 투자패턴은 장기불황기 일본 가계와 유사하다”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퇴직연금 등 부족한 연금자산 비중을 늘리고 배당주식 등 인컴형 투자나 글로벌투자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은퇴자산 축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퇴자산 가계가 은퇴 후 활용할 수 있는 장기 저축성 금융자산. 연금보험 연금신탁 연금펀드 등 각종 연금저축과 생명보험, 퇴직연금 등을 포함한다.
2018.11.14 I 송길호 기자
  • [전문기자칼럼]'촛불주주'에 포획된 경제정책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모든 경제이론은 이념의 산물이다. 지지층의 이익을 반영하는 정치논리를 내포한다. 하지만 교조적 이념, 특정이익집단에 과도하게 포획된 정책은 경제시스템의 균열을 불러온다. 냉철한 현실인식에 바탕을 둔 실사구시적 접근, 정파적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용기와 결단. 경제문제의 본질적 해법은 바로 경제의 탈(脫) 이념화, 탈 정치화다. 2006년 1월 미국과의 FTA 선언은 노무현 경제정책의 일대 전환점이었다. 정치적 이념과 진영논리를 뛰어 넘는 실용적 접근의 백미였다. 정치적 계산법으로는 마이너스. 산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집토끼만 잃는 격이었다. 농민 노동계 등 이익집단은 물론 열린우리당, 노사모 그리고 반미(反美)의 이념에 갇힌 재야진영의 극심한 반발에 직면했다. 그래도 노무현은 밀고 나갔다. FTA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며 반대하는 지지층 설득에 주력했다. 그해 3월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과의 인터넷대화는 그 결정판. 그는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좌파 신자유주의”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론의 틀 안에 집어넣으려 하지 말고 현실을 해결하는 열쇠로서 좌파이론이든 우파이론이든 써먹을 수 있는 대로 써먹자”고 했다. 노무현식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이다.문재인표 경제정책의 레테르, 소득주도성장론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정책실패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정책기조 전환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마이웨이를 고수한다. 일련의 고용· 분배지표의 악화를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곡해하고 특별한 근거 없이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로 예봉을 피해간다. 현 정책기조에 대한 비판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략적 공격으로 돌리며 현실을 교묘히 호도하고 있다.정책실패의 자인에 따른 정치적 부담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 성역화된 이념의 틀에 갇힌 집단적 사고, 그에 따른 오기와 독선의 결과다. 그 이면엔 정략적 계산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시절 고위관료를 지낸 한 인사의 평. “지지층의 이반을 우려하는 것 같다. 촛불주주들과의 단절 없이는 정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어렵다.”소득주도성장론은 이미 진보정책의 상징이 됐다. 지지층 유대와 결속의 매개다. 이를 기반으로 정권은 지지기반을 공고히 한다. 그 정점에는 장하성 정책실장이 있다. 촛불주주인 시민단체 대표로 정권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이 초유의 정책실험과 운명을 같이 할 처지다. 경질이 녹록지 않을테고 그 자신도 이 같은 정치적 지형을 이용해 정책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는지 모른다.설익은 이론이 경제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가뜩이나 체력이 약해진 경제체제는 잘 못 처방된 약을 오남용, 빈사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정책실패, 그 진실의 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협량한 정파적 이익으로 정책전환의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모습이다.경제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리 없다. 진영논리를 극복하는 일은 모든 경제정책의 성공법칙이다. 실용의 눈으로 한국경제의 미래를 다진 노무현의 한미 FTA. 그와 같은 드라마틱한 반전이 그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이 정권에서 보이지 않는 건 유감이다.
2018.08.29 I 송길호 기자
입법 만능주의…하루 3건씩 '날림규제’법안 쌓인다
  • 입법 만능주의…하루 3건씩 '날림규제’법안 쌓인다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외국계 은행의 한 임원은 요즘 국회 정무위원회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은행법 일부 개정안’의 처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자산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원활한 사업재편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씨티은행 국내지점의 구조조정처럼) 외국은행 지점의 급격한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자칫 은행 고유의 경영상 판단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입법홍수 속에 규제 사슬 퍼진다 이슈만 터지면 모두 규제로 풀려는 건 단선적인 접근법이다. 무분별한 의원입법은 이 같은 규제만능주의의 극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원입법은 정치적 민주화가 진전된 이후 입법부 우위 체제가 확립되면서 양산되고 있다. 김영삼정부에서 김대중정부로 넘어가는 15대 국회(1996∼2000년)만해도 의원발의 법안은 1144건. 의원 1인당 3∼4건에 불과했다. 이후 18대 국회(1만2220건)에서 1만건을 훌쩍 넘어서더니 19대 국회에서 1만6729건을 찍었다. 2016년 6월 개원한 20대 국회에선 20일 현재 1만3704건(의원 1인당 45건)으로 정부 발의 법안(763건)의 18배에 이른다. 하지만 의원 발의 법안이 원안이나 수정안의 형식으로 통과되거나 대안 법률을 통해 현실화된 비율은 19대 국회를 기준으로 34.6%에 그친다. 가결률(원안이나 수정안이 통과된 비율)만 따로 보면 14.4%다. 이 기간 정부발의 법안의 73.5%가 법률에 반영됐고 가결률도 34.7%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원입법의 현실화 가능성은 정부법안의 절반을 밑도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 법안이 양산해내는 각종 규제다. 무분별한 입법홍수속에 불필요한 규제의 그물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20대 국회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19대 국회 4년간 발의된 1만6729개 의원입법중 규제법안은 1335건(8%), 20대 국회에선 1만3704개 의원법안중 2391건(17.4%)에 달한다. 여권이 재벌개혁 등을 명분으로 각종 규제법안을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더불어민주당)의원이 대표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재벌 총수일가의 주총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은 그 단적인 예다.◇국회 입법, 견제장치가 없다 의원발의 법안이 규제입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건 정부입법과 같은 엄격한 규제심사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을 만들기 위해선 관계부처 협의와 당정협의, 입법예고·공청회를 거쳐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 법제처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 다다계의 필터링을 거쳐야 국회로 법안을 넘길 수 있다. 규개위 심사와는 별도로 부처 내에서는 규제의 시급성이나 필요성 타당성 등을 기준으로 자체적으로 규제영향분석을 하기도 한다. 반면 의원법안은 10인 이상 의원의 찬성으로 발의되고 국회 내 법제실 검토만 거치면 상임위로 상정된다. 해당 법안의 비용산정은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를 첨부하면 된다. 정부입법은 ‘예산비용 추계서’와 ‘재원조달 방안’제출이 의무화돼 있지만 의원법안에는 재원조달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공청회도 국회법 규정에 ‘상임위 의결로 생략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여당의 A보좌관은 “법안의 골격을 짜서 대략 넘겨주면 법제실 국회 공무원들이 이를 검토하고 체계를 잡아준다”며 “제정입법이나 예산안 부수법안이 아니면 법률 개정안은 손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번거로운 규제심사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의원입법을 활용하면서 청부입법 우회입법이 난무하고 있다. 동일한 내용이라도 의원입법 형식을 취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의원들로서도 의원입법 발의실적을 의정활동의 선전도구로 활용한다. 여당의 B 보좌관은 “시민단체 등에서 의정활동을 평가할때 법안발의 등 양적 평가에 치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해관계자가 첨예하게 갈리는 법안이나 쟁점이 있는 법안이라도 통과여부는 뒷전이고 일단 발의해놓고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안의 내용도 모른 채 의원들끼리 ‘품앗이’ 하듯 공동발의를 통해 입법 건수를 늘리는 눈가리고 아웅식 실적 경쟁이 속출한다.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엇비슷한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되고 불필요한 규제사슬이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은 이렇게 마련된다. 야당의 C 보좌관은 “일부 의원은 자신들이 발의한 법안의 의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도장을 찍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 의원입법, 규제심사 의무화해야 무분별한 의원입법이 각종 규제의 올가미를 드리우면서 국가 전체의 규제개혁 전선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국내 규제정책 관련 보고서를 통해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품질관리가 제도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막고 규제의 품질관리를 위해선 결국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규제영향평가 등 규제심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바른미래당이 비합리적인 규제를 남발하지 않기 위해 의원입법에 대해 사전 심사절차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여당과 제1야당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의원입법에 재원조달 방안을 포함하는 ‘페이고(pay-go)법안’도 이미 발의된 상태지만 국회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논의에 진전은 없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의회에 별도의 규제심사기관을 설치, 규제개혁을 위한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의 의회감사원(GAO)이나 영국의 규제개혁전담위원회 등은 의회내 독립적이며 전문적인 규제개혁기구들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제되지 않은 입법이 난무하면서 불합리한 규제가 속출하고 있다”며 “규제관련 이슈가 있는 법안에 대해선 전문가집단이나 별도의 기구를 통해 사전통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8.08.22 I 송길호 기자
폭주하는 의원입법, 견제장치가 없다
  • 폭주하는 의원입법, 견제장치가 없다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광수(민주평화당) 의원은 임시국회 개원 직전인 이달초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상시 고용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은 매년 정원의 7%이상을 청년미취업자로 채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현실화되면 해당 기업들은 경영상황과 무관하게 매년 수십명 이상의 청년 신규 취업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청년고용난 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민간기업 인사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반시장 규제법안인 셈이다. 중견기업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획일적인 노동시간 단축으로 비용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의무고용까지 강요하는 건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무리한 규제”라며 고개를 저었다. 문재인정부가 혁신성장을 모토로 규제개혁을 공언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는 물밑에서 무리한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 20대 국회들어 하루 평균 3건의 규제법안이 출현하는 등 비대해진 의회권력이 오히려 규제의 온상, 규제의 화수분이 되고 있다.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각종 법안들이 부지불식중에 규제의 그물망을 펼치면서 기업 경영활동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나온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입법홍수 속에 불필요하고 불합리한 규제가 속출하고 있다”며 “정부법안 뿐 아니라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규제영향평가 등 철저한 규제심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1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20대 국회들어 발의된 1만3704건의 의원법안 중 17%가 넘는 2391건이 규제법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법안에서 신설되거나 강화되는 규제조항만 4327개에 달한다. 2016년 5월30일 개원이래 하루 평균 3건의 규제법안을 양산하고 5개가 넘는 규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는 꼴이다. 20대 국회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지만 이미 19대 국회 4년간 발의된 규제 법안(1335건)· 규제 건수(2542건)의 2배에 육박한다. 8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3당이 규제프리존법에 합의하는 등 겉으로는 규제개혁에 전향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한편에선 철저한 검증 없이 규제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규제심사장치가 미흡한 의원입법의 절차적 맹점과 의원들의 무분별한 실적주의가 상호작용한 결과다. 특히 여권이 재벌개혁 등을 명분으로 각종 규제법안을 양산하면서 20대 국회들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이인실 서강대(경제학부) 교수는 “규제입법의 남발을 막기 위해선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규제심사를 위한 별도의 기구를 만들거나 정부입법 수준의 심사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방치하는 건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2018.08.22 I 송길호 기자
  • [전문기자칼럼]경제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경제개발초기 한국경제는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가야 했다. 미지의 영역을 헤쳐나가기 위한 항법장치도, 난관을 헤쳐나갈 게임의 규칙도 모두 불분명했다. 그래도 짧은 시간내 고도성장의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던 건 각종 시행착오속에서도 정책기조를 현실에 맞게 빠른 템포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유용성과 실용성, 경제정책의 생명이다. 1962년 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은 초장부터 난항이었다. 혁명공약인 자립경제달성을 위해 군사정부가 채택한 정책노선은 ‘수입대체형 공업화 전략’. 수입을 억제하면 해당 공산품을 만드는 산업이 활성화된다는 이론이다. 당시 유행하는 정책기조였다. 북한을 포함, 제3세계 대부분의 신생 개발도상국이 채택한 기본전략이다. 그러나 곧 한계에 직면했다. 자원도 없고 내수기반이 약한 국내 경제현실에선 공허한 울림일 뿐이었다. 성과가 나오지 않자 군사정부는 관료들만 닦달했다. 그해 9월 내자(內資)동원을 위해 전격적으로 단행한 화폐개혁은 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물가폭등, 생산활동 위축으로 이어졌다. 실무경험 없는 일부 군 실세와 학자들이 개혁을 주도하며 경제를 유린했다.결국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4년 1월 연두교서에서 수출 진흥에 전력질주할 것을 선언한다. 집행 2년만에 실책을 자인하고 ‘수출주도 성장전략’으로 정책의 기본궤도를 180도 전환한 거다. 인적쇄신도 단행했다.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겸비한 장기영을 경제부총리로 발탁했다. 그제야 경제개발에 시동이 걸렸다. 한국경제의 이륙이 시작됐다.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소득주도성장론이 여전히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1년 만에 이를 주도했던 일부 참모진이 경질성으로 물러났지만 청와대는 정책의 궤도 수정에 부정적이다. 오히려 포용적 성장론과 방향이 같다며 물타기를 하는 듯하다. 소득주도성장론의 민낯에 분칠하는 모습이다.생산성과 무관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획일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경직적인 근로시간 단축…. 지난 1년간 각종 정책들이 현실에 구현됐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빈곤층 소득은 역대 최저치, 고용대란 속 일자리 창출규모는 예년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모두 정책실패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정책과 현실의 괴리는 분명해 보인다. 정책기조의 전환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정부 스스로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자칫 정부의 리더십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념의 틀에 갇혀 시장과 교감 없는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는 건 경제를 파국으로 내모는 길이다. 현 정부가 계승하는 노무현정부도 막판에는 정치적 이념에 관계없이 한·미 FTA협정을 주도하며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교조화된 이념이 경직된 정책을 낳는다. 획일화된 정책이 시장을 왜곡한다. 설익은 경제모델을 성역화한 후 이를 현실에 억지로 적용하는 모습, 시장의 역습을 자초하는 일이다. 반백년전의 드라마틱한 반전처럼 정책이 과녁을 빗나갔다면 실책을 인정하고 신속히 경로를 전환할 일이다. 경제정책은 타이밍의 예술, 정책기조의 전환은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다.
2018.07.09 I 송길호 기자
대리운전에 택배에 24시간이 모자란다…생계형 투잡 급증 왜?
  • 대리운전에 택배에 24시간이 모자란다…생계형 투잡 급증 왜?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생계형 투잡이 늘어나고 있는 건 이들의 소득감소 현상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내수경기급락,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각종 정책적 요인으로 노동시장의 하층구조에 자리잡은 이들 한계계층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근로시간단축은 노동시장에 급격한 파장을 일으킬 또 다른 변수다. 기존 저소득계층 외에 정규직 근로자중에서도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투잡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단축 등 저소득 빈곤계층을 위한 정책들이 오히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를 가속화하는 꼴”이라며 “한계계층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역설이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세자영업자 소득 역대 최저치올들어 한계계층의 소득감소현상은 심각하다. 1분기(1∼3월)현재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8만6702원으로 작년동기보다 8%감소했다. 주 요인은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근로자외 가구(자영업자+무직자)의 사업소득을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소득추이를 분석한 결과 영세자영업자들이 집중 분포돼 있는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와 2분위(소득 하위 20∼40%) 가구의 사업소득은 각각 10만2014원과 57만5829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22.4%, 32.3% 줄었다. 역대 최저치다. 고질적인 경쟁심화, 점포 임대료 부담 등 구조적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급랭, 이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정책들이 이어지면서 빈사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사이에 생계형 대출이 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과거 대출추이를 보면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지금처럼 주택담보대출이 일어나는 건 영세 자영업자들이 (신용대출에 비해) 이자가 싼 주담대를 사업목적이나 생계형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소득 감소에 따른 생계형 투잡 확산지갑이 헐거워지면서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 근로자들은 어쩔 수 없이 생계형 투잡에 내몰리고 있다. 투잡의 메카인 대리운전시장은 이 같은 현상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통상 강남권을 무대로 잘 나가는 대리기사들도 한달 실수령액은 200만원을 넘기 어렵다. 1건당 2만∼2만5000원을 받아도 영업소에 내는 수수료, 관리비, 운전자 보험료, 콜 프로그램 이용료,교통비 등 각종 경비를 제외하면 실제 수입은 매출의 60∼70%정도. 그나마 올해는 이마저도 반토막났다. 대부분의 대리운전기사들이 월 100만원을 집에 가져가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김종용 대리기사협회장은 “경쟁은 치열해지고 일감은 줄어드니 당연히 대리기사들의 수입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대리기사일을 용돈벌이용으로 삼는 경우는 거의 사라지고 지금은 대부분 생계형”이라고 말했다. 한달 실수령액이 100만원이라면 다른 재산소득이나 이전소득 등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전체 가구중 소득 하위 10%선에 걸려 있다는 얘기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소득 하위 10%가구의 평균 소득은 월 84만1203원. 이 기간 전체 평균(476만2959원)의 18%수준이다. 결국 이들 취약계층이 평균적인 생활수준에 조금이라도 근접하려면 다른 일거리를 병행하거나 배우자나 자녀들이 추가적으로 일자리를 잡아야 하는 셈이다. ◇근로시간 단축 이후 투잡 수요 늘어날 듯 이는 비단 대리기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세 중소업체의 상당수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남는 시간을 활용해 시간제로 일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아르바이트 포털 업체 알바몬의 설문조사에선 중소기업 직장인 41.2%가 ‘본업 외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했다. 2016년 같은 조사 결과(19.9%)의 배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달부터 단계적으로 법정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각종 근무시간 외 수당 등으로 월급을 보전하던 직장인들의 투잡 수요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제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296만3000원에서 257만5000원으로 13.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구로의 한 중견업체 직원은 “한달 월급이 300만원 조금 넘었는데 이중 주말 특근이나 잔업으로만 30만∼40만원은 채웠다”며 “줄어든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주말에라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한계 계층의 삶을 더욱 옥죄고 있다”며 “거시경제 관리는 물론 이들에게 추가로 부담을 지우는 정책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소득통계청 가계소득에서 근로자외 가구(자영업자+무직자)의 소득중 사업소득을 통해 추정. 무직자의 소득엔 거의 변화가 없는 만큼 근로자외가구의 사업소득을 자영업자의 소득으로 추정할 수 있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사업소득은 해당 사업자가 각종 비용을 공제하고 집에 가져오는 소득만을 의미한다.
2018.07.02 I 송길호 기자
'투잡, 해야죠'...365일 일 내몰리는 대한민국
  • '투잡, 해야죠'...365일 일 내몰리는 대한민국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8년차 대리운전기사 김기철(가명·59·서울 광진구 자양동)씨는 생계형 ‘투잡(Two job)맨’이다. 밤에는 강남과 잠실 일대에서 본업인 대리운전을, 낮에는 송파에서 택배 배송을 한다. 물론 처음부터 투잡을 뛰었던 건 아니다. 올들어 갑자기 상황이 나빠졌다. 작년만해도 하루 4∼5차례 콜을 받아 이리저리 뛰면 한달 150만원 가량은 지갑에 들어왔다. 올들어선 그마저도 반토막이다. 결국 지난 5월부터 택배일을 시작했다. J업체 실버택배 기사로 건당 450원씩 받는 조건이다. 새벽 일을 마치고 잠깐 눈을 붙인 뒤 오전 9시30분부터 6시간 동안 70∼80개의 물건을 배송하면 한달 70만원 가량 입금된다. 김씨는 “하루 14시간 이상 두 가지 일을 병행해야 지난해 대리운전일만 해서 올렸던 수입을 겨우 맞출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올들어 영세자영업자나 임시·일용직 등 한계 취업자 중심으로 생계형 투잡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24시간, 365일 근로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달부터 근로시간단축제가 본격화되면 저소득계층 외에 잔업이나 특근 등을 통해 부가적인 소득을 올렸던 정규직 일부 근로자들도 투잡대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지향하는 정책목표와 노동현장과의 괴리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투잡은 체감경기의 바로미터인 대리기사 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1일 전국대리기사 협회(사단법인)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전국 대리기사수는 대략 25만명. 이중 8만∼12만명이 기존 일을 병행하는 투잡 대리기사로 추정된다. 김종용 대리기사 협회장은 “올해 시장에 진입한 대리기사의 절반인 2만∼2만5000명, 기존 대리기사중 추가로 다른 일을 시작한 1만여명 등 올들어 투잡 대리기사는 3만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내수경기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와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경직된 정책들이 취약계층에게 가장 먼저 타격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역대 최고치인 16.4% 인상된 올해 저소득계층(소득 하위 20%기준)의 소득은 1분기(1∼3월)현재 전년동기 대비 8% 감소했다. 월평균 20만∼30만개씩 늘던 일자리는 지난 2월 이후 10만개대로 줄더니 5월에는 7만200개로 뚝 떨어진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단축과 같은 정책들이 소득과 고용을 늘리기는 커녕 오히려 한계계층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한다”며 “이들에게 ‘저녁 있는 삶’이란 남의 나라 얘기”라고 말했다.
2018.07.02 I 송길호 기자
  • [전문기자칼럼] 경제정책 역주행
  • [이데일리 송길호 금융전문기자] 경제정책은 균형점을 찾는 과정이다. 자본과 노동, 실물과 금융,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경제정책이 교조화되고 성역화되면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자원배분은 왜곡된다. 경제전체의 생산성은 하락하고 성장동력은 뚝 떨어지는 법. 경제체제 내의 균형, 이를 위해 유연한 시장흐름을 조성하는 일, 바로 경제정책의 제1법칙이다. 노무현정부가 출범한 2003년은 한국경제의 변곡점이었다. 이때를 고비로 국내 경제성장률이 기조적으로 세계 경제성장률을 밑돌기 시작했다. 고용없는 성장이 처음 나타난 해이기도 하다. 당시 3%의 성장에도 고용증가율은 0%. 경제의 성장엔진이 급격히 식어가고 성장의 고용창출력이 약화되는 구조적 전환기였다. 대응은 미흡했다.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창출’, 참여정부의 대표 슬로건이 등장했지만 공허한 울림일 뿐이었다. 규제완화를 통한 혁신도 일자리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육성도 구호에 그쳤다. 노동시장과 산업구조의 개편은 언감생심. 노동계의 반대에 막혀 단선적인 대책에 급급하다 모두 유야무야됐다.기저에는 경제의 정치화, 정책의 이념화가 자리잡고 있다. 당시 정부는 저성장, 일자리감소 등 문제의 원인을 전환기 파생된 구조적 문제로 보지 않았다. 재벌·노동자, 대기업·중소기업, 부자· 서민 등 경제체제내 플레이어들의 대립관계로 파악했을 뿐이다. 당연히 편가르기를 통해 기득권자를 적대시하는 정책이 난무했다. 대립구도의 심화, 갈등의 증폭. 정책역량이 결집될리 만무했다. 불행히도 문재인정부에서도 이 같은 정책리스크가 재연될 조짐이다. 집권 1년간 표면적인 경제성적표는 이미 낙제점에 가깝다. 지난해 3.1% 성장을 했다며 자화자찬이지만 세계경제성장률(3.8%)과의 격차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일자리정부를 표방하면서도 고용증가율은 1.2%로 2010년대(2010∼2016년) 평균(1.6%)수준을 하회한다.본질적인 문제점은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 투입의 한계, 생산성 정체로 경제의 저성장기조는 고착화된 상태. 하지만 경제체제 혁신을 위한 구조조정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동시장개혁도, 규제혁파와 산업진흥을 통한 성장모델 개발도 모두 찾아볼 수 없다. 단기적이고 미봉차원의 대책만 있을 뿐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대신 그 자리엔 교조화된 정책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1인당 노동생산성증가율을 훨씬 초과하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강제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재정을 통한 인위적인 일자리창출, 획일적인 노동시간 단축 등 한결같이 유연한 시장흐름에 역행하는 정책들이다. 기업투자를 저해하는 법인세 인상, 경영권 유지 비용을 늘리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압박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는 형평과 명분, 경제는 효율과 실리다. 편향된 정치논리로 경제문제에 접근하면 혼란과 부작용은 심화된다. 경제의 과잉정치화, 성역화된 정책, 설익은 정책실험의 연속…. 이념의 경직성이 시장의 유연성을 짓누르고 있다. 물론 그 부담은 국민 몫이다.
2018.05.16 I 송길호 기자
'정규직 과보호' 경직된 노동시장에 생산성 바닥...성장엔진 식어간다
  • '정규직 과보호' 경직된 노동시장에 생산성 바닥...성장엔진 식어간다
  • [이데일리 송길호 기자]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감소, 투자부진, 기술발전 정체…. 한국경제는 이미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투입 둔화, 생산성 하락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특히 생산성 하락은 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핵심요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호전적인 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생산성과 무관한 임금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2∼3%의 저성장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건 생산성 하락과 그에 따른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덫에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생산성 하락…경제의 역동성 떨어뜨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2017년 한국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실질 GDP 기준)은 3.4%. 2000년대 연평균 성장률(4.7%)에 비해 1.2%포인트 하락하는 등 성장세는 점차 둔화하고 있다.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는 미약하나마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지만 생산성이 아예 곤두박질치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다. 2010∼2017년 연평균 총고정자본형성 증가율은 4.0%, 취업자 증가율은 1.5%, 반면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0.35%(산출량 기준)로 집계됐다. 생산성 정체는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서 더욱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이 기간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연평균 생산성 증가율은 각각 0.69%, -0.53%. 금융위기 이후 음식· 숙박업, 도소매업 등을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영세 자영업체나 한계 중소업체들이 생산성 하락의 주요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주목할 점은 성과와 무관한 임금인상이다. 생산성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구조는 고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성과와 무관한 임금인상…고비용저효율 구조에 갇혀 실제 2010∼2017년 생산성은 연평균 0.35%하락했지만 임금은 오히려 3.69% 상승했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성은 0.69% 오르는데 그쳤지만 임금은 4.38% 뛰었다. 자동차 산업은 이 같은 생산성과 임금의 불일치를 단적으로 투영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1대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2015년 현대차 기준)은 26.8시간. 도요타(24.1시간), GM(23.4시간) 포드(21.3시간)등 경쟁업체에 비해 11∼26% 더 많이 소요된다. 반면 국내 자동차 5사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은 9213만원(2016년 기준)으로 도요타(9104만원·852만엔), VW (8040만원·6만2654유로) 등 경쟁 업체들을 앞지르고 있다. 국민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인건비부담은 더욱 크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생산성 정체는 경제 생태계내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기술혁신 부족에 따른 기업 경쟁력 약화, 과도한 규제와 한계기업에 대한 미흡한 구조조정 등 각종 제도적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생산성과 임금과의 불일치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관련이 깊다. 정규직· 비정규직, 대기업· 중소기업, 남성· 여성 간 극명히 나타나는 고용시장의 이중구조와 성과에 연동되지 않은 획일적인 임금체계도 유연하지 못한 노동시장의 모습을 반영한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부 전투적인 노조가 생산성과 관계 없이 무리한 임금인상을 압박하고 관철시킬 수 있는 건 노조 친화적인 제도와 규칙 때문”이라며 “노조의 제 몫챙기기는 해당 대기업 뿐 아니라 관련 중소협력업체의 마진을 떨어뜨리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등 경제 전체의 비용을 늘리고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노동개혁, 임금체계 개편 절실 문제는 현 정부 집권 이후 선보인 일련의 정책들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리며 고비용저효율구조를 심화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성 증가율을 훨씬 초과하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인위적인 일자리창출 및 노동규제의 강화, 노동시간의 획일적인 단축 등은 노동비용상승으로 이어지며 고비용구조를 고착화, 생산성 하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경제전체의 제도를 효율하고 기술혁신 능력을 높여야 한다”며 “그러나 정부 정책들은 성장잠재력과 생산성 하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단기적 대책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는 이미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의 지속적인 투입이 점차 한계를 보이며 성장동력이 뚝 떨어진 상태. 각종 규제와 반기업정서 등으로 투자는 지지부진하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노동공급은 줄어들고 있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는 2.9%로 2010∼2017년 연평균 증가율(6.3%)의 절반수준, 취업자 증가율도 예년 수준을 밑도는 1%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한은의 전망. 전문가들은 결국 생산성 향상이 없으면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한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각종 규제개혁으로 혁신을 유도하고 과도한 정규직 보호와 획일적인 임금체계 개선 등을 위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노동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05.14 I 송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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