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직장인 이모(31)씨는 다음 달 일본 도쿄행 왕복 항공권을 30만원대에 결제했다. 100엔당 1000원을 밑도는 낮은 환율 덕분에 환전도 미리 해뒀다. 이씨는 “이제 여행이 자유로워진 덕에 3년 만에 일본에 갈 수 있게 됐다”며 “달러를 쓰는 나라들보다 비행시간도 짧고, 해외여행을 간다면 ‘엔저’ 덕에 일본이 가장 이득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일본이 한국인 무비자 관광을 허용한 후 첫 주말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카운터에서 탑승객들이 김포~하네다 항공편 탑승수속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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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관광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이 떠오르고 있다. 일본 ‘무비자 입국’이 재개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 주목받는 해외 여행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해외 여행을 위해 코로나19 3차 백신을 서둘러 맞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일본은 그간 최대 90일까지 무비자 입국과 체류를 할 수 있어 인기 여행지 중 하나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무비자 입국을 제한했다. 그러다 지난 11일부터 무비자 입국을 약 3년 만에 재개했다. 이에 3차 백신을 접종했다면 일본에 비자 없이 자유롭게 입국할 수 있다. 미접종자는 출국 72시간 전 PCR 음성 확인서가 있으면 된다.
입국 규제가 풀린데다가 ‘엔저’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일본 여행에 대한 수요는 급증했다. 엔화 가격은 32년 만에 100엔당 1000원을 밑돌고 있으며, 왕복 항공권은 20만~30만원대면 구할 수 있어 ‘국내 여행보다 이득’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여행 커뮤니티 등에서는 ‘3년 전에 갔던 맛집 그대로 있나요’, ‘미술관, 테마파크 등 영업시간은 그대로인가요’ 등 새로운 여행 정보를 얻으려는 질문이 눈에 띈다.
대학생 이모(25)씨는 “연말에는 어차피 항공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제주도 등 국내를 가는 것보다는 이왕 여행을 가는 느낌을 낼 겸 일본을 가보고 싶다”며 “현지 유학을 하고 있는 친구들도 방역 상황이 한국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해서 코로나19 우려도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일본 무비자 입국이 재개된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첫 주간 한일 노선 여객 수는 9만4427명으로 일주일 만에 10만명에 육박했다. 이는 단체 관광만 가능했던 지난 9월 한 달간의 총 여객 수 약 16만7000여명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일본 무비자 입국 재개와 엔저 현상에 해외여행을 앞두고 미뤄왔던 3차 백신을 맞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12월 중으로 어머니와 함께 일본 여행을 준비 중인 직장인 박모(30)씨는 지난 14일이 되어서야 3차 백신을 맞았다. 박씨는 “PCR 검사를 받아도 되지만 겨울을 앞두고 있어 미루고 있던 접종을 했다”며 “2차 때 부작용이 워낙 심해서 고민하고 있었지만, 편한 여행을 위해서 백신을 맞는 쪽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폭발한 여행 수요 등을 고려하면 일본 여행의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30일까지 김포~하네다 노선의 운항 횟수를 기존 2배인 56회까지 늘리기로 했다.
제주항공(089590)과
진에어(272450) 등 저비용항공사(LCC) 등도 오사카와 삿포로 등 일본 내 주요 관광지로 향하는 노선을 증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