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두기' 해제와 함께… 다시 돌아온 명절증후군

직장인도 주부도… 성인 절반 가까이 '명절 스트레스'
정신뿐 아니라 몸까지 아프단 호소도
일상으로 향하는 '과도기'… 안부와 덕담 등 본질 살펴야
  • 등록 2022-09-11 오전 7:36:35

    수정 2022-09-11 오전 7:36:35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최고의 핑계였던 ‘코로나19’가 사라지다보니, 직장 핑계라도 댈 수밖에요…”

올해 추석, 직장인 김모(31)씨는 경남 진주의 본가로 내려가는 대신 짧은 추석 ‘호캉스’(호텔+바캉스)를 택한 뒤 부모에겐 ‘회사당직으로 인해 내려가기 어렵다’고 거짓말했다. 결혼부터 직장문제, 부동산문제 등을 가족들과 얘기하다보면 명절에도 ‘쉬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이처럼 3년 만의 거리두기 없는 추석을 맞아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이 다시 눈에 띄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시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도기의 성격이 있는 만큼 서로 배려하고, ‘만남’이라는 명절의 본질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김씨처럼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단 건 수치로도 확인된다. 작년 채용정보 플랫폼 사람인의 ‘명절 스트레스’ 관련 조사에서 성인 3033명 중 40.2%는 ‘명절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설날 당시 조사(58.3%)보다는 18.1%가량 감소했지만, 여전히 절반에 가까운 이들은 명절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스트레스의 가장 큰 요인은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일가 친척들이 모이는 명절의 대표 얘깃거리인 결혼, 육아, 직장과 경제 문제 등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직장인 심모(32)씨는 “몸은 몸대로 피곤한데 근황이랍시고 묻는 질문들에 답하다보면 정신이 없다”고 호소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뿐만이 아니라 소화불량, 두통 등 신체적인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가사 노동을 많이 수행하는 이들, 주부들의 경우에는 고통이 더 클 수 있다. 주부 A(58)씨는 “ 족저근막염, 요통 등 평소에 앓고 있던 증상들이 명절 때엔 가사일은 물론이고 차를 오래 타면서 이동하는 시간 동안 더 악화되는 기분이 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명절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명절의 목적과 순기능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비록 3년 만의 거리두기 없는 명절이더라도 여전히 코로나19가 지속 중인 만큼 스트레스를 가중하는 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상황을 바탕으로 배려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해를 바탕으로 누군가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을 화제로 삼는 건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는 조언이다. 이 교수는 “혹시라도 물어볼 일이 있다면 따로 묻거나 혹은 ‘물어봐도 괜찮냐’고 동의를 구하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며 “불편한 얘기보다는 덕담, 정을 나누는 자리로서 명절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이번 명절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도기’인 만큼 서로 조심하고, 다른 성별이나 연령 등 차이를 이해하고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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