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1937년 7월 7일 밤, 베이핑(현 베이징) 교외 루거우차오에서 야간 훈련 중이던 일본군 부대가 중국군의 도발로 병사 한 명이 실종됐다는 허위 보고를 했다. 무다구치 렌야는 처음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참모를 파견했다. 그러나 공명심에 눈이 멀어 마음을 바꾸고는 본국의 허락도 없이 반격을 지시했다. 8년 중일전쟁의 도화선이 된 ‘루거우차오 사건’이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일은 다반사다. 그러나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 강한 리더십과 군사적 통찰력으로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판단력을 갖춘 장군은 얼마나 될까. 무다구치 렌야의 사례는 “무능한 지휘관은 적보다 무섭다”라는 말이 진짜임을 잘 보여준다. 지휘관의 능력은 수많은 생명은 물론 한 나라의 국운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책은 나폴레옹이 패전했던 스당전투, 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등에서 병사들을 이끈 12명의 무능한 패장(敗將), 이른바 ‘똥별’(능력은 없으면서 권위주의적 면모만 살아있는 장군을 지칭하는 속어)을 다룬다. 무다구치 렌야를 비롯해 무솔리니의 정치군인이었던 로돌포 그라치아니, 명장에서 범장으로 전락한 모리스 가믈랭, 중국을 위기에 빠뜨린 조지프 스틸웰, 한국전쟁 역사상 가장 큰 패전을 기록한 국군 제3군단 군단장 유재흥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현대 조직 사회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조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형은 멍청하면서도 부지런한 사람임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12명 ‘똥별’의 공통점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어 군 전체를 위기에 빠트렸다는 것이다. 여기에 리더십 부족과 우유부단함, 그리고 무능한 면모까지 함께 갖추고 있다. 위기에 빛나는 리더십이 왜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