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구상유취와 이준석 신드롬

청년정치, 애송이 취급 속 세대교체 장식물 전락
이준석, 국민의힘 전대서 돌풍 넘어 대세론 구가
보수정당 첫 30대 대표 눈앞…민주당 ‘대략난감’
  • 등록 2021-06-07 오전 5:00:00

    수정 2021-06-07 오전 5:00:00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6일 오후 울산시 남구 국민의힘 울산시당사를 방문해 당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과거 유행했던 광고카피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나이의 제한은 없다는 뜻이다. 스포츠가 대표적이다. 축구나 야구에서 은퇴연령을 훌쩍 넘긴 선수들이 현역으로 맹활약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스포츠 분야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나이’라는 금기는 깨지고 있다. 반면 나이가 유독 걸림돌로 작용하는 분야도 있다. 바로 정치다. 정치에는 돈과 권력, 계파라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 청년세대는 끊임없이 정치에 도전해왔지만 늘 실패였다. 현실정치는 언제나 50대 초중반 이상 ‘기득권 꼰대 남성’의 전유물이 돼버렸다.

71년 대선 뒤흔든 YS의 40대기수론

우리 정치에서 ‘청년정치’는 기득권 정치의 보완재 역할에 그쳤다. 역대 총선 때마다 청년몫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정하거나 여야 주요 정당의 전대 이후 청년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할당하는 게 대표적이다. 청년정치는 단 한 번도 여의도 정치권의 주류로 올라선 적이 없다. 복잡다단한 정치현상을 풀기 위해 풍부한 경륜은 필수적이라는 반론 때문이다. 이는 30·40대 총리가 즐비한 서구 유럽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그나마 가장 유사한 사례는 1969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꺼내들었던 ‘40대 기수론’이다. 당시 유진산 신민당 총재는 이에 ‘구상유취(口尙乳臭, 입에서 아직 젖비린내가 난다’라고 비꼬았지만 40대기수론은 1971년 대선을 뒤흔들었다. 이후 청년정치는 수십년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애송이 취급 속에 세대교체론의 장식물로 전락했다.

30대 정당대표 탄생 눈앞… 민주당 대략난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마선언 당시만 해도 전대 흥행을 위한 페이스메이커로만 여겼다. 현역 의원이 아닌 원외라는 한계가 너무 컸다. 3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도 못미더운 요소였다. 더구나 나이만 청년에 해당할 뿐 기성정치와 다를 바 없는, 금수저 출신의 ‘젊은꼰대’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 상황은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다크호스를 뛰어넘어 대세론을 구가하고 있다. 당심과 민심을 모두 장악한 채 그야말로 신드롬 수준의 인기다. 막판 이변만 없다면 보수정당 사상 첫 30대 대표의 탄생은 눈앞이다. 난감한 쪽은 민주당이다. ‘강 건너 불구경’으로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절박하다. 이준석 당선은 곧 ‘의문의 1패’다.

한국정치 뒤흔든 이준석 돌풍

지난 4일 한국갤럽은 차기 지지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흥미로운 건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중 누가 1위를 차지했느냐가 아니었다.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지지율 3%로 기록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에게 쏠렸다. 1985년생으로 올해 36세인 이 전 최고위원은 헌법상 대통령 출마 자격(만40세 이상)이 없다. 보수진영은 물론 정치권 전반의 세대교체 여론이 담겨있다고 볼수밖에 없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진보진영 비주류의 반란이었던 ‘노풍(盧風)’처럼 보수진영에서 불어온 ‘이준석 바람’이 한국정치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어쩌면 여야 차기주자들은 이 전 최고위원이 만40세 미만이라는 점을 다행으로, 국민들은 아쉬움으로 여길 수도 있을 듯하다. 아울러 보수진영은 ‘이준석’이라는 확실한 차차기 대선주자 확보라는 부수입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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