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박태진 기자] 전체 공모물량의 44%를 외국인에게 배정한 탓에 보유확약 없이도 수월하게 공모주를 배정받고 상장 초기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 변동성을 키운 주범이 됐던 것이다. 올초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작년 공모대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공모주 시장 형평성과 시장 안정을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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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데일리가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일 상장한 SKIET의 상장 시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국내 기관이 96.4%였지만, 해외 기관은 36.6%를 기록, 3분의 1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확약을 한 해외 기관의 5.6%만이 6개월 확약을 걸었다. 해외 기관의 대부분(91.8%)은 1개월 확약에 그쳤다. 국내 기관의 대부분이 6개월(52.6%), 3개월(37.6%) 확약을 건 것과는 차이가 확연한 셈이다.
SKIET는 지난달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883대 1을 기록,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해 역대 최고 경쟁률을 쓴 이후 81조원에 달하는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신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2차 전지 업체라는 점에서 ‘따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첫 날부터 26% 급락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전체 공모물량의 44%를 배정받아 의무보유확약 없이도 손쉽게 공모주를 손에 쥔 외국인이 첫날부터 3616억원을 팔아치운 탓이다. 이후로도 내리 나흘간 매도에 나서는 등 현재까지 총 465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상장 첫 날 22만2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꾸준히 내려 한때 14만원을 밑돌기도 했다.
해외 기관들의 낮은 의무확약 비율은 지난 3월 상장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기관은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에 대해 94.2%의 의무확약률을 보였지만 해외 기관의 의무확약 비율은 62.6%에 머물렀다. 외국인은 상장 후 15거래일 연속 매도에 나섰고, 첫날 따상을 제외하고는 7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상장한 시총 상위 10개사의 외국인 의무보유확약비율도 평균 4.64%에 불과했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국내 기관에 비해 의무확약의 부담을 거의 지지 않으면서 공모주 ‘단타’를 통해 수익을 누리자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 통합 공시하는 기관투자자 의무확약비율을 국내와 외국인으로 나눠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나아가 공모주 배정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