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 ‘아이=소유물’ 잘못인식”[인터뷰]

고금란 아동권리보장원 부원장
워킹맘이자 ‘아동 조례’ 제정한 행정가 출신
“아동은 객체 아닌 주체…독립된 권리 누려야”
"친부모 아동학대 전체 80%, 명백한 범죄"
“인식개선 절실…사회가 함께 아이 돌봐야”
  • 등록 2023-05-04 오전 6:00:00

    수정 2023-05-04 오전 6:55:21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아동은 성인인 나와 같은 인격체이자, 권리의 주체입니다. ‘~린이’(‘주린이’, ‘골린이’ 등), ‘잼민이’(초등학생을 비하하는 표현) 같은 말을 쓰는 대신, 동등한 시민으로서의 아동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고금란 아동리보장원 부원장이 지난 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고금란 아동권리보장원 부원장은 지난 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제안했다. 고 부원장은 아동을 시민이자 주체로서 바라보는 인식이 아동 대상 폭력·범죄는 물론, 미세한 차별까지 바꿔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역설했다.

대학교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고 부원장은 일하는 ‘워킹맘’으로서 자연스럽게 아동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돌봄 서비스 등 일상적인 부분에서 느꼈던 목마름은 그를 정치로 이끌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과천시의회 의원으로서 ‘과천시 아동돌봄 지원에 관한 조례’와 ‘과천시 지역아동센터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대표발의한 건 그가 느낀 것을 행정으로 이뤄낸 사례다.

고 부원장은 아동 돌봄엔 가정뿐 아니라 온 사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아동을 돌보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보호자의 몫이더라도 공공성을 확보해 빈 곳을 책임지는 것이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부분”이라며 “모두 다른 능력을 갖고 태어나더라도, 출발선에서의 차별은 없도록 촘촘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활동 역시 이러한 ‘촘촘함’을 추구하고 있다. 아동권리보 장원은 입양과 실종 아동 지원, 돌봄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8개 민간 단체들을 합해 만들어진 통합기관이다. 고 부원장은 “통합의 강점은 칸막이를 걷어내고, 그 사이 빈 공간을 발견하는 데에 있다”며 “미성년자인 0~18세를 넘어서 사회에서 자립하기 위한 간접적인 지원까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아동 대상 학대와 폭력을 막기 위해선 제도적인 지원을 넘어 국민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부원장은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모자란 ‘훈육’의 대상으로 여기는 생각이 각종 폭력과 차별의 근간이 된다”고 했다. 이어 “훈육이란 이름으로 친부모가 행하는 아동학대가 전체의 80%에 달하는데 이건 명백한 범죄”라며 “학대와 방치, 자녀를 살해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 등도 모두 아이를 객체이자 소유물로 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식 개선은 온·오프라인을 넘어 요구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아동 비하 표현이 난무하고, 오프라인에선 ‘노키즈존’ 등 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장이 거절되는 공간도 있어서다. 고 부원장은 “아동에게 특정한 딱지를 붙이고 차별하는 건 노인이나 장애인 등 다른 사회적 약자들도 비슷하게 겪는 문제”라며 “내가 쓰는 말이 곧 뇌리에 다시 각인되고 차별을 고착화하기 때문에 일상에서부터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의 권리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헌법상 기본권을 누린다는 점에선 똑같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어린이날을 맞아, 가정 밖의 아동 등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보듬는 손길을 내밀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크리스마스에 어려운 이웃들을 더 생각하는 것처럼, 이번 어린이날에는 한 번 더 돌아봐야 할 아동들이 있음에 공감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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