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기업공개(IPO) 열풍과 더불어 증권신고서 정정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들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미래 성장 업종’으로 꼽히는 바이오나 플랫폼 기업들이 많아 정확한 가치 산정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IPO 열기가 이어지는 상황에 최근 카카오페이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고, 크래프톤 역시 게임보다는 지식재산권(IP)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강조했다가 ‘고평가’ 논란이 일며,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았다. 최근 코스피 상장을 마친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역시 두 차례의 자진 정정을 통해 하반기 공모주 중 공모가 밴드를 수정한 첫 타자가 됐다.
| 카카오 프렌즈 이미지(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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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는 없었지만, 전자상거래 플랫폼 관련 기업 플래티어나 IT 소프트웨어 기업 브레인즈컴퍼니, AI 의료 솔루션 업체 딥노이드 등의 기업들도 자진해서 증권신고서를 수정했다. ‘메타버스’ 관련주로 역대 최고 수요예측 경쟁률을 보여줬던 맥스트 역시 두 차례 자진 정정을 거쳤다. 당국의 직접적인 요구가 없었어도 기업들이 먼저 나서 보다 꼼꼼한 설명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셈이다.
21일 이데일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7~ 2019년까지 단 한 건도 없던 금감원의 IPO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은 지난해 6곳으로 늘었다. 지난해 정정 기업들은 모두
미코바이오메드(214610)와
피플바이오(304840) 등 바이오·진단키트 기업이거나 혹은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
바이브컴퍼니(301300)), 모바일 게임 기업(
모비릭스(348030)) 등으로, 코로나19 이후 그 성장성이 부각되는 업종이 차지했다.
이중 모비릭스는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비교 기업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공모가 밴드를 한 차례 낮추며 2020년 목표였던 상장이 올해 초로 미뤄졌다. 이외의 기업들은 공모가를 낮추지는 않았지만, 매출과 이익 추정치를 계산한 근거, 사업 위험 등에 대해 보다 정확한 서술을 요구받았다.
이는 가치 측정이 어려운 특례 상장을 이용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익이 적거나 나지 않아 현재 가치 평가가 어려운 기업들은 주로 ‘기술특례상장’을 이용해 상장에 나선다. 기술특례상장의 경우 기술성 등에 대해 전문 기관의 평가를 거치지만, 미래 매출이나 이익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시장의 얘기다.
실제로 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주관사와 협의를 통해 비교군을 선정하지만, 매출과 이익 등 외형 조건을 맞추면서도 비슷한 사업 특성을 가진 기업을 국내에서 찾는 것은 어렵다”며 “결국 해외 기업을 끌어올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국내에 비교군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기존 상장된 제조업 기반의 기업들과도 정량적 비교가 어렵다”며 “이베이나 아마존을 이마트와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플랫폼 기업들의 확장성, 새로운 가능성 등에 대해선 기업 입장을 당국에서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