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실적현황’에 따르면 연결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코스닥 1230개사 중 전기 실적 비교 가능한 법인 1112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5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6조1000억원으로 5.2% 늘었다. 순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41.4% 급감했다. 매출액이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크게 줄어 ‘내실 없는 외형성장’을 한 셈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생산성도 낮아졌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4.1%, 3.0%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포인트(p), 2.5%p 떨어졌다. 1000원어치 물건을 팔면 영업이익이 41원 남았다는 의미다. 부채비율은 108.8%로 지난해 말보다 1.6%p 상승했다.
업종별 영업이익은 IT업종의 경우 통신장비, 디지털컨텐츠, 통신방송서비스가 적자로 전환했다. 2차전지가 속한 IT부품(-82.9%), 반도체(-78.9%), 인터넷(-62.2%), 소프트웨어(-11.6%) 등도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제조업종에서는 제약(-89.8%), 기계·장비(-30.7%), 비금속(-28%)도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반면 운송장비·부품은 유일하게 작년 상반기보다 영업이익이 100.7% 늘며 세자릿수대 성장했다. 전방산업인 완성차 업계 호황으로 부품 업체들도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2차전지 맹주로 꼽히는 에코프로비엠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23% 급증했지만, 2분기만 놓고 보면 6.8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양극재 원료 중 하나인 메탈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성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원료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면, 비싼 값에 원재료를 사들여 싼값에 제품을 파는 효과가 나타나 기업의 수익은 저하하 수밖에 없다. 다음 분기에도 원재료 값 하락분이 제품 판가에 반영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중국의 실물 경제지표가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등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달러화 강세, 은행들의 대출 요건 강화 등으로 3분기 이후 실적 개선이 나타날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