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21일(현지 시간) 전격 사퇴했다. 바이든은 대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전폭 지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6월 하순 1차 TV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완패했다. 말을 더듬고 맥락 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민주당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사퇴 압박이 불거졌고, 끝내 바이든은 후보직을 내려놓았다. 11월 대선을 107일 앞두고 나온 충격 선언이다. 이로써 미국 대선은 한동안 혼돈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8월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새 후보를 선출한다. 해리스가 대선 후보직을 승계할지 아니면 ‘미니 경선’을 거쳐 제3의 후보를 뽑을지는 예측 불가다. 해리스는 부통령으로서 존재감이 또렷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로선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든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게 상책이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김정은과 나는 아주 잘 지냈다”며 “핵무기를 많이 가진 이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 재임 중 이뤄진 미·북 정상회담 성과를 낮게 평가한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겨선 안 된다. 바이든 행정부 아래서 더 끈끈해진 경제 관계도 빈틈없이 관리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여러 분야에서 보조금을 조건으로 대규모 대미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보조금 지급을 부정적으로 본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보조금을 안 준다면 (대미 투자를)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백악관 주인이 되든 우리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미리 손을 쓸 필요가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둔 미국 현직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는 사상 처음이다. 최강국 미국의 대선은 전세계에 두루 영향을 끼친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경제 및 대미 통상 관계도 예외일 수 없다.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은 “우리는 앞으로 미지의 바다(uncharted waters)를 항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미지의 바다’를 항해할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