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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 사건’ 피해자 가족 A(54)씨는 13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사형제 존치로 범죄자들을 엄하게 다스려달라고 호소했다. A씨는 1심 선고 이후 약 한 달여만에 처음으로 인터뷰에 나온 이유에 대해 “잊혀지지 않기 위해 무엇이라도 말하고 싶고, 내 목소리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중이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그 어머니를 살해하고, 초등학생 남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이석준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다.
A씨는 이석준 사건 1심 재판장에게 지난 3개월간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6차례에 걸쳐 보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5차례 열린 공판에도 꾸준히 출석했다. 선고 전 구형 공판에서는 발언권을 얻어 이석준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달라며,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직접 읽었다. 아내를 살해하고 아들을 다치게 한 가해자의 얼굴을 보는 것은 뼈를 깎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지만, 유족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었다.
A씨는 “지금도 1심 재판부의 판결에 서운한 마음이 든다”며 “(항소심에서) 끝까지 싸우고자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처럼 힘없는 서민이 아닌 권력이 있는 이들에게 이런 일이 생겼다면 같은 판결이 나왔을까 싶다”면서 “사형 선고의 근거는 기존 판례가 아니라 살인자의 죄 그 자체, 저희와 같은 유족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갈지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A씨는 범죄자까지 포함하는 인간의 존엄과 정의의 실현 중 어느 것이 더 앞서는지를 판가름하는 사형제 위헌 심판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도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형제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법률 전문가들뿐이 아니냐”며 “그런 법적 판단에 ‘만약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땠을까’에 대한 공감이 전혀 없고, 실제 고통받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면 이는 아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석준 사건 후 약 7개월이 흘렀지만, A씨와 남은 가족들은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 때문에 아내를 잃었다고 생각하면 죽을 만큼 고통스럽고, 지금도 남은 가족들은 모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사형제 존치에)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전달되면 좋겠다”고 인터뷰에 응한 이유를 거듭 밝혔다.
마지막으로 범죄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A씨는 “사건 초기에만 ‘반짝’ 관심을 두기보다 지속적으로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일상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등을 국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살펴보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