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지 5일 정도가 지났지만, 지난 2019년 화이트리스트 사태 당시 불었던 ‘노 재팬’ 바람은 아직 잠잠하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억눌려왔던 해외여행 수요가 일본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은 물론, 일본 상품을 소비하는 이들도 “개인의 선택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노 재팬’ 사태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의 소비와 가치관 등이 우선시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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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데일리가 찾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평일 오전이었지만 공항 곳곳에서는 여행객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도쿄와 후쿠오카는 물론, 구마모토와 다카마츠 등 일본을 향하는 비행기가 한 시간에만 4~5편에 달할 정도였고, 출국을 위해 수속을 밟는 여행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해외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 사이 일본의 인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은 총 1303만2900명이다. 이중 한국인 관광객은 375만5300명, 3명 중 1명 꼴이었고 국적별로는 1위였다. 특히 지난달엔 처음으로 일본 한국인 관광객이 60만명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5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부터 오염수 방류 논의가 시작됐음에도 꾸준히 관광이 이뤄진 셈이다.
실제로 일본은 최근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행지다. 1~2시간 정도 짧은 비행시간에, 1000엔당 900원대 초반에 그치는 역대급 ‘엔저’로 인해 비용 부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A(30)씨는 “오사카에 다녀왔는데,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한국어가 들릴 정도였다”며 “제주도 등 국내 여행지랑 비교하면 오히려 가격 부담이 덜하고, ‘해외에 가고 싶다’는 이유가 더 큰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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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당시 일본 맥주, 유니클로 등 ‘불매 운동’의 적극적인 대상이 되었던 상품 및 업계도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9년 당시 일본 맥주는 4만7331톤이 수입되며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이 됐었지만, 지난달에는 국내 전체 맥주 수입량 중 27.1%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아사히 슈퍼 드라이’ 캔맥주,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어 만드는 ‘하이볼’ 등의 인기 역시 여전히 높다. 이날 확인해 본 서울 송파구의 한 유니클로 매장 역시 가을옷을 준비하는 이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전문가들은 2019년 ‘노 재팬’ 운동 당시 타인의 소비를 통제하거나, 질타하려는 움직임에서 ‘학습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19년 당시 정치·외교 문제와 소비를 결부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개인의 소비, 중시하는 가치관에 따른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학습했을 것”이라며 “오염수 방류를 두고도 개인이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선택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