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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연말 2%대초반 물가 전망에도 '충분히' 긴축 기조 유지해야"
  • 한은 "연말 2%대초반 물가 전망에도 '충분히' 긴축 기조 유지해야"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점차 둔화, 연말 2%대 초반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충분히’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14일 발간한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기로 점차 재진입하는 모습이지만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은은 1년에 4번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간했으나 올해부터는 3월, 9월 두 차례 발간하기로 했다. 출처: 한국은행한은은 인플레이션 국면을 세 가지 측면에서 진단했다. 첫 번째는 물가의 부문간 파급이다. 한은은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이 여타 품목으로 파급되는 정도가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 일부 품목의 가격 조정이 전체 인플레이션 분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다만 내수가 부진하기 때문에 근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등 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추세는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번째는 물가 기대에 대한 부분이다. 한은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는 추세에 있으나 목표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이르다”며 “일반인의 물가 수준에 대한 인식이 아직 3%대 후반에 머물러 있고 향후 1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 2%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아직 과거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의 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물가인식’은 2월 3.8%로 두 달째 같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1년뒤 물가상승률 기대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0%로 두 달째 제자리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3%일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2월 41.3%로 물가가 비교적 안정됐던 2021년 50%를 넘었던 것에 비하면 낮다.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도 잔존한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기조적 물가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로 수렴해가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기 아직 이르다”며 “변동성이 큰 국제원자재 가격이나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 공급 충격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인플레이션과 괴리돼 움직일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의 파급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향후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점차 둔화돼 올 연말 2%대 초반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안정기 진입의 마지막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 및 위험쏠림의 시그널을 제공할 리스크에 유념해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한 기간 동안 이어가되 다양한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024.03.14 I 최정희 기자
외국인, 지난 달 국내증권 81억달러 순유입…넉 달째 지속
  • 외국인, 지난 달 국내증권 81억달러 순유입…넉 달째 지속
  • (사진=AFP)[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달 주식·채권 등 국내 증권에 81억달러를 순투자했다. 넉 달 째 순유입세다. 특히 주식 자금은 10년 5개월 만에 최대폭 유입됐다. 13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2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 달 81억달러 자금을 국내 증권에 순투자했다. 작년 11월 이후 넉 달 연속 자금 유입이다. 주식 자금의 경우 55억9000만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2013년 9월 76억6000만달러 유입 이후 10년 5개월 만에 최대폭 유입이다. 넉 달째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 지속, 정부의 국내 증시 저평가 관련 대책 기대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채권 자금은 25억2000만달러가 순유입돼 두 달 연속 유입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보험사의 본드포워드 거래(채권 선도 거래)를 받아준 외국 금융기관이 헤지목적으로 장기채권을 매수한 영향이다. 출처: 한국은행달러인덱스는 3월 11일 102.9로 1월말 대비 0.4% 하락했다. 미국 1월 물가지표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강세를 보였으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가 머지 않았다고 밝히자 약세로 돌아섰다. 원화는 같은 기간 달러화 대비 1.9% 올랐다. 달러화 약세에 외국인 주식 자금 유입 규모 확대에 따른 영향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입 규모는 1월중 3조원에서 2월 1일부터 3월 11일까지 8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원화는 엔화, 위안화 대비로도 상승했다. 100엔당 원화는 11일 891.8원으로 1.3% 올랐고 위안화당 원화는 182.2원으로 1.8%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2월중 일평균 2.8원, 0.21% 변동했다. 1월에 각각 4.5원, 0.34% 변동한 것보다는 변동성이 축소됐다.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자 2월중 국내 은행간 시장의 일평균 외환거래 규모가 337억6000만달러로 전월(371억3000만달러) 대비 33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특히 현물환 거래가 135억3000만달러로 29.5%나 급감했다. 달러 유동성을 보여주는 원·달러 3개월 스와프레이트는 3월 11일 -1.95%로 1월말 대비 10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달러를 빌리는 데 들어가는 돈이 줄었다는 얘기다. 통화안정증권 91일물과 SOFR 3개월물 금리 스프레드가 1월말 -192bp에서 11일 -185bp로 7bp 축소되고 외화자금 사정이 양호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영향이다. 통화스와프 금리는 3년물 기준 2.66%로 11bp 상승했다. 기업의 외화채권 발행 및 환위험 헤지 과정에서 국내 통화스와프 시장에 외화 자금이 공급된 영향이다. 한편 국내은행의 대외차입 가산금리는 단기 및 중장기 모두 전월 대비 하락했다. 단기는 18bp로 전월보다 2bp 하락했고 중장기도 70bp도 6bp 떨어졌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의 경우 32bp로 3bp 올랐으나 2022~2023년 평균(39bp) 수준을 하회했다.
2024.03.13 I 최정희 기자
한은 금통위원 6명 중 2명 '기준금리 인하' 시점 언급
  • 한은 금통위원 6명 중 2명 '기준금리 인하' 시점 언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출처: 한국은행)[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6명 중 2명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언급했다. 2월 금통위 회의에선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6명 중 1명의 위원만 석 달 내 금리 인하 의견을 내놨다고 밝혔지만 2명의 위원이 ‘인하’ 등 긴축 기조 완화에 좀 더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 민간소비 둔화에 어차피 ‘물가’는 하락…‘금리 인하’에 우호적12일 한은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현재 긴축 기조 완화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면서도 “물가가 전망경로를 따라 목표 수준으로 수렴해가는 것이 충분히 확인되는 시점에 긴축기조 완화를 시작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거시건전성정책과의 조율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물가 흐름을 보면서 금리를 내릴 수 있고 금리 인하시 우려되는 주택가격 상승, 가계대출 증가 는 금리 정책이 아닌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은 민간소비 둔화가 물가상승률을 떨어뜨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 베이비부머 은퇴에 따른 소비성향 약화 등을 고려할 대 민간소비의 증가세가 의미있게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이 같은 국내 수요 약화는 작년 하반기 이후 농산물 가격 급등과 같은 공급 충격에도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의 2차 가격 전가를 어렵게 해 우리나라 디스인플레이션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분기 이후에는 실질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을 상회하면서 민간수요를 제약하는 정도가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기준금리가 중립금리 2~3%를 넘어설 것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위원은 “내수 부진 등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이 소폭 약화되면서 긴축완화 위험이 다소 감소했다고 평가하는 바 향후 물가 및 경제 상황의 흐름,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완화 시점을 적절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 역시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물가에 대한 수요측 압력도 다소 약화됐다”며 “민간소비에 영향을 많이 받는 근원물가 전망 경로도 당초 예상 경로보다 소폭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도 커졌다. 이 위원은 “부동산 PF 부실 확산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하고 있고 은행 및 비은행 금융기관의 연체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긴축 지속의 위험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취약 부문의 문제가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달 22일 이 총재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본인을 제외한 6명의 위원 중 1명 위원만이 금리 인하를 열어두자는 의견”이라고 밝혔으나 의사록에는 2명의 위원이 이전보다 기준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금리 내리면 ‘가계대출 늘어난다’…긴축기조 지속하자반면 또 다른 위원은 “현재로서는 디스인플레이션 및 디레버리징이 지속될 수 있도록 긴축기조를 충분히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가계대출은 낮은 증가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증가를 지속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위원은 “높은 금리가 가계 소비를 제약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고 물가 안정이 가계의 실질 구매력 제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부동산PF부실에 따른 리스크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고 이에 따른 시장의 불안 심리는 언제든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를 해결하는 카드로 금리 인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고금리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선 미시적 수단을 동원해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시기”라며 “부동산PF 리스크 관리 과정과 이에 따른 중소형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불안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되지 않도록 대내외 금융·경제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른 위원도 “현재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서두를 요인이 크지 않다”며 “당분간 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 물가경로와 여러 관련 지표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대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이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또 다른 위원은 금리 인하를 결정할 변수로 주택 가격 상승, 가계대출 증가를 꼽았다. 이 위원은 “높은 가계대출은 국내 경제에 큰 부담 요인”이라며 “최근 그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수준 자체가 높아 향후 금리의 피벗 시점 결정에 있어 주택 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 접어들면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금융·외환시장에서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국 정책 변화에 따른 교역 여건 및 환율 변동 등에 민감한 만큼 적절한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24.03.12 I 최정희 기자
한은 "코로나 전 무역장벽은 수출금액에 영향 없었다"
  • 한은 "코로나 전 무역장벽은 수출금액에 영향 없었다"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이전에 나타났던 무역기술장벽(Technical Barriers to Trade, TBT)이 우리나라 수출액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역장벽은 수출 중소기업을 일부 퇴장시켰으나 대기업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수출액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무역장벽이 급증한 만큼 그 파급력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한은은 코로나 이후로는 분석하지 않았다.한은은 1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수출대상국의 무역기술장벽(TBT)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제하의 BOK경제연구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장용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와 신상호 한은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이 공동 집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9년까지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에 문제를 제기한 무역장벽 건수를 제조업 7개 산업을 대상으로 패널회귀 분석을 실시한 결과 무역장벽 건수가 전년비 1% 증가할 때 수출기업 수가 연간 최대 0.22% 감소했다. 반면 수출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무역장벽은 기술표준, 안전, 위생, 환경, 안보강화 등의 비관세 조치를 말한다. 신상호 부연구위원은 “무역기술장벽 증가는 추가 비용을 발생시켜 이들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소규모 기업의 퇴장을 촉진하고 신규진입을 억제해 수출 기업 수를 감소시켰다”면서도 “우리나라 수출이 비용흡수 능력이 높은 대기업에 집중돼 있어 수출금액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중국 수출을 위해 CCC(China Compulsory Certificate)라는 별도의 인증 절차가 필요한데 그로 인해 수출 업체의 비용 부담이 생기게 된다. 다만 2015~2019년까지 5년간 무역기술장벽으로 관련 비용이 얼마나 증가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보고서는 산업별 자본축적, 부가가치, 노동생산성 등 관련 부문이 높을수록 무역기술장벽에 영향을 덜 받는다고 평가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기계 제조업, 비금속광물·금속제품 제조업 등은 무역기술 장벽의 영향력을 덜 받았다우리나라가 무역장벽 관련 현안을 제기한 건수는 2015년 6건, 2016년 4건, 2017년 4건, 2018년 3건, 2019년 7건이다. 그 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11건, 2021년 16건으로 급증했고 2022년 6건, 2023년 5건으로 낮아진 바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2020년 코로나19 이후로는 분석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에 전 세계적으로 무역장벽 건수가 급증한 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되고 있어 무역장벽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더 커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글로벌 무역경보(Global Trade Alert)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무역 제재 건수는 2019년 1100개였으나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3200개, 3000개가 신규로 생겨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 1월 무역 제재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7%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작년 10월엔 무역장벽이 심화돼 중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간 상호 교역이 축소될 경우를 가정, 우리나라 GDP 감소율이 최대 10%로 피해가 중국(6.9% 감소)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당시 기획재정부에선 대중 수출 비중이 최대였을 때를 기준으로 해 과대 추정됐다고 밝혔지만 우리나라처럼 소규모 개방경제이면서 무역분쟁이 지속되는 미국과 중국을 최대 수출국으로 둔 제조업 국가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의 무역장벽은 단순 비용 부담이 아니라 자국 생산, 특정 국가의 원재료 조달 제한 등으로 대기업에도 미치는 파장이 커지고 있다.
2024.03.12 I 최정희 기자
'생산성' 높이는 구조개혁…한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나
  • '생산성' 높이는 구조개혁…한은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나[BOK워치]
  • 한국은행 전경(사진=한은)[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돌봄서비스 임금’을 낮추자는 파격 제안을 했다. 유례 없는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상황에선 기존 체계를 뒤흔드는 ‘구조개혁’ 없이는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에 왔을 지도 모른다. 한은이 통화정책 외에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높이기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잠재성장률을 올리는 데 도움을 줘 통화정책 운용의 폭을 높이는 데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있다. 한은이 고금리 환경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없을 지에 대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고금리 정책 등 경제를 뒤흔들 만한 사건들이 연속됐음에도 ‘클렌징 이팩트(Cleansing effect·불경기에 효율이 부족한 기업이 퇴출돼 시장 체질이 개선되는 현상)’는 없었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는 고생산성 부문을 키우는 것도 있지만 저생산성 부문을 시장에서 퇴출하는 부문도 크다. 하지만 이는 논의 대상에서 배제돼 있다.출처: 한국은행◇ ‘코로나’에 고금리까지 닥쳤지만…자영업자 늘고 폐업률 줄어위기가 발생하면 효율이 떨어지거나 생산성이 낮은 자영업자·노동자 및 한계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전체 구성의 변화로 ‘클렌징 이팩트’가 생겼다. 위기는 고통스럽지만 생산성을 높이기도 했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이 전학을 갈 경우 반 평균 성적이 올라가는 효과와 유사하다. 그러나 팬데믹 위기에선 이러한 ‘클렌징 이팩트’가 없었다.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5일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한은 분석을 인용해 “팬데믹 이후 위기의 청산효과(클렌징 이팩트)가 없었다”고 발표했다.한은 분석에 따르면 연간 자영업자 수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2000년까지 3년간, 카드 사태가 있었던 2003년, 금융위기였던 2009~2011년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였던 2020~2022년에는 감소하긴 했으나 감소폭이 크지 않았다. 위기 전과 비교해 위기 때 자영업자가 가장 크게 감소한 규모를 분석해보면 외환위기때는 28만4000명(1998년)이 감소했고, 카드사태 당시엔 14만6000명(2003년), 금융위기 때는 36만3000명(2010년)이 줄었다. 그러나 팬데믹 때는 9300명(2021년)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2022년 회복되기 시작해 2023년 자영업자 수는 568만9000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560만5000명)보다 많아졌다. 정선영 한은 거시분석팀 차장은 “우리나라, 유럽 등은 코로나19 충격이 왔을 때 정부에서 고용 유지 정책을 하면서 클렌징 이팩트가 덜 해진 부분들이 있는 반면 미국은 고용시장 탈락 후 실업수당을 주는 방식으로 고용정책을 펴면서 클렌징 이팩트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선 인공지능(AI) 등의 발전과 맞물려 산업 구조조정까지 이뤄지면서 총노동시간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팬데믹 이전(2011~2019년) 연평균 0.5%에서 팬데믹 이후(2020~2023년)엔 1.4% 증가로 세 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4%에서 1.5%로 하락했다.금융위기 때도 ‘고용 유지 정책’을 폈는데 이번 위기때 유독 클렌징 이팩트가 적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세통계연도에 따르면 폐업자 수는 2019년 92만명에 달했으나 2022년 86만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폐업률도 같은 기간 11.5%에서 9.0%로 줄었다. 정 차장은 “폐업을 하고 싶어도 폐업 비용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고용 유지’에 정책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폐업률이 올라가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코로나 위기때는 폐업할 때보다 사업체 유지시 받는 혜택이 컸던 반면 금융위기 때는 폐업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이 더 컸다.출처: 국세청◇ 고금리 ‘내수침체’에도 클렌징 이팩트는 없어 지난 4년간 코로나19 위기가 닥쳤고 뒤를 이어 물가를 잡기 위한 ‘고금리’ 행진이 이어졌다. 통상 위기때는 금리가 낮아지고 재정 퍼붓기가 이어졌으나 이번 위기때는 실물경제 위기가 완연하게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물가에 대응해 통화와 재정정책이 모두 ‘긴축’적으로 변했다는 점이 다른 위기때와 달랐다.그러나 고금리로 인한 내수침체에도 클렌징 이팩트는 가시화되지 않았다. 시장금리 상승은 ‘돈의 비용’이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돈이 좀 더 효율적인 곳으로 이동하게 돼 있음에도 한계기업은 퇴출되지 않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은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대비 15.5%(2022년)에 달했고 이들의 대출금은 금융기관 전체 차입금의 17.5%로 높았다. 팬데믹 이전 14% 안팎에서 급증한 것이다. 재정, 통화정책이 긴축되더라도 정책이 저생산성 부문인 ‘취약계층’에 집중된 영향이다. 취약계층을 지원하더라도 이들이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끔 도와주는 방식이 돼야 했는데 이런 부분은 고려되지 못했다. 한은이 운영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초 감사원 감사 결과 기술형 창업 기업에 지원되는 금중대는 지원 의도와 거리가 먼 편의점, 피자 음식점, 음악학원, 변호사업, 동물병원, 주차장업 등에 지원되고 있었다. 이에 더해 한은은 올해부터 ‘지방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금중대’를 도입했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 중소기업 지원은 한은이 강조하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과는 전혀 다른 일일 수 있다.한은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환영하지만 한은의 금리, 대출 등 각종 정책들이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한 금통위원은 1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불황은 고통스럽지만 경쟁력을 상실한 부문을 정리하고 자원을 보다 생산적인 곳에 쓰이게 하는 소위 클렌징 이팩트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불황’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2024.03.12 I 최정희 기자
팬데믹 이후 기업들, 1년에 두 번씩 생필품 가격 조정했다
  • 팬데믹 이후 기업들, 1년에 두 번씩 생필품 가격 조정했다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기업들은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는 등 1년에 평균 두 번씩 가격을 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팬데믹 이전엔 1년에 한 번 정도였으나 가격 인상 등 가격 조정 횟수가 2회로 늘어난 것이다.다만 2022년 하반기부터는 가격 조정 빈도가 축소되는 분위기인데다 최근 가격 인하 빈도도 늘어나고 있어 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크게 전가하는 단계는 지나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출처: 한국은행1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팬데믹 이후 국내 기업 가격조정행태 변화의 특징과 영향’이라는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이 500여개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생필품 209개 제품의 실제 판매 가격 추이를 2018년 2월부터 작년말까지 분석한 결과 가격의 조정 빈도는 2018~2021년 월평균 11.0% 확률이었으나 2022~2023년엔 15.6%로 뛰었다. 이는 평균 상품가격 유지기간이 약 9.1개월에서 6.4개월로 단축됐음을 의미한다. 팬데믹 이전엔 1년에 1.2회 가량 가격을 조정했으나 팬데믹 이후엔 2회 정도 가격 조정이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원가 부담을 곧바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음에도 고물가기에는 인상 빈도가 활발해진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가격 조정 빈도가 팬데믹 이전과 이후 1년에 1회에서 3회로 잦아진 바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동재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가격 조정 빈도의 증가는 대부분 인상 빈도가 늘어난 데 기인했고 인하 빈도는 팬데믹 전후로 큰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 빈도는 팬데믹 이전 16.1개월에 1회에서 이후 10.1개월의 1회로 자주 조정이 이뤄졌다. 반면 인하 빈도는 이 기간 20.8개월에서 17.5개월로 큰 변화가 없었다. 또 가격을 한 번 올릴 때 평균 20~25% 올렸는데 이러한 가격 조정폭은 팬데믹 이전이나 이후나 같았다. 가격을 한꺼번에 많이 올리게 될 경우 소비자들에게 경쟁상품 대비 외면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반하는 대상으로 찍힐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과장은 “기업들은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저항 및 민감도, 경쟁 제품으로의 대체효과 등을 고려해 가격 인상시 폭보다는 빈도를 조정함에 따라 물가상승률과 가격인상 빈도간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1%포인트 오를 경우 개별품목의 가격 인상 빈도 역시 약 1%포인트 높아진다. 품목별로 보면 수입원재료 비중이 높은 차·음료, 조미료·식용유지, 즉석식품·냉동식품, 곡물가공품, 위생용품 등을 중심으로 올랐다. 다만 한은은 2022년 하반기부턴 가격 인상 빈도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이후 나타난 유가 등 원가 충격이 소비자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돼 추가로 가격 인상 등 전가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엔 외려 가격 인하 빈도도 상승하고 있다. 이에 작년 4분기에는 가격 인상과 가격 인하 빈도 확률이 각각 8.8%, 7.5%로 유사해졌다. 15개월에 1회 정도로 가격 조정 빈도가 축소된 것이다. 예컨대 작년 중반 이후 라면 기준가격(할인 등 일시적 가격 조정 효과 제외)은 1330원까지 올랐다가 1250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정부 압박에 농심, 삼양식품 등이 라면 가격 인하에 나선 영향이다. 그럼에도 이 과장은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 수준을 상당폭 상회하는 상황에서 유가 등 새로운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인플레이션 변동 폭이 물가 안정기에 비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기업의 가격 조정 행태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는지를 지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24.03.11 I 최정희 기자
모바일 ATM 입출금, QR코드 도입하니 이용건수 '21배 급증'
  • 모바일 ATM 입출금, QR코드 도입하니 이용건수 '21배 급증'
  • 서울 시내 한 ATM에 모바일현금카드 어플리케이션으로 인식할 수 있는 QR코드가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모바일로 ATM기를 통해 현금을 입출금하는 서비스의 일일 이용건수가 QR코드 도입 이후 무려 21배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1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모바일 현금카드 ATM 입출금서비스 운영실적’에 따르면 모바일현금카드 서비스는 2020년 6월 도입 이후 작년 1~11월까지 일일 이용건수가 평균 25건에 불과했다. 출처: 한국은행그러나 작년 12월 6일 QR코드를 활용해 ATM기에서 현금을 인출할 수 있게 된 데다 같은 시기 서비스 대상이 안드로이드폰에서 아이폰 등으로 확대되면서 일일 이용건수가 12월부터 올 2월까지 석 달간 평균 536건으로 무려 21배 급증했다. 작년 12월엔 561건, 올 1월엔 430건, 2월엔 627건으로 늘어났다. QR코드 방식도 같은 기간 513건, 404건, 592건으로 증가, 석 달 평균 501건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설 명절이었던 2월 8일엔 하루 이용건수가 1810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QR코드 방식이 모바일을 활용한 ATM기에 접근성을 높인 결과다. 작년 10월말 기준 약 4만9000대 ATM에 QR코드 방식의 입출금 기능이 장착돼 있다. 한은은 “국민들의 현금 이용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및 결제 플랫폼 앱, 자동화기기사업자(CD/VAN사), 서민금융기관 ATM으로까지 도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모바일뱅킹 앱을 통한 ATM 입출금서비스의 경우 계좌개설 은행이 운영하는 ATM에서만 가능하고 타행 앱은 ATM 이용에 제약이 있다. 한편 QR코드 방식의 ATM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미리 ‘모바일 현금카드’ 앱을 다운로드해 은행계좌와 연계하는 이용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모바일 현금카드 앱에서 제공하는 ‘ATM 위치 안내’ 서비스를 이용하면 ATM 위치 지도(금융MAP) 등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2024.03.11 I 최정희 기자
지난 달 신흥국으로 넉 달째 자금 유입…中 주식, 7개월 만에 유입 전환
  • 지난 달 신흥국으로 넉 달째 자금 유입…中 주식, 7개월 만에 유입 전환
  • (사진=AFP)[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신흥국으로 외국인 투자금이 넉 달째 유입되고 있다. 특히 중국 주식으로 자금이 7개월만에 순유입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국제금융협회(IIF)가 6일(현지시간) 발간한 2월 자금유출입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금이 신흥국의 주식 및 채권으로 222억달러 순유입됐다. 작년 11월 400억달러, 12월 290억달러, 올 1월 357억달러에 이어 넉 달째 자금 유입세다. 출처: 국제금융협회(IIF)주식과 채권 자금을 나눠서 살펴보면 주식 자금으론 172억달러, 채권 자금으론 50억달러가 유입됐다. 주식 자금은 한 달 만에 유입 전환이고 채권 자금은 5개월째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을 제외하면 신흥국 채권으로 115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신용 스프레드가 좁혀지고 있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 등으로 외국인들의 신흥국 채권 투자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특히 중국으로 주식 자금이 96억달러 유입됐다. 7개월 만에 첫 유입 전환이다. 채권 자금은 65억달러 순유출돼 두 달 연속 유출세를 보였다. IIF는 “가장 중요한 점은 중국 주식 유출이 6개월 동안 지속되다가 멈췄다는 것”이라며 “작년 8월 이후 지난 1월까지 무려 244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부양책이 나올 경우 중국의 증시의 전환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2024.03.07 I 최정희 기자
씨티 "부실 부동산PF 익스포져, GDP의 5%에 달해"
  • 씨티 "부실 부동산PF 익스포져, GDP의 5%에 달해"
  •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씨티는 우리나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9%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부실 PF 비중은 5%로 높은 수준이다. 씨티는 부동산PF 등이 경착륙될 경우 올해 성장률은 1.3%로 낮아지고 내년은 0.4%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착륙시에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횟수도 내년까지 여섯 차례에 달할 전망이다. 씨티가 7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PF의 직접적인 익스포져(위험노출액)는 202조6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9%에 달했다. 이중 부실PF는 전체의 55%인 110조7000억원 규모다. 이는 GDP의 약 5% 수준이다. 씨티는 “올 하반기부터 정부가 부동산 PF대출, 비은행, 건설 부문의 구조조정에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씨티의 베이스 시나리오에선 정부가 건설 경기 연착륙을 위해 정책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2.0%, 1.6%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8월, 11월, 내년 5월, 11월에 한은이 금리를 각각 25bp씩 네 차례 내려 내년말까지 2.5%로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건설 경기가 경착륙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선 올 하반기 경기침체가 나타나면서 올해 성장률이 1.3%, 내년 0.4%로 크게 둔화된다. 이럴 경우 한은은 올 하반기 네 차례, 내년 상반기 두 차례 금리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를 2%로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씨티는 “2011~2013년 저축은행 구조조정, 2008~2012년 건설업 구조조정때와 마찬가지로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롯데쇼핑, 기아, 한국전력, 현대백화점, HL만도 등에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03.07 I 최정희 기자
코로나 지원 끊기니…작년 기업 대출 91.9조↑…4년만에 100조 밑으로
  • 코로나 지원 끊기니…작년 기업 대출 91.9조↑…4년만에 100조 밑으로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로나19 지원이 끊기자 기업들의 빚 증가세가 둔화됐다. 2020년 팬데믹 이후 3년간 빚이 200조원 안팎으로 증가했으나 작년에는 92조원에 그쳐 4년 만에 100조원 미만으로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업의 빚이 지난 9년간 매년 10%중후반대로 늘어났으나 작년 6% 증가세로 뚝 떨어졌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주택 등 건설 경기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코로나 지원책’은 끝났다…빚 함부로 못 늘린다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작년말 기업 대출금 잔액은 1889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작년 한 해 대출금은 91조9000억원, 5.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6조5000억원(7.7%) 늘어났던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면서 정부의 자영업자 등 기업 지원이 늘어나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기업 대출금은 200조원 안팎의 증가세를 보였다. 증가율도 연평균 14%를 기록했다. 서정석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코로나19 이후 기업 자금 지원이 늘어났다가 그 부분이 가라앉으면서 균형 상태로 들어갔다”며 “2019년엔 대출금이 분기 평균 22조원 증가했는데 작년엔 23조원 늘어나 유사한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기업 대출금은 2022년 2분기 전분기 대비 68조4000억원 급증, 사상 최대 증가폭을 보이다가 점차 증가세가 둔화되는 추세에 있다. 특히 작년 4분기엔 대출금이 13조9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3분기 만에 증가세가 둔화됐다.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기업들이 빚 상환에 적극적으로 나선데다 비은행을 중심으로 기업 대출 심사가 깐깐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작년 4분기 운전자금 대출금 일시상환으로 6000억원 빚이 줄었다. 분기 중 빚이 감소한 것은 2020년 4분기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서비스업 역시 부동산업을 중심으로 빚이 작년 4분기 11조9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3분기 만에 증가폭이 둔화된 것이다. 건설업 역시 8000억원 빚이 감축됐다. 건물건설 투자기 작년 4분기 전기비 6.3% 감소한 영향이다. 작년 연간으로 보면 제조업 대출금 잔액은 457조1000억원으로 26조4000억원, 6.1% 증가했다. 전년 8.7% 증가한 것보다 증가세가 둔화됐다. 서비스업은 1217조8000억원으로 증가폭이 51조2000억원, 4.4%에 그쳤다. 코로나19에 음식·숙박 등 대면서비스업 위주로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정부 지원에 서비스업 대출은 지난 3년간 100조원대, 10%중반대 급증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 코로나19 지원책이 종료되면서 서비스업 대출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에 주택 건설 경기가 악화되면서 부동산업 대출금이 작년 459조8000억원으로 24조7000억원, 5.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부동산업 대출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9년간 연평균 16%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증가율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1일 제2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 기조연설에서 “산업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대출 비중을 보면 실질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부동산업 대출이 GDP의 두 배 가량 급증했다. 10년을 낭비했다”며 “금리를 섣불리 내리면 돈이 부동산으로 가면서 10년간의 잘못을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출처; 한국은행 ◇ “작년 기업들 투자 안해”…시설자금 증가율 반토막자금을 용도별로 보면 임금·이자 지급, 원재료 매입 등 1년 미만 단기대출 위주인 운전자금은 작년말 1004조6000억원으로 36조5000억원, 3.8% 증가에 그쳤다. 지난 3년간 10%대 증가율을 보인 것보다 크게 낮아진 것으로 2017년(3.3%) 이후 최저 증가율이다. 또 건물 증축, 기계설비 설치 등 시설자금 대출금은 작년말 885조원으로 55조4000억원, 6.7% 증가에 그쳤다.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최저 증가율로 2009년 이후 매년 10%안팎의 증가율을 보이다 급감했다. 증가액으로 따지면 지난 2년간 100조원씩 증가에서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업권별로 보면 예금은행의 대출금 잔액은 1350조5000억원, 비은행은 53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예금은행은 87조2000억원, 6.9% 늘어났다. 지난 3년간 10% 안팎의 증가율을 보였는데 이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다. 비은행의 경우 4조7000억원, 0.9% 증가에 불과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20%대 증가율을 보이다 크게 축소된 것이다. 2014년 1.2% 감소 이후 가장 적은 증가율이다. 특히 비은행의 경우 작년 4분기 빚이 3조1000억원 감소하는 등 대출 심사가 엄격해졌다. 한은은 이번 발표부터 예금은행을 기업 규모별로 나눠 데이터를 공표했다. 다만 2021년 이후의 시계열만 공개됐다. 대기업 대출금은 작년말 275조9000억원, 중소기업은 103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1년간 35조7000억원(14.8%), 49조3000억원(5.0%) 늘어난 것이다. 전년 22.6%, 7.7% 증가에 비해서 증가세는 둔화됐다. 중소기업 중 개인사업자 대출은 450조2000억원으로 조사됐다. 7조5000억원, 1.7% 증가에 그쳤다. 코로나19 지원책이 끊기면서 2022년 19조8000억원, 4.7% 증가에 비해 둔화된 것이다.
2024.03.07 I 최정희 기자
작년 해외 소비지출 75%↑, 1989년 이후 최대 급증
  • 작년 해외 소비지출 75%↑, 1989년 이후 최대 급증[최정희의 이게머니]
  • 지난 달 5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체크인을 위해 줄을 서 있다.(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작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해외 소비가 75% 급증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된 이후 34년 만에 최대폭 증가다. 다만 올해 해외여행 수요가 정점을 찍고 나면 해외 소비 증가세도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국내소비 3분기째 주춤…해외소비 3분기째 증가폭 확대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국내총생산(GDP)은 1.4% 증가했고 이중 최종소비지출(민간+정부)은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종소비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2020년 마이너스(-) 2.2%를 기록한 이후 2021년과 2022년 4.1%씩 성장했으나 2023년 1.7%로 증가세가 둔화됐다. 다만 최종 소비를 국내와 해외(국외)로 나눌 경우엔 방향성이 달라진다. 국내 소비지출은 2020년 -3.8%를 기록한 이후 2021년, 2022년 각각 3.9%, 4.1%로 증가했는데 작년 1.1% 증가에 그쳤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에 내수 부진이 반영된 영향이다. 그러나 거주자의 해외 소비는 2020년 -60.6%, 2021년 -19.9% 위축됐으나 2022년 22.6%, 2023년 74.9%로 급증했다. 특히 작년 거주자의 해외 소비 증가율이 74.9%를 기록한 것은 1989년 해외 여행 자유화로 국외 소비 증가율이 108.6% 급증했던 이후 가장 크게 증가한 것이다. 출처: 한국은행분기 데이터로 보더라도 거주자의 해외 소비는 2022년 1분기 전분기 1.0% 증가한 이후 작년 4분기까지 7개분기 연속 10~20%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작년 4분기에는 16.2% 증가해 3분기 연속 증가율이 더 커졌다. 작년 해외 여행객 수는 2271만5841명으로 전년(655만4031명) 대비 3.5배 가량 급증했다. 1인당 평균 소비액도 1만2210달러로 전년(2606달러)보다 무려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019달러)과 비교해도 무려 12배 급증한 수치다. 이에 따라 작년 거주자의 해외 카드 사용액은 192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 소비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분기별로 볼 때 작년 4분기 국내 소비는 전분기 대비 0.3% 위축됐다. 2분기 -0.2%, 3분기 0%로 3개 분기 연속 개선세가 멈췄다. 박정우 노무라 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생활비, 높은 이자 부담 등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후 나타난 해외 관광붐이 소비침체를 가리는데 도움이 됐다”며 “국내 소비 부진, 해외 소비 증가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1월 면세점 매출 증가를 제외하면 여타 쇼핑몰의 매출 증가율은 둔화돼 여전히 국내 소비가 침체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월 카드 국내승인액은 전년동월비 5.3% 증가해 작년 4분기 수준과 유사했으나 백화점 및 할인점 카드승인액은 각각 3.0%, 5.9% 감소했다. 석 달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 해외여행 정점 찍으면 해외소비도 증가 둔화 전망내수부진에 국내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외 소비 증가세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해외여행객이 코로나19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라 해외여행객이 더 늘어나면서 해외 소비를 떠받쳐줄 가능성이 있다. 해외 여행객 수는 작년 2272만명으로 2018~2019년 2800만명보다 낮은 수치다. 다만 올해는 해외 소비가 작년 만큼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가세는 유지되지만 증가폭은 둔화될 전망이다. 박정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정점을 찍게 될 경우 해외 소비가 둔화되는 등 정상화될 것”이라며 “이는 한은의 성장 전망에 하방리스크를 증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민간소비가 1.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1.8%에서 소폭 낮은 수준이다. 박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국내 경제의 하방 리스크 증가에 대응해 다음 번 회의에선 비둘기(완화 선호) 입장을 강화할 것”이라며 “7월부터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03.06 I 최정희 기자
고령화에 가족 돌보느라…204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0.18%p 깎인다(종합)
  • 고령화에 가족 돌보느라…204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0.18%p 깎인다(종합)
  •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 사진 왼쪽부터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채민석 과장,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원장, 한국은행 서영경 금통위원,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KDI 조동철 원장, KDI 고영선 부원장, 한국은행 물가고용부 이정익 부장, KDI 한요셉 노동시장연구팀장(사진=한은)[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간병 등 돌봄서비스 부문의 노동 공급이 수요 대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돌봄 비용이 치솟아 가족이 생계를 접고 간병 등에 투입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42년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3.6%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부문의 ‘최저임금’을 낮추고 외국인 돌봄 인력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저임금으로 들여와 돌봄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가족 돌봄 하느라 ‘생계 접는다’…연평균 성장률 0.18%p씩 깎여채민석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5일 서울 소공로 한은 본관 2층에서 열린 ‘2024년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돌봄 노동공급 부족 규모가 2022년 19만명인데 2042년엔 최대 155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돌봄 수요가 65세 이상 인구 수에 비례한 것 이상으로 늘어나고 50~60대 위주의 노동 공급이 계속될 경우를 전제한 것이다. 돌봄서비스 부문은 현재도 노동 공급이 태부족해 관련 비용이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은 상황이다. 작년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고령가구 중위소득의 1.7배에 달했다. 2016년 대비 50% 오른 것이다. 돌봄 노동 공급 부족이 계속된다면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는 생계를 그만두고 ‘돌봄’에 나서야 해 경제적 손실도 커질 수 있다. 한은은 가족 간병 규모가 2022년 89만명에서 2042년 최대 355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관련 경제적 손실은 46조~77조원(주돌봄 연령층 평균임금 적용시)으로 GDP의 2.1~3.6%에 달하는 규모다. 2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0.1~0.18%포인트 깎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이에 한은은 ‘돌봄난’ 해결을 위해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노인요양보험 등 정부의 재정지원책을 배제한 채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개별 가구가 ‘돌봄’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돌봄서비스 영역에 ‘고용허가제(내국인 고용이 어려워 외국인 노동자에게 고용 허가)’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두 가지 방식 모두 현재의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임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돌봄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자는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현재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 적용이 가능하고 후자는 돌봄서비스 부문에 대해서만 내국인, 외국인 무관하게 ‘최저임금을 낮게’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정이 필요하다. ◇ 이창용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 부작용 있다고 안 하면 더 큰 문제”이날 세미나에선 외국인 돌봄 인력이 들어올 경우 내국인 돌봄 인력의 구축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내국인은 언어·문화 등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보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더 높은 임금 책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토론자로 참석한 권정현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돌봄은 공적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내국인 인력의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에 제약이 크다. 내국인은 돌봄 인력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사례가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에 주는 시사점이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는 “홍콩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고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5%포인트나 올랐다”며 “고령화 사회로 여성 인력의 경제 활동 참가가 중요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지켜보던 이창용 한은 총재는 “외국인 돌봄 인력 방안을 제시했을 때 (내국인 구축효과, 불법 체류 우려 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제시되는데 부작용이 있다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인을 들여와서 돌봄 가격을 낮추는 등 각기 다른 가격을 지급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게 되면 정부가 타깃해 지원을 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그러나 노동계에선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즉각 논평을 내고 “국내 돌봄서비스 노동자들은 임금, 노동조건에서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 정책과 대안 마련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인데 이를 외면하고 시장 논리만을 따른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임시방편 정책은 불필요한 사회갈등과 분열을 야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과 예산편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을 값싼 노동으로 인식하며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밀어넣겠다는 발상은 차별적이며 반인권적”이라며 “이는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인권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내국인 노동자의 노동환경마저 악화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2024.03.05 I 최정희 기자
대기업일수록 'AI'도입 빨라…"AI가 생산성·임금 격차 확대시킬 우려"
  • 대기업일수록 'AI'도입 빨라…"AI가 생산성·임금 격차 확대시킬 우려"
  •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 사진 왼쪽부터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채민석 과장,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원장, 한국은행 서영경 금통위원,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KDI 조동철 원장, KDI 고영선 부원장, 한국은행 물가고용부 이정익 부장, KDI 한요셉 노동시장연구팀장(사진=한은)[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기업 규모가 클수록 인공지능(AI) 도입이 활발하고 규모별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가뜩이나 대기업 일자리 비율이 10%대인 상황에서 AI기술이 생산성과 임금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박윤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5일 서울 소공로 한국은행 본관 2층에서 열린 ‘2024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전체의 14%에 불과하다는 KDI 연구가 나왔는데 기업 규모가 클수록 AI를 채택하는 속도가 빠르다면 그로 인해 생산성, 임금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인공지능 기술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AI 기술 도입 및 영향 확대는 총량적으로는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전문직 수요는 증가시키고 청년층 및 전문개졸 이상 중심으로 중간 숙련 수요는 감소시킨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토론에 참가한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팀장은 “얼마 전 한은 연구에선 고소득, 고학력 일자리가 AI에 노출된다고 보고서를 썼는데 어쩌면 20년 뒤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분석해보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들은 AI 적응력이 높아 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팀장은 “관건은 대학에서 어떤 것을 배우냐가 중요하다. 지식을 단순히 습득한 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면서 질문을 계속 던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 팀장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 차후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령층이 청년층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토론이 이뤄졌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부연구위원은 ‘인구구조 변화와 중장년층 인력 활용’이라는 보고서에서 “분석 및 사회 직무 비중이 높은 일자리에서 고령층이 청년층을 대체하기 어렵다”며 “고령층 일자리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신체, 반복 업무 중심”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 원인에 대해선 고령층의 기술 부족보다는 기회 부족을 꼬집었다. 김 부연구위원은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경우 충분한 기술이 있음에도 청년층 고용을 대체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삼일 팀장도 “2차 베이비부머는 고학력이고 동시에 이들은 일할 의지가 있는데 60대가 넘어가면서 직업을 옮길 때 사회적 업무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높다”며 “이는 획일적 정년제도 등 노동시장 경직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령층과 청년층 일자리 대체 관계가 없다고 규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기술 발전으로 ‘에이징 프렌들리 잡(age-freindly job)’이 증가하면서 물리적 힘을 덜 요하고 유연성이 높은 일자리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공지능, 고령화 등에 대비해 노동자들이 제대로 교육받으려면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독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체계인데 이런 체계에선 직업 훈련을 해야 할 동기를 못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4.03.05 I 최정희 기자
"외국인 가사도우미 급여, '최저임금'보다 적게 주자" 제안…왜?
  • "외국인 가사도우미 급여, '최저임금'보다 적게 주자" 제안…왜?
  •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 사진 왼쪽부터 한국은행 고용분석팀 채민석 과장,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원장, 한국은행 서영경 금통위원,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KDI 조동철 원장, KDI 고영선 부원장, 한국은행 물가고용부 이정익 부장, KDI 한요셉 노동시장연구팀장(사진=한은)[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 돌봄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돌봄 수요는 급증하는데 돌봄 노동 공급은 미약해 돌봄서비스 비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이 돌봄서비스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 필리핀 등 가사도우미 수출국에서 외국인 인력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 원하는 만큼 ‘외국인 돌봄 인력’ 유입될 수 있나5일 서울 소공로 한은 본관 2층에서 열린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는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 관련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자들은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이 불가피하지만 실제 도입했을 경우 외국인 돌봄 노동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등을 우려했다. 권정현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외국인 가사도우미 등 돌봄 인력을 송출하는 국가들은 이미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후발주자로서 외국인 돌봄 노동자들에게 매력적일지를 고민해봐야 한다”며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제시하면서도 충분한 외국 돌봄 인력이 확보 가능한가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돌봄서비스 수요에 비해 외국인 돌봄 인력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권 연구위원은 “간병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어떤 업무가 간병인 역할인지, 간호사 역할인지 구분이 어려운 상황이라 의사소통이 원활한 중국 동포가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사례가 많다”며 “교육, 자격기준, 직무 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아 돌봄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야기되고 있어 외국인 돌봄 인력을 들여오려면 간병 관련 제도를 공식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 채민석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일본의 외국인 돌봄 인력 미스매치는 일본어 실력이 높아야 하는 등 질적 수준을 높였기 때문에 돌봄 인력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외국인 돌봄 인력 질적 수준을 높이다보면 노동 공급이 어렵고 질적 수준을 낮추면 노동 공급이 쉬어지는 등 상충관계가 있어 어느 정도 선에서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내국인 돌봄 인력은 ‘돌봄서비스’ 시장 이탈 우려‘돌봄서비스’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내국인 돌봄 인력의 구축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권 연구위원은 “외국인과 내국인 돌봄 인력은 대체 또는 경합 가능성이 높아 외국인 돌봄 인력이 내국인 인력 구축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에선 내국인의 경우 언어, 문화 등에 대한 프리미엄이 있어 내국인 돌봄 인력은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을 통해 외국인 돌봄 인력과 다른 임금 체계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권 연구위원은 “돌봄은 공적 영역이 크기 때문에 내국인 인력의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에 제약이 클 것”이라며 “내국인은 돌봄 인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채 과장은 “업계 분들을 만나봤을 때 ‘돌봄’ 프리미엄 서비스에 대한 시장 수요가 있고 이 부분을 사업화하는 노력도 봤기 때문에 내국인 돌봄 인력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공급하게 될 경우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정책학과 교수는 홍콩의 가사도우미 사례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홍콩은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반드시 전일제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내국인은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지만 파트타임은 시간당 임금이 높다”며 “내국인이 파트타임을 오전, 오후 나눠서 한다면 외국인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고 노동 시장이 이렇게 이원화된 부분이 성공적”이라고 설명했다. ◇ “부작용 강조되면 답 안 나온다”김 교수는 홍콩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홍콩이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10%포인트 올랐고 특히 대졸 여성은 무려 25%포인트나 올랐다”며 “어떤 정책도 대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25%포인트 높이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고령화 사회로 여성 인력의 경제활동 참가가 중요해진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는 경제활동 단절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선 불분명하다”며 “사회실험 기법을 활용해 정책 실험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언급했다. 외국인 ‘돌봄’ 인력의 비자 및 불법 체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김 교수는 “가사도우미(돌봄) 비자를 따로 만들어 체류기간 제한을 없애주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저임금을 받고 10년, 20년 일할 수 있는 비자와 비교적 고임금을 받고 짧게 일하는 비자로 나누면 돌봄 인력으로 국내로 왔다가 불법 체류로 넘어가는 사례가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E9비자는 기본 3년, 최장 4년 10개월로 짧은 편이다. 권 연구위원은 “간병, 노인돌봄은 신체적 부담이 큰 일자리인데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 수준으로 외국인 돌봄 노동자가 해당 직종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것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허가 업종 사업장을 이탈하고 불법 체류자가 되는 선택을 방지할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은이 제시한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은 정부의 노동요양보험 등 재정 지원을 고려하지 않은 방안이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외국인 돌봄 인력 방안을 제시했을 때 여러가지 부작용이 제시되는데 이 부작용이 있다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은 다양한 부작용을 강조하다보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일본의 재정 적자가 심해진 원인 중 하나로 노인 돌봄 등에 재정 투입이 커진 것을 지적했다. 이 총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들여와서 돌봄 가격을 낮추는 등 각기 다른 가격을 지급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게 되면 정부가 타깃해 지원을 하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2024.03.05 I 최정희 기자
서영경 금통위원 "韓 노동시장 구조 변화, 성장률 낮추고 물가 올린다"
  • 서영경 금통위원 "韓 노동시장 구조 변화, 성장률 낮추고 물가 올린다"
  •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4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 모두연설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한은)[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가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물가상승률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노동시장 구조가 개선되지 못하면 통화정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5일 서울 소공로 한은 본관 2층에서 열린 ‘2024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팬데믹 이후 고인플레이션 기간 중 고용과 물가간 관계가 뚜렷해진 것을 확인했고 중장기적으로 고용시장의 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통화정책적 부담이 과도해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 팬데믹 이후 노동생산성 감소…美는 오르는데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대표적인 현상은 △노동 공급 둔화 △노동시간 축소 △노동수급의 미스매치 변화 등이 꼽힌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면서 노동공급이 둔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1, 2차 베이비부머가 은퇴하면서 평균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등으로 내년 이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10만명대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9~2023년 구조적 취업자 수는 31만명 증가했으나 2024~2028년엔 17만명 증가로 예측된다. 특히 노동공급 감소는 경활률이 높은 청장년층에 집중돼 있다는 평가다. 노동시간도 감소하고 있다. 1인당 노동시간은 2016년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급감했다는 평가다. 소득수준 향상과 여가 선호, 고령층 시간제 일자리 증가 등도 근로시간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노동시간 감소는 기업의 고용 수요를 증가시켜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배경이 됐다. 노동시장의 수급 미스매치는 팬데믹 이후 전체적으로 완화됐으나 업종별로는 상이했다. 도소매, 음식숙박, 부동산중개업 등 저기술 서비스업의 노동공급 증가로 평균 노동수급의 미스매치가 완화됐을 뿐, 정보통신, 전문과학기술 등 고기술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수급 미스매치는 지속됐다. 직종별로 보면 기술의 양극단인 돌봄서비스, 농림어업, 음식서비스 등 저기술, 화학·환경, 정보통신, 전기·전자 등 고기술 직종의 인력난이 증대하고 있다.서 위원은 “노동공급 감소, 노동시간 축소, 수급 미스매치 심화 등 노동시장 구조변화는 모두 성장률 하락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저부가가치 부문의 고용 증가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AI) 등 고부가가치 부문의 고용증가로 팬데믹 이후(2020~2023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4%(취업자수 기준)로 팬데믹 이전(2011~2019년) 0.9%보다 더 증가율이 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6%에서 0.7%로 둔화됐다. 한은은 이번 팬데믹 위기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달리 위기의 청산 효과가 크지 않아 노동생산성 개선이 제약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노동시장 구조 변화는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 위원은 “중장기 시계에서 노동시장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상승과 하락 견해가 공존하고 있지만 단기적 시계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노동시장 타이트니스(tightness)는 인플레이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이 2022년 3분기 4.0%에서 작년 4분기 2.9%로 하락했는데 0.3~0.65%포인트는 노동시장 타이트니스 완화 영향으로 분석됐다. 물가상승률 둔화의 약 25~50%를 설명한다. ◇ 고령·여성·외국인 활용해 노동공급 확대해야노동시장 구조 변화의 악영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공급의 양을 확대하고 동시에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서 위원은 강조했다. 1, 2차 베이비부머 은퇴자를 활용해 부분 고용 등 탄력 근무와 임금 체계 도입, 고령 벤처 지원 등 고령 인구가 노동시장 공급을 메워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20~30대 여성의 높은 고용률과 생산성이 유지되도록 근무여건을 개선해 여성 고용의 초기 생산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여성 청년층의 고용증가가 비혼·만혼·저출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출산 직접 비용 뿐 아니라 기회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 위원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2016년부터 1명 미만으로 빠르게 하락했는데 당시 무슨 일이 있었나 살펴보면 전세자금 대출이 크게 급증했다”며 “주택 비용 부담이 출산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력난이 심화된 고기술 및 저기술 분야에 대한 외국인 인력 개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은 “중숙련 노동자 혹은 반복 노동자의 비중이 축소되고 고기술, 저기술 노동의 수요가 늘어나는 고용 양극화 현상이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도록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며 “고기술, 저기술 분야에 대한 외국인 인력 개방을 추진하되 저부가 산업의 연명과 사회문제화를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24.03.05 I 최정희 기자
고령화에 가족 돌보느라…2042년엔 GDP의 최대 3.6% 손실
  • 고령화에 가족 돌보느라…2042년엔 GDP의 최대 3.6% 손실
  • 지난달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고령층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지난 1월 치매를 앓던 80대 아버지를 15년간 간병해 온 50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보도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뉴스는 극소수 계층에 한정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고령화와 관련된 돌봄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돌봄서비스를 원하는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돌봄 인력 공급은 태부족이다. 그냥 놔둘 경우 돌봄 비용이 크게 치솟아 가족이 생계를 접고 간병이나 육아 등에 투입되면서 2042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대 3.6%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0.1~0.18%포인트 낮아질 수 있는 규모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최저임금을 낮추고 외국인 돌봄 인력을 저임금으로 들여와 돌봄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출처: 한국은행◇ 돌봄인력 수급 부족에 ‘간병비’ 오른다채민석·이수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과 이하민 조사역은 5일 서울 소공로 한국은행 본관 2층에서 열린 ‘2024년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 BOK이슈노트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면서 돌봄서비스 노동공급 부족 규모가 2022년 19만명에서 2032년 38만~71만명으로 뛰고 2042년엔 61~155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 2042년 돌봄인력 수요는 10명인데 고작 구할 수 있는 인력은 3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돌봄 수요가 1인당 필요 종사자 수 비율 0.78명(2022년)이 2042년까지 유지되고 65세 이상 인구 수에 비례해 증가하거나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진다고 가정한 것이다. 돌봄 인력 공급은 현재 저학력 50~60대 위주로 구성되는데 최악의 경우 앞으로도 50~60대 위주로 노동 공급이 이뤄지거나 낙관적인 경우 노동공급이 개선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현재도 돌봄서비스직의 구직자 1명당 빈일자리수 비율이 1.23명으로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 요양원의 21%가 입소자 정원을 축소했는데 그 이유의 84%는 구인난 때문이었다.이에 돌봄 비용이 가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작년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고령가구 중위소득의 1.7배 수준에 달한다. 육아 도우미 비용도 264만원으로 30대 가구 중위소득의 50%를 넘고 있다. 이는 2016년 대비 각각 50%, 37% 오른 수준이다.채민석 과장은 “간병·육아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비용 부담으로 비자발적 요양원 입소, 여성의 경제활동 제약, 저출산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며 “특히 고령화에 따른 노인 돌봄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간병비 부담과 노인의 시설 요양 기피로 인해 가족 간병이 늘어날 경우 해당 가족의 경제활동이 끊기면서 경제적 손실이 초래될 위험도 커진다. 한은은 가족 간병 규모가 2022년 89만명에서 2042년엔 212~355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가족 구성원 중 40~60대 주돌봄 연령층의 평균임금을 적용할 경우 경제적 손실이 2042년 46조~77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의 2.1~3.6%에 달한다. 20년간 연평균 성장률로 따지면 0.1~0.18%포인트가 깎일 것이라는 우려다. 출처: 한국은행◇ “외국인 돌봄 인력, 저임금에 수입하자”한은은 ‘돌봄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 고용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돌봄 수요를 국내 돌봄 인력만으로 충족할 수 없는 데다 돌봄서비스의 임금 상승은 돌봄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돌봄은 생산성이 높은 분야가 아닌데 노동수급 부족으로 비용이 올라간다면 이는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을 제안했다. 개별 가구가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사적 계약이라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 적용이 가능하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이 이런 방식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등을 채용하고 있다. 다만 이들에게 숙소를 제공해야 하는데 숙소 제공이 어려울 경우 사용자 조합(co-op) 등에서 공동 숙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의 가사도우미 시간당 평균임금이 2000원 안팎이라는 점에서 돌봄 임금을 우리나라 평균임금(1만1433원)보다 낮게 책정해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입장에선 매력도가 크다는 평가다. 두 번째는 제조업에 국한된 ‘고용허가제(내국인 고용이 어려워 중소사업장에 합법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 허가)’를 돌봄서비스업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내국인, 외국인 모두에게 돌봄서비스업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을 낮게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외국인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을 낮게 지급할 경우 근로기준법, 외국인고용법 위반일 뿐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 차별 협약 비준 위반에 해당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돌봄’을 위해 국내로 들어왔어도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임의로 업종을 전환,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채 과장은 “3년 등 일정기간 돌봄서비스를 수행한 후에는 여타 산업에서도 일정 기간 일할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등의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내국인 돌봄 인력이 임금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언어, 문화 차이 등 내국인 프리미엄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대처 없이 돌봄 비용 부담이 더 확대될 것이 자명하고 비싼 간병비는 어려운 저소득 계층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03.05 I 최정희 기자
이창용 "우리에겐 낮게 매달린 과일 없다"…구조개혁 필요성 강조
  • 이창용 "우리에겐 낮게 매달린 과일 없다"…구조개혁 필요성 강조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4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 환영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한은)[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에게는 이미 낮게 매달린 과일은 더 이상 없는 상황이며 높게 매달린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수반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서울 소공로 한은 본관 2층에서 열린 ‘2024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구조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환영사에서 “중앙은행은 경기,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을 기반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이 본연의 업무”라면서도 “그러기에 왜 한은이 작년에 이어 연속으로 노동시장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는지에 대해 의아해하는 분도 계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시장을 빼고는 거시 경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노동시장에 대한 이해는 중앙은행 업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작년 노동시장 세미나를 처음으로 개최한 후 올해 KDI와 공동으로 두 번째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총재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과 거시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한은은 작년 경기변동 측면에서 노동시장 이슈를 살펴봤다면 올해는 보다 중장기적 구조적 변화에 중점을 두고 KDI와 공동으로 노동시장 세미나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조개혁의 시급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리에게는 이미 낮게 매달린 과일은 더 이상 없는 상황이며 높게 매달린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수반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우리 사회가 아직 안타깝게도 이러한 공감대를 정책화하고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구조개혁 과정에서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합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우며 단기적 고통이나 희생이 수반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가 노동시장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개혁을 달성하기 위해 알을 깨는 고통이 수반된다는 각오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나가는 출밤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4.03.05 I 최정희 기자
JP모건 "美 정책금리 인하 시점 7월로 후퇴"
  • JP모건 "美 정책금리 인하 시점 7월로 후퇴"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에서야 정책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보다 물가상승률이 안 꺾일 경우 글로벌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미국 경제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 대선 행보에 따라 관세 부과 이슈가 부각된다면 원화 등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조이스 장(Joyce Chang) JP모건 글로벌 리서치 대표는 5일 세계연구원 주최의 ‘2024 글로벌 경제 및 금융 전망:한국의 도전과 기회’라는 주제로 열린 웨비나에서 “올해 글로벌 경제는 미 연준의 정책 피봇이 강한 순풍을 제공하는 가운데 회복 탄력성을 바탕으로 당면한 도전을 극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대표는 “작년 한해 글로벌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의 주된 동인이었던 미국의 나홀로 호황이 금년에도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테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7월로 내다봤다. 시장에 형성된 6월 금리 인하보다 한 달 가량 늦은 것이다. 서비스 물가가 안 떨어지고 중동불안에 연준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극복했다고 선언하기에는 시기상조인 만큼 예상보다 고금리 수준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장 대표는 “이 경우 미국 경제의 절반 이상을 지탱하는 소비자 부문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미국 경제 체력이 약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가 침체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침체 위험은 소멸된 것이 아니라 2025년으로 연기된 것”이라며 “골디락스의 단꿈에 젖어 안일하게 대응하다가는 서서히 끓는 물 속에서 죽어가는 개구리가 될 위험이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장 대표는 “11월 미국 대선과 4월 한국 총선을 비롯해 올해 전 세계에서 총 77개 선거가 치러지고 세계 인구 절반이 투표를 하는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느 때보다 높고 거시경제·정치·기술·환경 등 보다 장기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지경학적 리스크, 국제질서의 균열 위험도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교역에서는 규제 등이 가파르게 증가해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미국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5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4만선을 넘어 사상 최고를 경신하는 등 세계 증시가 파죽지세이지만 글로벌 경제 펀더멘털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올해 2.2%, 내년 2.3%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미국 대선 레이스가 5일(현지시간) 슈퍼 화요일을 기점으로 탄력을 받을 전망인데 이 과정에서 고관세 등 특정 정책이 유력해질 경우 미 달러화 강세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일괄적 관세가 부각된다면 원화, 위안화 같은 아시아 통화가 취약할 수 있다는 평가다. JP모건의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6월말 1315원, 연말 1250원 수준이다. 레피니티브 집계 기준 컨센서스가 각각 1289원, 1243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높은 수준의 전망치다. 장 대표는 일본 경제에 대해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장기 불황의 늪을 탈출하는 구조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종료 시점은 3분기로 예상했다. 마이너스 금리 종료 시점은 4월로 예측됐으나 점차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중국 경제에 대해선 “친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내수 회복이 예상보다 약하고 비(非)국유기업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 세계 경제가 녹록치 않을 수 있다”면서도 “경착륙 우려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더블딥, 교역 급감, 대대적인 자본이탈 및 외국인 직접투자(FDI) 금갑 등 하방 위험이 있지만 올해는 디플레이션 상태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그로 인해 당국의 공식적인 목표 성장률 수준은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03.05 I 최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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