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공약대로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와 함께 지난 54년간 닫혀 있던 북악산 등산로가 열렸다. 하지만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머무는 공관 주변의 등산로는 개방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지난 2일 돌연 폐쇄됐다.
헌재소장 공관 주변 등산로가 닫히게 된 건 사생활 침해, 소음과 보안 등 유 소장 측의 민원 때문이다. 헌재 요청에 따라 문화재청 산하 한국문화재재단은 재빠르게 ‘출입금지’ 안내문을 걸었고, 등산에 나선 하루 3000여명 시민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북악산 등산로 개방을 함께 약속했던 윤 대통령은 헌법상 독립기관인 헌재 수장을 설득하진 못한 모양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은 특히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구중궁궐’이었던 청와대를 시민을 위해 비우고, 북한 남파공작원 김신조 침투 사건 후 일반인은 밟을 수 없던 북악산마저 연 것은 탈권위와 안보 자신감을 함께 보인 것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새 정부의 등산로 개방약속이 ‘반쪽’이 된 지금, 헌재 측은 “관계기관과 다시 협의하겠다”고 하고 문화재청은 “헌재와 합의하겠다”며 시간만 끌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탈권위 기조에서 시작한 ‘금기 공간’의 개방이 헌재의 구시대적인 ‘과잉 예우’에 막혀선 안된다. 새 대통령과 ‘코드 맞추기’하란 게 아니다. 헌재도 시대 변화 흐름에 맞춰 그간 누려왔던 ‘특권’을 국민을 위해 내려놓아야 한단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