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환자 마음 ‘불법’ 아냐"…의료용 대마 절실한 이유

강성석 의료대마운동본부 대표 인터뷰
2018년 법 개정돼 '의료용 대마' 처방 가능
"조건 복잡…연구·처방 부족해 어려움 여전"
"전문가 투명한 관리 통해 접근성 높여야"
  • 등록 2023-05-17 오전 6:00:00

    수정 2023-05-17 오전 10:31:12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의료용 대마’는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약입니다.”

강성석(44) 한국의료대마운동본부 대표는 1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접근을 어렵게 막기보다 전문가의 처방과 관리에 따라 투명하게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의료용 대마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2018년 마약류관리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국내에서도 대마 성분 의약품에 대한 처방이 가능해졌지만, 아직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처방과 관련 연구가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얘기다.

강성석 의료대마운동본부 대표가 연구 중인 대마와 함께 서 있다. (사진=강성석 대표 제공)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목회를 하던 강 대표는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으며 ‘통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강 대표는 “당시 6인실에 있었는데, 신경외과 특성상 밤낮없이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어쩔 수 없이 진통제에 의존하게 되는데, 기존 약은 마약성이 대부분이다 보니 중독·의존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시 TV 뉴스를 통해 해외에서 마약성 진통제보다 부작용이 없는 의료용 대마를 처방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통증·뇌전증 환자를 위한 단체로 2017년 의료대마운동본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8년 법 개정 이전까지 국내에서 의료용 대마는 모두 불법이었다. 뇌전증을 앓는 자녀를 위해 대마오일을 해외서 들여온 부모들은 졸지에 마약사범이 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뇌전증 환자의 부모가 검찰에 불려 가 12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고, 소변과 머리카락을 강제로 채취당했다”며 “법을 바꾸지 않으면 환자들의 절실한 마음이 불법이 되고, 뒷골목에서 마약을 거래하는 범죄자가 되는 셈이었기에 법률 개정을 위한 운동과 학술 연구 등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그의 노력 끝에 법 개정이 이뤄졌고, 2019년부터 의료용 대마 처방이 시작됐다. 뇌전증과 다발성 경화증, 각종 통증 환자들은 대마 성분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2020년부터는 보험 적용도 이뤄져 2주일 기준 140만원에 달했던 약값 부담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같은 해 국제연합(UN) 산하 마약위원회 역시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고, 국내에서도 경북 안동이 대마 산업 특구로 지정되면서 관련 연구도 시작됐다.

그러나 아직 의료용 대마 처방은 갈 길이 먼 실정이다. 강 대표는 “뇌전증에 쓰이는 ‘에피디올렉스’를 처방받으려면 기존 의약품 4~5가지를 쓴 후 효과가 없다는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면 아이들은 처방받기 위해서 독한 약을 의미 없이 돌려써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마는 곧 마약’이라는 선입견 탓에 처방에 필요한 연구·교육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는 “국내에선 의료용 대마 연구도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할 수 없어서 관련 연구나 실증 작업 역시 세계보다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대표는 의료용 대마 처방은 목적이 분명한 만큼, 오히려 의료 전문가들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로포폴’과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도 모두 식약처의 관리를 받고 있고 오·남용이 이뤄진다면 추적해 처벌하면 되는 일”이라며 “단순히 금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의약품이며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접근해야 올바른 연구와 사용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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