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이제 좀 살 만해졌나 했더니, 업체가 ‘숙제’를 부활시켜서 대리기사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바나플 본사 앞에서‘수도권 로지연합 숙제 부활 규탄·공정운영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
|
대리운전 기사들이 플랫폼사의 독점적인 횡포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 겨우 숨통이 트일 만해지니, 독점적인 플랫폼사가 ‘숙제’로 불리는 의무 콜을 다시 부활시키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바나플 본사 앞에서 ‘수도권 로지연합의 숙제 부활 규탄, 공정운영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로지연합’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필수로 설치하는 업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업 바나플과 6개 소속 업체들이다. 이 연합은 요금을 공동으로 결정하고, 수수료 체계와 콜, 등록 기사 등을 모두 공유하고 관리한다. 로지연합은 지난 2016년부터 우선배차를 조건으로 내걸어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일명 ‘숙제’라고 불리는 의무 콜을 강요하고 있다. 카카오대리, 티맵대리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수도권 대리운전 시장의 약 70%를 점유한 로지연합이 대리운전 기사들의 타 플랫폼 활동을 막고, 자사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이러한 로지연합의 ‘숙제’가 기사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서 잠시 숨을 돌리나 싶었는데 바로 ‘숙제’를 부활해 로지연합이 횡포를 부린다”며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기사들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시민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기사들은 모형 쇠사슬을 끊고 “대리기사는 노예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숙제’라고 써있는 박스를 부수는 등의 퍼포먼스를 보였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숙제’를 하지 못하면 그 이후 배차가 제한되는 등 압박을 받아왔다고 주장한다. 로지연합의 주축인 바나플은 이로 인해 지난 2016년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지난해는 1000여명의 대리운전 기사들이 로지연합의 ‘숙제’가 불공정 행위라고 주장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의무 콜’ 제도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노동자성’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왔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영국 대법원뿐만이 아니라 미국,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서도 우버 소속 기사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며 “사측의 ‘의무 콜’을 받지 않으면 배차가 제한되는 등 제재를 받으면 이는 ‘의무 노동’을 하는 노동자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로지연합은 숙제를 활용해 독점적 지위만 유지하고, 대리기사를 제멋대로 부려먹으면서 임금, 보험료 등을 책임지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바나플에게 제출하기 위한 공정운영 요구 서한을 제출하러 본사 건물 안을 향했다. 그러던 중 이들의 서한을 받기를 거부하는 바나플 측 직원들과 10여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이후 중재 끝에 서한 전달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