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 리그 첫 경기였던 우루과이전이 25일 새벽 0대0으로 마무리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년간은 대규모 군중 행사가 불가능했지만 올해 거리 두기가 해제되고, 4년 만에 월드컵까지 돌아오며 광화문 광장은 다시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지난달 ‘이태원 참사’ 이후 밀집 행사에 대한 안전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곳곳에는 경찰과 소방 인력들이 배치돼 경기 시작 전부터 끝까지 안전한 통제가 이뤄졌다. 시민들 역시 통제에 따라 질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올해 월드컵 첫 거리 응원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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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전을 앞둔 지난 24일 오후 9시 30분쯤부터 광화문 광장에는 3개 전광판으로 나뉘어 응원 준비가 이뤄졌다. 일찌감치 응원을 나온 사람들은 전광판 바로 앞과 본무대 근처에 자리를 잡았고 뒤늦게 광장을 찾은 이들은 무대 근처 의자와 쉼터 등에 앉아 경기를 기다렸다. 돗자리를 깔고 소주와 족발, 컵라면 등을 먹으며 경기를 기다리는 모습도 보였다.
올해 수능이 끝나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기분을 내러 거리응원에 나온 정모(18) 군은 “대한민국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 정군은 “월드컵처럼 모든 국민이 나와서 함께 응원하는 이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친구들과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는 오후 10시 시작이지만, 광화문 인근 청계천, 무교로 등 호프들은 이미 만석이었다. 테라스 자리에 비닐 커버를 설치해서 바깥까지 앉을 수 있게 해놨지만, 이미 예약을 받아 놓아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호프집 직원 B씨는 “이미 예약 손님만으로도 만석이라서 기다리더라도 자리가 나올지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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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에 모인 1만여명의 시민들은 경기의 흐름에 따라 함께 호흡하며 열띤 응원을 즐겼다. 광장 바닥에 모여 앉은 시민들은 돗자리, 담요 등으로 초겨울 추위에 맞서 무장하고 대형 스크린 속 선수들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안타까운 탄식, 즐거운 함성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대규모의 인파가 몰리며 발생했던 ‘이태원 참사’가 불과 한 달여전에 일어났던 만큼 이번 거리 응원에서는 철저한 안전 관리가 이뤄졌다. 경찰은 광화문 광장에 경찰관 41명, 8개 기동대, 특공대 18명을 각각 배치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역시 소방공무원 54명 및 소방차 9대, 119구급대 4개대를 배치해 안전 사고와 돌발 상황 등에 대비했다.
이에 많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이동했지만 물리적 충돌이나 안전 사고는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거리 응원을 나온 이모(21)씨는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려고 한다”며 “아까 올 때 보니까 내리막길 같은 곳은 요원들이 안전관리를 하고 있어서 이태원 참사처럼 사고가 날 것 같진 않다”고 안도감을 내비쳤다. 본무대에선 “광화문역은 혼잡할 것으로 예상돼 종각역, 시청역 등을 이용해달라”는 방송을 내보내 인파를 분산시켰다.
시민들의 귀가길, 광장과 가장 가까운 광화문역 내에서도 경찰들이 배치돼 한꺼번에 개찰구로 몰려드는 인원을 통제했다. 이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5분만 이따가 내려가시면 됩니다”, “열차 들어올 때에 맞춰서 천천히 이동해주세요” 등을 외치며 시민들을 관리했다. 시민들 역시 충돌 없이 경찰의 통제에 따라 질서 있게 개찰구를 빠져나갔다.
쓰레기 관리 역시 깨끗하게 이뤄졌다. 쓰레기 문제를 우려해 관계자들은 쓰레기 봉투를 미리 배포해 쓰레기 정리를 유도했고, 종로구 등 환경미화원들도 즉시 현장 정리에 나섰다. 새벽 1시쯤에는 광장에서 거의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었고, 쓰레기차들이 봉투를 옮기며 광장은 다시 아침을 맞을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