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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총 35곳의 상장사(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합계)가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무상증자를 결정한 곳이 8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하며 연초 시장과 투자심리가 움츠러들었던 것이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 마련된 유동성 환경 속 무상증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특히 올해 무상증자를 결정한 상장사들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체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1곳이 제약 및 바이오 업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무상증자를 통한 주가 부양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무상증자는 기업이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 등을 자본으로 옮겨 신주를 찍어내 이를 주주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유통주식 수가 늘어나 거래 활성화가 기대되는 만큼 통상 주가가 뛰는 모습이 나타나게 된다.
적자 바이오社 무상증자도… 묻지마 투자는 주의
다만 이들 중에서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무상증자를 결정한 경우도 눈에 띈다. 액체생검 및 유전체 검사 전문 기업인 EDGC(이원다이애그노믹스)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 기업인 자회사 솔젠트의 수혜가 주목받으면서 솔젠트 소액주주연대(WFA투자조합)와의 경영권 분쟁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진 경영권 분쟁은 올해 초 주주연합 측의 승리로 끝났고, 석도수 WFA투자조합 대표이자 솔젠트 전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되찾으며 일단락됐다.
혼란 끝에 회사 측은 지난 3일 주식발행초과금을 활용해 100% 무상증자를 시행, 보통주 4060만9344주를 새로 발행한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다만 아직까지 EDGC는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32억원 수준이었던 적자는 지난해에도 50억원에 달해 5년째 손실을 이어오고 있다.
무상증자는 주식발행 초과금(에이치엘비 265억원, 에이치엘비생명과학 235억원)을 통해 이뤄질 예정이며, 추후에도 무상증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최근 주가 급락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의 목적이자, 믿고 기다려주신 주주들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며 “사실 관계를 충분히 소명하고 차질 없이 신약 사업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무상증자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펀더멘털 자체를 살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실제로 무상증자를 결정한 바이오 기업 11곳 중 지난해 잠정 실적을 공시했거나 이익 추정치가 존재하는 7곳은 모두 지난해 적자를 보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무상증자는 실질적인 기업 가치와는 관련이 없는 만큼 단순히 호재로만 이해할 수 없다”며 “실제로 적자 기업이라면 펀더멘털에 유의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