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거품 꺼졌나… 유진7호 이어 신한8호도 '약세'

지난 5~6월 '이상 급등' 이후 신규 스팩 주가는 약세
평균 수요예측·청약 등 경쟁률은 높아지기도
"스팩은 결국 페이퍼 컴퍼니, 신중한 투자 필요"
  • 등록 2021-09-28 오전 12:00:00

    수정 2021-09-28 오전 12:00:00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이달 역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던 유진스팩7호(388800)가 상장 후 내리막을 걷고 있는 데에 이어 1조원 넘는 증거금을 모았던 신한제8호스팩(393360) 역시 상장 첫 날 약세다. 이에 지난 5~6월의 ‘거품’이 걷힌 스팩에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신한제8호스팩은 시초가 대비 0.95%(20원) 내린 208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어진 신한제8호스팩의 수요예측에는 총 1186곳의 기관이 참여, 경쟁률 1154.26대 1로 웬만한 공모주 못지 않은 흥행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 13~14일 이뤄진 청약에서도 경쟁률 361.39대 1을 기록, 증거금 약 1조1293억원을 끌어모았다. 다만 시초가가 2100원에 그치고, 이후에도 하락하며 겨우 기준가 수준을 지켜내게 됐다.

앞서 이달에는 국내 스팩들 중에서 10조원에 가까운 증거금을 끌어모았던 유진스팩7호(388800)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난 2~3일 진행된 유진스팩7호의 청약 경쟁률은 3921대 1을 기록했고, 이에 따른 증거금 9조8035억원이다. 이는 현재까지 상장된 스팩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며 증거금 역시 최다 규모다.

이에 ‘역대급 스팩’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상장 첫 날이었던 지난 13일 시초가를 기준가(2000원)의 두 배인 4000원에 형성 후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주가는 하루를 빼고 내내 하락해 현재 주가는2285원에 머무르고 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들과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올해 5~6월 당시 삼성스팩2호(현재 엔피(291230)와 합병 완료), 삼성스팩4호 등을 필두로 이렇다 할 합병 호재 등이 없었을 당시에도 주가가 잇따라 급등한 바 있다.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만큼 스팩은 합병 호재 등에 따라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당시 급등했던 스팩들은 인수합병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횡보 흐름 속 적은 유통주식수와 낮은 가격으로 인해 쉽게 주가가 오르내릴 수 있는 스팩에 투기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되기도 했다.

이에 당국 역시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까지 스팩의 합병 성공률은 63.9% 수준이다”라며 스팩에 대한 과도한 투자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스팩은 3년 안에 합병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장폐지가 이뤄지고, 투자한 원금과 이자 정도의 수익만을 얻어갈 수 있다. 또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기획감시를 실시했고, 이 결과 17개 스팩 종목 중 7개 종목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를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스팩의 주가 ‘거품’은 다소 가라앉았지만, 투자처로서의 관심도 자체는 높아진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한 스팩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평균 3.14대 1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평균 169.4대 1 수준으로 뛰어올랐으며, 인기가 높은 스팩의 경우 네자릿수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안정적인 투자처이자 유망 기업들과의 합병을 통한 합병 후 차익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는 경우에는 오히려 합병 대상을 찾기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합병가액이 주식의 가격으로 결정되는 만큼 합병가액이 높아질수록 합병 비율 역시 높아진다. 이에 비상장법인 입장에서는 가격이 높은 스팩의 경우 가격적인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게자는 “스팩은 결국 본질 가치가 없는 셈”이라며 “합병 등 명확한 이슈가 있는 경우 등을 고려한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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